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김세혁의 새옹지마

  

동성고 감독시절, 70명 제자들을 위한 아름다운 선택


김세혁 감독

3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삼성에스원의 김세혁 감독. 누구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지만 그는 아직도 애매한 판정이라도 나올 때면, 얼굴이 금방 발그레진다. 그만큼 '자기 새끼'들이 피해보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한 것이다. 뭐 이렇기 때문에 올림픽 금메달이 줄지어 나왔겠지만 역으로 ‘독선적이다’, ‘욕심이 많다’는 비판을 받기도한다. 하지만 김세혁이 이렇게 악착같이 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1995년 70명 제자들을 위한 가슴 아픈 결정 때문이다.

차근차근 김세혁이 밟아 온 행적을 따라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면 ‘새옹지마’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동아대학교를 졸업하고, 1982년 해병대 선수로 군복무를 마친 김 감독은 동성고등학교 태권도팀의 감독직을 맡았다. 대학시절 4년간 아르바이트로 고등학교 코치를 맡으며 제법 놀라운 성적(광성고와 송동상고 돌풍)을 거뒀기에 '어린 나이'에 좋은 보직을 얻은 것이다.

동성고에서 김세혁의 지도력은 1995년도까지 고등학교 국가대표를 16명이나 배출하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김세혁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지도자 김세혁이 대한태권도협회(KTA)의 실세와 정면대결을 펼친 것이다. 경기 중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은 김세혁의 항의가 이어졌고, 이를 보던 A씨가 경기장으로 내려와 막말을 하며 김세혁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이 장면을 김세혁의 부인과 아들이 지켜봤다.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한 김세혁은 선후배 관계를 떠나 ‘남자 김세혁'으로 선배 A씨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어쨌든 당시 분위기에서 김세혁 감독의 행동은 엄격한 태권도계 선후배 관계의 불문율을 깨버린 '대사건'이었다. 뭐 주위에서 부당한 심판판정에 대한 정당한 행동이었으며, 비인간적인 선배의 폭행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이었다는 평가도 많았지만 그래도 문제가 되기에는 충분했다.

그때부터 태권도계에서는 ‘김세혁 죽이기’라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이는 자연스레 ‘동성고 죽이기’로 이어졌고, 1,2,3학년 통틀어 7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은 경기에서 철저하게 불이익을 받았다. 이어 안팎으로 김세혁에 대한 사퇴 압력이 가해졌고, 이를 견기다 못한 동성고는 김세혁에게 슬쩍 중학교 교사로 자리이동을 제안했다. 1995년, 김세혁은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너무 슬펐죠. 저로 인해 경기에서 이겨야 할 제자들이 져야만 했으니 말입니다. 가슴이 메어졌지만 어쩔 수 없었죠.” 젊음을 바쳤던 동성고에 대한 서운함도 그를 힘들게 한 이유 중 하나였다.

쓰린 가슴을 연일 술로 달래기를 6개월. 잠시 인천시립대 시간강사직도 해보았지만, 현장 감독이라는 천직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그는“이제 내가 설 곳은 미국뿐이구나”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행을 결정한 그는 잠시 머리도 식힐 겸, 부산의 후배 집을 찾았다. 여기서 그는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문구하나를 발견한다. 한 조간신문에 실린 '삼성그룹이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사를 맡았다'는 기사였다. 이때 김 감독에게는 회장사가 된 삼성의 공약 중 한 부분이 이상하리만큼 또렷하게 눈에 박혔다. 바로 삼성의 태권도 실업팀 창단이었다.

'바로 이거구나.' 그 즉시 김세혁 감독은 버스를 타고 KTA를 찾았다. 거기서 김세혁 감독은 삼성물산 실업팀 창단과 감독선임에 관한 정보를 입수했고, 공개모집에 당당히 지원해 삼성물산 태권도팀 감독으로 발령을 받았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잘 나가는 고교지도자였다가 한 순간에 실업자로 인생 밑바닥까지 경험한 김세혁은 이후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 최고의 태권도 지도자로 우뚝 서게됐다. "동성고의 마지막 시절 정말 괴로웠습니다. 8대2나 7대3으로 이긴 경기인데도 친동생같은 우리선수들이 나 때문에 지곤했죠. 그때 기억 때문인지 지금도 부당한 판정을 접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참을 수가 없게 되죠." 김세혁식 새옹지마를 알면 그나마 그의 악착같은 모습이 조금은 용서가 되는 느낌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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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요

    김 감독님 항상 좋은 모습 감사합니다 힘내구요 무카스도 감독님도 화이팅

    2008-11-1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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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 사범

    태권도의 다양한 문화 중에서 스포츠 태권도는 가장 중요한 분야입니다
    이 분야에 선생님 같이 분이 계셔서 저희 후배들은 행복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세요

    2008-11-1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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