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진가라테의 분열

얼마 전 극진회관 최고 고문 로야마 하츠오 (한국명 노초웅) 사범은 ?마쓰이 총재는 극진의 아마추어리즘을 깨고 순수무도 정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므로, 무도 극진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고 오오야마 총재의 정신을 이어나가겠다뵺?극진회관을 탈퇴, 극진관을 설립했다.

사실 극진가라테는 이미 94년 한 차례 분열의 아픔을 겪은 적이 있다. 오오야마 초대 총재 사망 이후 마쓰이 쇼케이(현 극진회관 총재)가 2대 총재로 선정됨에 따라, 산페이 게이지를 주축으로 한 세력(현 미도리파)이 이에 반발하며 독자적인 노선을 걷기로 한 것이다. 당시에는 법정 공방까지 가는 등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국내에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당시 국내 극진가라테의 세력이 크지도 않았고 정보에도 약했을 뿐 아니라, 모두 마쓰이파의 영향권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극진관 건은 일본에서 로야마 사범의 극진회관 탈퇴 선언이 있자마자, 국내에 벌써 그 여파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왜냐하면 로야마 사범은 극진회관의 최고 고문 자리를 맡고 있던 마쓰이파의 주요 인물이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 극진가라테 간판을 걸고 있는 도장들이 극진관 소속 도장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마쓰이 관장으로부터 지부 인정을 받은 부산 지부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마쯔이쇼케이 관장으로부터 받은 김경훈 사범의 극진가라테 라이센스111

그러나 이 모든 사실에도 불구하고 극진가라테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하나의 지향점이 있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바로 오오야마 (한국명 최영의) 총재의 극진 정신이다. 실제로 1차 분열 이후에도 비록 형식상으로는 두 파로 갈려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오오야마 총재라는 존재 아래에서 하나라는 의식을 가질 수 있었기에 큰 문제 없이 사태가 잘 수습될 수 있었다. 현재 유럽이나 서구 등지에서도 일본 내 수장들의 갈등이야 어찌 되었든 극진은 하나라는 의식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의 무술판은 특이한 법칙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외국 어디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던 무술들이 한국에만 들어오면 정통성과 원조 시비에 휘말린다는 것이다. 극진가라테는 어떨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세계의 흐름은 오오야마 극진 정신 아래 하나되는 극진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과연 한국 극진가라테계도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특히 한국은 극진가라테의 수장들인 최영의, 문장규, 노초웅 세 사람 모두의 고국이며 그런 만큼 극진가라테에 있어 한국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면, 한국 극진가라테가 일부 타무도가 그랬던 것처럼 사분오열하며 쓸 데 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각 파가 독자적으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극진인이라는 점에서 하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로야마 사범의 극진회관 탈퇴 이후, 그의 직계 제자라는 한 인물은 "움직이는 거야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개인적인 행동이므로 탓 할 수야 없지만, 그 휘하에서 오로지 수련에만 열중하던 사람들도 한번쯤 생각해보고 행동했어야 했던 게 지성인으로써, 그리고 무도인으로써 갖춰야 할 의롭고, 참다운 행동이 아니었냐"고 지적했다 한다. 만약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 세력 다툼을 조장하려는 국내 극진가라테 지도자가 있다면, 이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순수하게 극진가라테를 수련하려는 자신의 제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신중한 판단을 내려주었으면 하는 뜻을 감히 밝히는 바이다.



* 사진 추가설명 : 일본에서 극진가라테를 수련하고 귀국하여 부산에 극진가라테 도장을 냈던 김경훈 사범은 얼마 전 진회관 본부 마쓰이 쇼케이 관장으로부터 국내 최초로 한국지부 라이센스를 받았다. 한편, 로야마 하츠오 총수의 극진관 발족 이후 극진관 소속 한국 지부 도장으로 등록하는 도장도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