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학술대회, ‘흥행’ 포인트 잡아야 하는 이유

  

반복적 발제 내용은 아쉬움 남겨...사전 준비도 철저해야


지난 11일, ‘제2회 한국태권도학회 학술대회’가 열린 한국외국어대학교(서울캠퍼스) 인문관 2층 대강당.

150여 명이 자리한 학술대회의 결과는 아쉬움을 남겼다. 모든 발제가 끝난 뒤 남은 인원은 단 30여 명. 학술대회 중간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더 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 방청객들은 등을 돌리고 일어섰다.

1부의 좌장은 이택균 준비위원장이 맡았다. 그는 “우리 학회 특성상 내빈소개는 하지 않는다. 발제 시간은 20분으로 정해져 있으며, 시간이 초과되면 마이크를 끄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밝힌 당초 계획은 두 번째 발제자 K-타이거즈 안창범 감독부터 틀어졌다. ‘태권도와 엔터테인먼트’를 주제로 잡은 안 감독의 발제는 구구절절 늘어지기 시작했다.

안 감독은 K-타이거즈 성장과 활동 전반을 담은 이야기를 40분간 이어갔다. 시간이 지체됐음을 알고도 끝까지 K-타이거즈 티저 영상을 틀었다. 이미 언론과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영상이 나오자 참가자들의 시선은 바닥을 향했다.

안 감독의 지연 발제 때문일까? 계속된 발제도 시간이 초과되었다. 이미 발제 시간을 제한하지 못한 주최 측은 손을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방청객들이 자리를 떠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태권도학회가 정한 이날 학술대회 대주제는 ‘태권도 선업의 현재와 미래’.

1, 2부 발제에 나선 메세나글로벌 최진우 대표, K-타이거즈 안창범 감독, 세계태권도산업포럼 신창섭 사무총장, 무토 이승환 대표이사 중 안창범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발제자의 키워드(Keyword)는 ‘성인 태권도 수련 활성화’였다.

발제자 중 누구 하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도장 어플리케이션, 태권도 포토 스튜디오, 용품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태권도 성인 수련층 확보만이 태권도 산업의 미래인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발제 내용은 어딘가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방청객들은 결과가 똑같은 내용을 총 3번 듣게 되게 되었다. 개인 발제 능력과 준비는 뛰어났지만 청중의 귀는 반복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창섭 사무총장은 학술대회 의미와 동떨어진 송판격파 시범을 선보였고, 이승환 대표이사의 성인활성화 방안이 잠시 눈길을 끌었지만 이내 분위기는 차가워졌다.

태권도 산업 시장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무토 이승환 대표.


이 대표이사가 내놓은 활성화방안은 시장의 분리, 세그먼트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 지도자양성, 인프라 구축이었다. 눈길을 끄는 방안을 내놓고도 시간에 쫓겨 설명의 깊이가 낮았다.

“15년 전,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라는 비판과 과거에 대한 지적보다는 현실적인 성인 수련생 지도자의 자격, 공부 방법,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설명했으면 젊은 학회생들의 주목을 받았을 것이다.

결국 1, 2부 발제는 태권도계의 문제점 지적이 핵심이 되었고, 반복되고, 해답 없는 태권도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방청객들은 휴대폰에 시선이 빼앗겨버렸다.

대학생들이 나선 3부 스페셜발표는 더욱 아쉬웠다.

비치태권도를 다룬 경희대 ‘선배’ 학술회는 “우리는 결과가 없다. 긍정적인 의견도,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그래서 경희대는 결과가 없다”고 밝혔고, 이미 언론에 공개된 내용을 지루하게 늘어뜨렸다.

상지대 학술회 ‘화랑’은 스포츠 영화 속 태권도 영화 분석을 주제로 핵심포인트 없는 이야기를, 이미 싸늘해진 학술회 마지막 발표에 나선 용인대 학술회 ‘Value-Up’ 대표는 호흡과 어투가 서툴러 의사 전달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 30여 명이 학술대회 자리를 지켰고, 스페셜발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뒷전이 되고, 대학생들의 발전 방향과 언어장벽에 관한 토론이 잠시 이어진 후 학술대회가 종료되었다.

학회는 대주제를 잡되 발제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소주제가 겹치지 않도록 하고, 반드시 리허설 무대를 열어 발제자들의 성향, 전문성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학술대회 제고를 위해 사전 준비에 힘써야 한다.

발제자 역시 뜬 구름 잡는 이야기와 문제점 지적보다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짚고, 그 핵심을 면밀히 분석한 후 젊은 학생들과 참가자들에게 깊이 있는 결과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20분을 초과하는 발제 내용과 프레젠테이션은 학술대회 방청객 고작 ‘30명’ 꼬리표를 달게 했고, 대학생들의 발칙하지 못한 발표는 설전 없는 토론회를 낳았으며, 학회 관계자들은 고개를 숙였다.

한국태권도학회는 첫 걸음마를 뗀 젊은 석·박사들이 모인 미래형 태권도 단체이다. 학회의 발전을 위해서는 조금 더 깊고, 높게 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1회 학술대회보다 다소 아쉬웠던 2회 학술대회를 발판 삼아 태권도 학술계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는 한국태권도학회가 되길 기대해본다.


[무카스-태권도신문 연합 = 류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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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깝네요 2

    전 동영상을 통해 봤습니다. 신창섭씨의 격파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분명 집행부는 발표자들의 발표내용에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대학생친구들의 발표는 학회차원에서 고려가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초심을 잃지 말고, 젊은 친구들이 만들고자 했던 그런 프레시한 학회로 이끌어 주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2016-06-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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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타깝네요1

    정확하게 포인트를 잘 잡았네요. 지루하고, 올드하고 프레쉬하지 못한부분들이 있었습니다.

    2016-06-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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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인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이런 애기는 학회관계자들과 개인적으로 이야기하세요. 발전을 위한다면서.. 모두가 보는 언론에 이런식의 기사를 내보내면 앞으로 누가 저 학회에 가겠습니까...
    학회의 발전을 위해서 긍정적인면을 더 보여주셨어야죠... 그래도 안될때 이런기사로 따끔하게 이야기할수도 있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서 이런 부정적인기사는 자라나는 새싹들을 꺽어버리는 느낌입니다. 이건 정말 아닌거 같습니다....

    2016-06-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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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사범

    기사에 오타 관리 해주세요.

    2016-06-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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