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 된 종주국 태권도… 해법은?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유스올림픽 선발전 6체급 중 1체급만 8위 내 진입, 종주국 수모


'견문이 좁아서 세상 형편을 모르는 사람'을 비유한 ‘우물 안 개구리’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 태권도가 현재 처한 상황을 이 속담이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등하면 세계 일등이라는 공식이 깨진지는 꽤 됐음에도 여전히 일등 자만주위가 팽배하다.

대표적인 것은 최근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4 난징 유스올림픽 선발전’. 남녀 6체급에 대표선수를 파견해 단 한 명만에 8위에 들어 본선에 1명만 출전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는 최근 여러 대회에서 실력과 경험부족으로 부진한 성적을 겪었음에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하지 않은 종주국의 자만이 낳은 예견된 결과다.

청소년이 출전하는 역사가 짧은 ‘유스올림픽’이라고 하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청소년에게 스포츠로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야심차게 시작한 것 그야말로 ‘올림픽’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99개 출전국은 자국의 최고의 선수와 올림픽 코칭스태프, 협회 임원들이 대거 참가해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

승자와 패자. 늘 승리에 환호할 줄만 았았던 한국 태권도가 고개를 연속 숙이고 있다.


한국은 선발전에서 철저하게 실력으로 무너졌다. ‘전자호구’와 ‘경기룰’ 등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속수무책 예선에서 계속해 탈락하자 대표팀을 인솔한 코칭스태프는 정신을 잃을 충격에 빠졌다. 외국 선수단에서 이런 한국선수단의 결과를 보고 의아해 할 정도였다.

청소년은 미래다. 청소년 때부터 많은 경험을 쌓고 실력을 발휘해야 성인무대에서 빛을 낼 수 있다. 한국은 앞으로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골드는 물론 현재 출전 가능한 남녀 4체급 모두 본선에 오르지 못할 수도 있다.

곧이어 열린 ‘제10회 세계청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는 유스올림픽 선발전의 부진을 씻고 남녀 동반 종합우승을 차지해 구겨진 체면을 조금 살렸다. 그러나 상당수 선수가 예선에서 기량한 번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탈락한 점은 모든 선수단에게 상처가 되었다. 선수도 지도자도 실력으로 패하자 고개를 푹 숙였다.


이번 두 대회가 잇달아 열린 경기장에는 과거에 한국 선수단이 출전하면 들렸던 ‘야유’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잘해야 견제를 하기 위해 외치는 야유인데, 못하니 자연히 사라졌다. 게다가 한국선수와 맞붙은 선수는 긴장감으로 상기된 표정을 지었던 것에 반해 자신감을 좋아 보였다.

이번 세계선수권에 파견된 코칭스태프는 “한국 태권도, 이대로면 절대 안 된다”라고 의 공통적인 반응을 보였다. “WTF와 일치된 룰로 적용한다고 했는데 다르다”, “외국 애들 신장이 너무 좋다”, “외국 선수가 신체조건만 좋은게 아니고 자신감과 실력도 한수 위다”, “지도자도 경험이 부족하니 함께 헤맨다” 등의 이번 대회에서 느낀 소외를 한숨과 함께 토했다.


역대 10회 대회 중 한 번을 제외 하고 아홉 번을 참가했다는 박종식 부회장 역시도 “많이 달라졌다. 우리 선수들이 좋다고 하지만 외국 애들은 신체조건만 좋은 게 아니라 경험도 풍부하고 실력도 좋아 보인다. 마음이 조려서 경기를 지켜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떻게든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할 것 같다”고 한국 선수단의 경기력 향상의 문제점을 인식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라는 속담은 아무리 잘하는 사람도 간혹 실수할 때가 있음을 비유한다. 여러 번이 아닌 열 번에 한 번 정도. 그러나 최근 한국 태권도의 국제무대에서 부진은 수년째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관심을 쏟는 것보다 임기응변식 사고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반복된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한국 태권도가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요구된다.


하나. 올림픽이 꿈이라면 일찍이 세상을 누벼라

앞으로 올림픽 무대에 서려면 세계랭킹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국내에서 일등을 여러 번 하고 국가대표 1진이 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WTF가 인정한 오픈대회와 국가대항전, 그랑프리에서 메달권에 입상해야 가점을 받아 순위가 오를 수 있다. 국가대표 자격으로 그 점수를 얻으려면 그 기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나간다고 한들 메달권에 입상한다는 장담도 할 수 없다.

지금의 태권도 겨루기 경기는 실력보다 ‘경험’이 더 중요하다. 많이 뛰어 많이 이겨보고 져본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메달 시상대에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여러 국가의 청소년 선수들도 연중 최하 3회 이상 국제오픈대회에 출전한다. 세르비아와 영국, 아제르바이잔, 러시아, 이집트 등 좋은 성적을 낸 국가는 연초부터 연말까지 오픈대회 투어를 이어갈 정도로 경험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청소년의 경우에 전무하다. 왜 출전을 못하냐고 묻는 질문에 대다수가 “돈은 누가 주냐고”라고 반문한다. 외국팀은 누가줄까. 유스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선수가 올림픽위원회나 협회에서 그리고 다수는 자비와 스폰서로 그 비용을 충당한다. 출전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출전이 가능하다.

매 경기 화끈한 경기력을 펼치고 금메달을 딴 변길영이 상대 얼굴을 적중시키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화려한 경기력으로 완벽한 금메달을 목에 변길영(부산체고, 남 -78kg급)은 더 이상 국내대회에 출전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기업이나 미래 실업팀 등의 지원을 받아 계속해 해외 전지훈련과 오픈대회 출전으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이는 중고연맹과 KTA에서도 적극적인 뒷받침과 후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도에 금전적인 지원을 못해준다면 장려와 든든한 응원이 필요하다.

지난 런던올림픽 입상자 대부분의 공통점은 다수의 오픈대회에서 쌓은 경험으로 세계선수권, 유스올림픽에서 입상한 선수들이다. 여러 번 출전한 경험이 자산이다. 풍부한 경험만큼 좋은 훈련도 없다. KTA는 국내 청소년은 물론 성인 선수들이 해외 오픈대회 등의 다양한 출전 경험으로 얻은 입상결과를 국가대표 선발과정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이들이 좋은 대학과 실업팀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바라지를 해 주어야 한다.

둘. KTA가 청소년 꿈나무 육성에 직접 관여를 해야 한다.

이번 유스올림픽 선발전에서 참패는 선수의 실력부족이지만, 우수선수 발굴과 육성의 의무를 진 KTA의 방관이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참패의 원인, 그 책임이 선수와 중고연맹이 아닌 KTA를 향하는 이유가 그 것 이다.

이번 타이베이에서 여러 국가 대표팀에서 한국의 부진의 현상을 보고 상위 단체인 KTA에서 누구도 파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한국은 산하단체인 한국중고태권도협회를 통해 선수선발과 파견을 책임지도록 했다. 하물며 국제경기력 향상을 위해 신설한 경기부는 물론 정보 분석관도 오지 않았다. 오히려 합숙훈련 요청을 거부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정을 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거두절미하고 올해부터 세계유소년태권도선수권대회가 개최되는 이상 선수 선발과 파견을 산하 단체에 맡겨서 될게 아니라 WTF가 직접 주최하는 모든 대회는 KTA가 선수선발, 훈련, 대회출전 파견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 우수성적을 낸 선수에게는 계속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혜택도 부여해야 한다.

“시작이 절반”이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 이후로 국가대표 관리감독은 모두 KTA가 해야 한다. 또한 그 책임 또한 KTA가 져야 한다. 그러려고 지난해 경기부를 신설했고, 국제 경기력 향상을 위해 김태환 회장 직속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설치한게 아닌가.

그리고 국제대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팀과 학교에게는 오픈대회 출전을 장려하고 후원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당장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종주국 수모”라는 기사 제목에 고개를 숙일지 걱정이다.

한국 태권도가 사는 길은 우물 안에서 밖으로 뛰쳐나오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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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음표

    얼마전 심판이 앙심을 품고 한 아버지를 간접(?) 살해한 사건이 기억나네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가대표는 지금보다 더 하면 더했지 나아지지는 않을듯...

    2014-04-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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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맨

    빽으로 국가대표 되는 나라에서

    무슨 실력을 찾겠다는건지...

    답이 없다 증말...

    실력은 특출난데 빽이 없어서 국대 못되는 찬란한 꿈나무들이 넘쳐나는구만...

    2014-04-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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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사범

    사실 오래된 이야기인데.. 한국이 점점 나약해지고 있다는 거... 코치들도 세계흐름에 너무 무딘것 같고, 매 시합때 마다 느끼는 거지만 한국선수들의 체력과 실력등이 많이 부족한것을 오래전부터 느껴 왔고 해서 해외에서 애들 가르치면서 절대 기죽지 마라고 하는이유가 해외 애들은 시합 경험이 엄청 많습니다.. 특히 전자호구 사용은 조그마한 소도시 협회에도 모든 전자호구 장비가 다 갖추어져 있어 어떤 시합이든 전자호구로 시합합니다.

    2014-03-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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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우리나라가 꼭 우승해야 되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종주국다운 실력은 갖춰야져.

    2014-03-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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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원금

    이제좀 죽는 소리좀 하지마세요 꼭 우리나라가 우승해야한다는 법이 있습니까? 결구엔 이번에도 우승했죠 우승하면뭐합니까? 누구하나알아주는 사람없고 당연한걸로 아는데 다른나라에서 우승해서 그나라 태권도 붐이 일어나서 세계적으로 태권도가 붐이 일어나는 것게 더좋습니다. 우리나라가 그만우승그만해도되도 됩니다.

    2014-03-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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