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복싱, 씨름, 유도, 태권도... 힘들면? K-1 갈래?

  

[기자수첩] 비인기 격투종목 선수, 팬 외면과 지원 부족에 격투기 전향 잇따라


왼쪽부터 최용수, 최홍만, 이태현, 윤동식, 박용수


“워낙 복싱의 비전이 없고 매니저나 프로모터들이 선수를 돕지 않기 때문에 지인진이 K-1에 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투혼의 복서에서 투혼의 격투가로 변신한 최용수(35, 티엔터테인먼트)가 지난 2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K-1 파이팅네트워크 칸’ 대회에서 승리한 후 현 페더급 복싱 세계챔피언 지인진의 K-1 진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용수는 “현 세계챔피언 지인진이 K-1에 온다고 하니 비판하시는 분들이 있다. 오죽 하면 현 세계챔피언이 그 자리를 버리고 K-1에 온다고 하겠는가”라며 “제2의 지인진이 나오지 않도록 제발 선수를 위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국내 복싱계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분명 최용수와 지인진에 대해 비판하는 복싱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복싱계의 열악한 환경이 최용수와 지인진 등 복싱선수들이 격투기 무대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비단 복싱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천하장사 출신인 최홍만과 이태현이 씨름판에서 K-1과 프라이드로 무대를 옮기게 된 이유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프로씨름단이 해체되고 선수들이 설자리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씨름인들에게 K-1의 손짓이 달콤하지 않을 리 없다. 현재 프로씨름단은 현대중공업 코끼리 씨름단 1개에 불과하다. 그만큼 환경적으로 열악한 것이다.

유도의 김민수나 윤동식 그리고 태권도의 박용수 경우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거기다 유도와 태권도는 올림픽 때나 팬들로부터 관심을 받는 비인기종목이다. 그런 그들에게 팬들의 관심이 넘쳐나고 언론에 조명을 항상 받는 격투기 무대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복싱, 씨름, 유도, 태권도 등 비인기 격투 종목 선수들이 돈만을 위해 K-1 무대로 갔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만약 그들이 몸담고 있던 종목에서 보다 나은 대우와 장래를 보장해 줬다면 상황은 분명 틀려졌을 것이다.

K-1의 유혹을 뿌리쳤다는 ‘태권스타’ 문대성. 만약 그가 아테네 올림픽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고 여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동아대 교수라는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현실 앞에서 더 많은 갈등을 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복싱선수, 씨름선수, 유도선수, 태권도선수 등이 자신의 종목을 버리고 격투기 무대에 선다고 비난을 한다. 하지만 비난 이전에 복싱시합장을 모래판을 유도와 태권도시합장을 한번쯤 찾아가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비인기 격투종목 선수들에게 올림픽 때 반짝하는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응원과 애정을 보여주어야 한다. 팬들이 사랑이 있다면 분명 기업들과 제도권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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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씨름 #유도 #태권도 #k-1 #최용수 #지인진 #박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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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eatman

    좋은 게시물 퍼갑니다.

    2007-07-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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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엔...

    이젠 화려함, 하드고어, 거기다 감동같은거까지 원하는 관객입니다. 격투기 선수들이 먹고 살려면 그런 무대에 가던가 XXX구민회관 강사하는 거 외엔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WTF태권도 재미없다고 ITFt식 경기방식으로 바꾸자는 사람들 많습니다. ITF식으로 주먹으로 안면허용해도 첨엔 관심좀 가지다가 사람들 안보긴 마찬가질겁니다.

    2007-07-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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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엔....

    과거엔 프로레슬링, 씨름, 권투 이런거 재밌었습니다. 왜 재밌냐고요? 당시에 별로 볼게 없었으니까요. 얼마나 볼거 없었으면 대통령이 새마을운동하는 농촌가는 거나 배달의 기수봐도 재밌었으니까요. 그러니 이런 격투기가 더 재밌는었던건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관객은 더 화려하고 더 자극적인 스포츠를 원합니다. 미국 프로레슬링 보십시오. 돈도 별로 못 받고 고생이랑 고생은 다해도 팬들이 더 자극적인 걸 원해서 몸이 무서지라고 내 던지지 않습니까?

    2007-07-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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