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스트롱맨대회 같은 격파대회 만들자

  

국제 왕중왕 격파대회, 총 상금 액수는 500만원. 총 658명 참가자들의 경쟁 이끌어


3일 열린 국제 격파 왕중왕 대회의 현장 모습.


세계에서 가장 힘 센 사람을 뽑는 ‘IFSA 세계스트롱맨챔피언십(이하 스트롱맨,Strongman)’. 이 대회는 바벨을 누가 더 많이 반복해서 들어 올리느냐를 겨루는 데드 리프트(Dead Lift), 주어진 시간 안에 트럭을 얼마나 멀리 끄는지 거리를 측정하는 트럭 풀(Truck Pull), 초대형 타이어를 뒤집으며 경주하는 타이어 플립(Tire Flip) 등 20여 개의 다양한 종목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사나이’를 가려낸다. 여성 관중들은 물론이거니와 근육질 몸매에 로망을 품은 일반 남성관중들로 대회장은 연일 북새통을 이룬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선수들 역시도 손바닥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한다. 이런 열기는 매 대회 때마다(현재까지 3회대회 개최) 최소 전 세계 41개 채널을 통해 180여개국에 녹화 중계된다. 리투아니아에서는 스트롱맨 대회가 생중계로 주말 황금시간대에 편성되는 등 이미 그 인기가 축구를 능가했다. 스트롱맨대회의 성공비결은 간단하다. 세계 각국의 사내들이 불가능에 도전하는 과정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는 것으로 관중의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관객은 눈 앞에서 기적을 체험하는 느낌을 갖는다.

이쯤에서 태권도로 시선을 돌려보자. 힘만 써서 관중을 사로잡는 스트롱맨대회와 비교해 화려한 발차기를 자랑하는 한국의 태권도는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는 참담하다. 세계에 내놓을 만한 대회 즉, 흥행성 있는 대회는 아예 없다. 항상 저희들만의 대회, 태권도인들만의 축제로 끝났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태권도인데... 도대체 방법이 없을까.

이런 차에 3일 고양시 어눌림 체육관에서 열린 ‘2008 국제 왕중왕 격파대회’를 보면서 기자는 작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태권도가 스트롱맨대회 못지않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은 청년부 발격파에 나선 총 35명의 청년부 참가자들이 9장의 송판을 격파하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하던 중 기자의 뇌리를 스쳤다. 뒤차기 혹은 옆차기로 깨야 하는 격파 상황에서 참가자들의 95%이상이 자신이 도전한 9장 혹은 8장의 송판을 단 한 장도 깨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청장년부의 한 선수가 9장의 송판을 ‘한방’에 부숴버리자 장내 분위기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으로 가득채워지기 시작했다. 뒤이어 도전자들의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발격파의 송판 개수도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옆 코트에서 진행된 주먹격파에서도 동시에 일어났다. 토너먼트 종반에 다다르자 몇몇 참가자들이 주먹과 손날을 이용해 9장이 넘는 붉은 벽돌(지름 30cm)을 단번에 격파해 나가기 시작했다. 곧 또 한번의 경쟁이 시작됐고, 최고 13장까지 도전해 보겠다는 도전자들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태권도인들이 아닌 기타 무술을 수련하는 무술인들의 참여도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대회 성격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의 참여도 종종 눈에 띠였다.

이날 내걸린 총 상금 액수는 500만원. 총 658명 참가자들의 과열경쟁을 이끌어내기에도 충분한 액수였다. 다른 유명 스포츠경기에서 내놓는 상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만 태권도 경기에서 이정도의 액수는 이례적인 금액 산정이다. “겨루기, 품새 대회는 많지만 격파대회는 많지 않죠. 이런 대회를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1등하면 상금도 준다네요”(이기도 무인회 관장), “9장 신청했는데 걱정되네요, 다 깨면 우승인데 50만원 준데요. 하하(웃음)”(김경욱 용인대학생). 이날 대회는 지금까지 대회에 참가하고 기념사진이나 한 장씩 찍고 돌아가던 경기장 문화와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돈으로 참가자들의 마음을 사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있겠지만, 참가자들은 돈 보다는 자신들의 기술과 노력을 상금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다는 데서 마냥 행복해 보였다.

스트롱맨대회는 제법 규모 있는 상금이 걸려 있다. 국제왕중왕격파대회도 스타트부터 성공적인 포상제도를 시행했으니 이제는 일반인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세부종부을 갖춰나가야 한다. 그리고 마케팅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런 작은 노력이 한국의 태권도에 또다른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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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맞아요

    이런대회가 생겨나서 자리잡아야지만 될수있어요 좋은 말이네요 대태협이나 기관들이 이런기사들보고 반성좀 해야할텐데 돈도 좀 투자하고 상금도 걸고 프로리그도 만들고
    정말 얼마나 좋아요

    2008-10-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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