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3개 단체장에 도전했던 홍문종… 그 이유는?

  

각별한 태권도 관심 있었다고 하지만… 속내는 IOC위원이 되는 발판


국기원 이사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홍문종 의원


올해 태권도계는 그야말로 선거의 해이다.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태권도협회를 시작으로 국기원에 이어 세계태권도연맹까지 3대 단체장을 새롭게 선출한다.

대한태권도협회는 김태환 국회의원이 당선됐고, 국기원은 최고의결기구의 수장인 이사장에 홍문종 국회의원이 선출됐다. 이제 남은 건 오는 14일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WTF 정기총회에서 차기 총재 선거인데 현 조정원 총재가 단독 후보로 사실상 4선을 확정 지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선거에 모두 출마를 한 이가 있다. 정부 여당인 새누리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우여곡절 끝에 국기원 이사장에 선출된 홍문종 의원(58, 3선, 경민대학 이사장)이 주인공이다.

그는 연초부터 대한태권도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의향을 내비쳤다. 실제 여러 태권도인과 접촉해 출마를 준비했다. 그러나 당내 홍준표 전 당대표(전 대한태권도협회장, 현 경남도지사), 서병수 전 사무총장, 김태환 현 회장 등이 동시에 출마를 저울질해 나이와 당내 서열에 밀려 출마를 포기했다.

이를 계기로 오히려 목표를 높게 세웠다. 204개 회원국을 총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에 출마한 것. WTF 총재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얻기 위해 자신의 양보로 KTA 회장에 당선된 김태환 회장에게 ‘이사’직을 부탁했다.

이때 김태환 회장은 주변 태권도인들과 상의한 결과 ‘승산’이 없다고 보고 출마를 만류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그건 내가 알아서 한다’는 식으로 이사직만 달라고 종용해 얻어냈다. 최종 후보 등록을 하기 전에 고심을 거듭하다 등록일 마감 시점에 접수를 했다.

이로써 WTF 차기 총재 선거는 현 조정원 총재와 이에 도전하는 홍문종 의원의 맞대결 구도가 되었다. WTF 창설 이래 최초의 한국인끼리 대결이 됐다. 게다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까지 더해져 국내외 반응은 싸늘했다. 홍 의원은 한국인끼리 대결을 하지 않기 위해 조정원 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조정원 후보 측은 ‘단일화 이유가 없다’고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WTF 총재 후보에 등록한 후 홍문종 의원의 거취에 변화가 생겼다. 정부 여당의 안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임명됐다. 친박계 핵심 중 한 명으로 잘 알려져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인선이었다. 이날 이후로 당무로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야당과의 여러 이슈를 두고 정쟁이 가열되면서 신경을 외부로 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임하는 국기원이 새 이사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었다. 여당의 전 당대표를 지낸 정치인부터 현재 국회 상임위원장을 맡는 실세부터 여러 인사가 도전했지만 모두 이사 문턱에 나자빠졌다. 5월 30일에는 태권도 시민단체에서 회의장에 난입해 회의를 무산시키기 위해 오물을 투척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이때부터 태권도계 안팎에서 WTF 총재 후보자 홍문종 의원이 국기원 이사장에 도전한다는 계획이 전해졌다. 그 배경에는 WTF 총재 선거에 승산이 없으니 국기원 이사장으로 목표를 선회, 국기원 이사장이 먼저 선출되면 그 타이틀로 WTF 선거에 나서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등 다양한 분석이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홍 의원은 우여곡절 끝에 국기원 이사장에 선출됐다. 국기원 개원 이래 정치인으로는 최초로 이사장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사장 선출이 된 날 국기원에 방문해 “태권도인이 하나 되고 태권도가 국기로 제 위치를 잘 찾도록 치어리더 역할을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관심이 쏠렸던 ‘WTF 총재 선거 후보직’ 여부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한국 사람끼리 부딪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세계를 두루 오갈 형편이 아니다”라면서도 “여전히 WTF 리더십을 바꿔볼 때라고 생각한다.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리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진룡) 장관 승인을 받은 후 예정대로 WTF 총재 후보직을 사퇴했다. 다만 시기가 주위 예상과는 조금 다르게 조기에 포기했다.

최고의 시나리오는 멕시코 현지에 후보자격으로 가서 선거 직전 조정원 총재에게 지지 선언을 한 후 자신의 이름과 국기원 이사장, 한국에서의 자신의 영향력 등을 여러 각국 대의원에게 각인시킨 후 사퇴를 선언하는 것이다. 어차피 출마를 안 할 바에 양보심과 태권도 발전을 위해 희생한다는 느낌의 인식을 남기는 것이 이미지 메이킹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홍 의원이 조정원 총재에게 임명직 부총재를 받는 조건으로 사퇴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으나 본인도 부인했고,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혹 부총재로 임명되더라도 국기원 이사장이 된 이상 모양새가 좋지 않아 국내 태권도계 반발로 수락은 어려워 보인다.

실제 그는 오는 12일 WTF 총재 후보 자격과 국기원 이사장 자격으로 매머드급으로 출정예정이었다. 앞서 언급한 시나리오가 예상됐다. 그러나 갑자기 국내에서 사퇴를 선언한 것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루하루 국내 정치계에 큰 이슈가 터지는 만큼 당의 실무자가 개인의 영욕을 위해 국내를 벗어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선거전에 나섰다가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 때문에 마음을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여전히 그 어렵다는 국기원 이사장에 선출되었음에도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욕심 같지만 본래의 꿈은 이사장에 이어 WTF 총재도 함께 되는게 솔직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5일 국기원 이사장 자격으로 기자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무카스>의 태권도 단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이유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국기원 이사장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WTF 관심이 있었는데 국기원 이사장 선출하는 하는 과정에 WTF 총재와 같이 가면 좋지 않겠느냐는 일부 태권도인들의 의견이 있었다. WTF는 연구도 많이 하고 공부도 많이 했다. 솔직히 국기원은 공부도 별로 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여전히 WTF 총재직에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국기원 이사장이 된 홍문종 의원은 당분간 WTF 총재에 대한 꿈은 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퇴하면서 현 조정원 총재를 적극 돕겠다고 했으나 이 역시 본심이 아닌 것으로 풀이된다. 사석에서 그는 “당 사무총장만 아니었으면,,, 조정원 총재도 내가 사무총장이 돼서 좋아했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차차기 선거를 여유 있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3대 단체장을 도전한 이유는 국기 태권도를 전 세계에 알리고 위상을 세우는 역할도 있지만, 개인의 ‘IOC위원’이 되는 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홍문종 의원의 국기원 이사장 입성과 국내 일정과 상황으로 불가피하게 이번 WTF 선거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앞으로 WTF와 관련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원 총재와 관계에 따라 국기원과 WTF 간의 관계도 시시각각 변화가 예상된다.

스스로 당내 조직의 달인이라고 자처한 홍문종 의원의 태권도계 리더십은 오는 9일 첫 주재하는 국기원 이사회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장을 비롯한 상근임원을 선임하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 연속되는 만큼 큰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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