'몸은 K-1 영혼은 복싱' 지인진의 새로운 도전

  

세상을 향한 펀치를 날려라. 24시간 스파링 항시 대기


지난 1월 31일 '지인진 복싱 스포츠'에서 지인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 챔피언이 새로운 챔피언을 만들겠다.”

2007년 7월, 한국의 마지막 복싱세계챔피언 지인진은 챔피언벨트를 포기했다. K-1 MAX(경량급 입식타격기)에 진출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인진은 전향 후에도 입버릇처럼 ‘나는 복싱인이다“라고 외치며 복싱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그리고 1년. 지인진이 복싱으로 돌아왔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 말이다. 지난 1월 11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지인진 복싱 스포츠클럽(이하 지인진체육관)’을 개관한 것이다.

지인진의 인생은 복싱을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중학교 시절 전 플라이급 세계챔피언 유명우(45)에게 반해 복싱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집에서는 돈 안되는 복싱을 그만두라고 말렸다. 하지만 그는 이미 복싱에 미쳐있었다. 혼자서 운동장을 뛰고, 산에서 펀치를 연습하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치른 프로데뷔전에서 패한다. 자신만만하던 지인진에게 큰 충격이었다. 하지만 이는 오리혀 약이 됐다.

첫 패배의 아픔을 딛고 지인진은 3년 동안 이를 악물고 운동에 매진했다. 그 결과 한국챔피언의 자리에 올랐고 1년 뒤 동양챔피언 벨트를 획득했다. 하지만 세계챔피언의 도전의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5년 동안 챔피언 도전을 위한 전초전만 10여 차례나 치렀다. 그리고 5년만에 세계챔피언에 도전했지만, 원정경기에서 이긴 경기의 승부가 뒤바뀌는 어이없는 일을 겪는다. 그래도 지인진은 좌절하지 않고 1년을 다시 준비해 꿈에 그리던 세계챔피언을 벨트를 허리에 감게 된다.

하지만 세계챔피언 시절에도 지인진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매니 파퀴아오, 오스카 델 라 호야 등 다른 나라의 복싱세계챔프들과는 대우가 너무나도 달랐다. 이는 한국복싱의 비정상적인 수입 분배구조 때문이다. 지인진 또한 이러한 구조에서 예외일수는 없었다. 세계타이틀획득 당시 지인진의 파이트머니는 10만 달러. 하지만 지인진에게 주어진 금액은 10분의1 수준인 1만 달러였다.

세계챔피언의 댓가로 받은 돈이 고작 우리 돈 1천만원이었다. 두 아이의 가장인 지인진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게다가 타이틀매치도 일 년에 한번이 고작이었다. 국내에 유일한 세계챔피언이 빈곤층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다. 견디다 못한 지인진은 결국 2007년 모험일 수밖에 없는 격투기무대로 전향한다. 데뷔전도 무난하게 치뤘다. 하지만 골수부터 복싱인인 지인진은 그래도 복싱이 좋다고 말한다. 지인진은 “나의 꿈이고 전부인 복싱을 버릴 수가 없다. 사람을 미워해도 복싱을 미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인진은 "지금 생각하면 복싱에 미쳐 운동하던 때가 나에게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머금고 회상한다. 그리고 이제 그가 선수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복싱 전도사로 나섰다. 지인진은 "미치도록 즐거웠던 복싱을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즐겁게 미치면 세계챔피언도 꿈이 아니다”라며 “마지막 세계챔피언이 새로운 챔피언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의 얼굴에서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지인진 체육관이 프로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복싱에어로빅, 복싱다이어트 등 생활체육은 기본으로 하고 있어 가볍게 즐기면서 전통복싱을 익힐 수 있다. 시설도 최고를 자부한다. 웨이트, 샤워시설등 웬만한 피트니스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다. 지인진은 “복싱의 즐거움을 일반인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자신의 숨겨진 강함을 알고 싶을 때, 기분이 울적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때,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리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방문해 달라”고 복싱 예찬론을 펼쳤다.

복싱세계챔피언에서 K-1 격투기선수로 이제 경영인이자 지도자로 나서는 지인진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인진은 “개관한지 20여일 만에 50여명의 회원이 등록한 상태다. 앞으로 20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죽도록 훈련할 수 있는 체육관, 복싱이 왜 좋은지 알 수 있는 체육관을 만들 것”이라며 각오를 밝혔다.


지인진이 자신의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는 모습


[김성량 수습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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