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마케팅에 휘둘린 시청자들

  

영리한 경기펼친 메이웨더와 고전 면치 못한 파퀴아오…



지난 5월 2일 전 세계의 관심이 한 곳에 몰렸다. 복싱에 있어서는 무결점 한 전설로 일컬어지며 대전료만 무려 3천억 원에 달한 파퀴아오와 메이웨더 간 WBC-WBA-WBO 통합 타이틀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기준 12.3%의 시청률을 올리며 주말 정오 시청률치곤 기록적인 흥행을 달성한 파퀴아오와 메이웨더의 일전은 경기 후 예상과는 다르게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야유와 조롱 섞인 농담이 대부분이었다.

최종 결과만 놓고 보자면 118-110, 116-112, 116-112로 메이웨더의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이었다. 그러나 기대치만큼 역동적인 경기장면이 전혀 연출되지 않았던 경기를 놓고 실망한 팬들은 한동안 야유를 쏟아냈다.

특히 판정승을 확정지은 후 메이웨더가 경기장에서 사각링 로프에 올라섰을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그는 관중들의 환호를 요구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관중들은 중계 오디오가 떠나가라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에 있던 관중들은 왜 이 최후의 승리자에게 이토록 큰 야유를 보낸 걸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기 때문이었다.

사실 경기는 너나 할 것 없이 깨끗했다. 국내 캐스터는 판정을 앞두고 “점수로 보면 부정할 수 없이 메이웨더가 승리한 경기다”면서도 “공격도나 적극성을 놓고 보았을 때는 경기 결과를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대중의 눈을 의식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꺼림칙한 무엇이 남아서인지 이에 대한 한마디 말을 덧붙인 것.

전문 복싱 전문가조차 대중의 시선을 의식할 정도인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된 전설들의 경기를 전문적인 잣대 없이 본 일반 시청자는 어떠했겠는가.

경기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사실 정반대 복싱스타일이 만난 전형적인 경기였기 때문에 더 도드라져 보인 측면도 있었다.

실제로 메이웨더는 철저한 아웃복싱으로 디펜스(방어) 위주의 경기를 이끌어갔다. 메이웨더는 경기 이후 "이기기 위해 철저히 계산적인 경기를 펼쳤다“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파퀴아오는 보다 저돌적인 경기를 펼치며 메이웨더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많은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메이웨더는 그때마다 클린치(상대방을 껴안는 동작)를 시도하며 파퀴아오의 주먹이 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막았다.

누가 보면 영리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시종일관 링 가장자리를 돌며 주먹이 나올만하면 클린치를 시도해 흐름을 끊는 메이웨더의 경기력을 두고 호평할 팬들은 없었다. 이에 파퀴아오는 경기가 끝난 직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내가 더 많은 정타를 날렸다. 메이웨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승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끈한 인파이트를 시도했던 파퀴아오와 기계적으로 링을 빙글빙글 돌며 정면승부를 피하고 경기 포인트만 차근차근 쌓아올렸던 메이웨더의 경기양상을 놓고 보면 일면 이해가는 측면도 있었다. 경기 포인트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전무 한 일반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는 파퀴아오에 더 신뢰가는게 당연했다.




더구나 이 경기를 앞두고 머니(Money:돈)라는 별명을 가진 메이웨더와 필리핀 복싱영웅으로 호평을 받고 있던 파퀴아오 사이 선‧악 구도와 같은 마케팅적 요소도 한몫 했다.

이런 와중에 약삭빠르게 경기를 운영해 승리한 메이웨더가 더 밉게 보이는 것은 당연했다.

어찌됐건 3명의 심판에게 전원 판정승을 놓고 분명한 경기결과에 왈가왈부할 근거는 없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의 경기가 객관성을 유지하지 못했다거나 부정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 시청자들의 기대를 부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대전료와 광고비, 스폰서비 등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으로 관심을 끌고 이에 걸맞은 경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어쩌면 가장 어리석은 대중의 기대심리가 발생했기 때문은 아닐까.

분명 투입된 자금과 주목받은 관심 정도에 비추어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경기가 형편없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 책임을 물을 여지는 아직까지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관심 있게 지켜봤던 시청자들의 보다 책임 있는 기대가 있었다면 이 정도의 야유는 받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매체들로부터 쏟아지는 자극적이고 일방적인 마케팅에 맹목적으로 휘둘리기보다 평소 복싱이 갖는 나름의 흥미요소를 찾아 즐겼던 성숙한 자세의 진정한 팬이 있었다면 이처럼 실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정길수 수습기자 ㅣ press01@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퀴아오 #메이웨더 #마케팅 #복싱 #WBC #WBA #WBO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