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대회 발전 방향성, 전문가들의 생각은?

  


작성자가 팔달산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옆차기를 선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태권도 품새대회 변천 과정과 타 무술과 비교분석을 통해 품새가 경기종목으로 발전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았다. 그렇다면 실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지도자, 선수, 심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품새대회장과 공식석상 또는 사석, E-MAIL을 통해 지도자, 심판, 선수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하였다. 면담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하여 가명을 사용한다. [작성자 주]

대학교수인 A씨는 공인품새의 단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품새의 격투술적 유용성과 한계(단점)에서 태권도 공인품새는 장점도 많지만, 실전 격투술적 관점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단의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공인품새는 다양한 발기술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인품새 전반에 일관성 없는 난이도 역시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공인품새는 미학적일 뿐만 아니라, 운동량에서도 동작의 수가 미흡하다고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현행 품새의 제작 시기와 제작 배경을 고려하여 지금의 관점으로 생각해 보면 미흡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현재 품새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인가 발전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대학코치 B씨는 "기존 품새는 보급용이기 때문에 너무 쉽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특히 태극품새에 대한 제 생각은 정말 무도를 배우고 싶고, 관심 있어 하는 이들, 진정한 무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을 태권도로 끌어들여야 해요. 헌데 지금 태권도의 모습은 그런 부분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한다.

과거 태권도는 성인 위주로 수련하는 무술이었다. 그만큼 다이내믹한 스타일이었지만, 저변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어느 순간부터 일선 도장에서는 과거와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성인들도 관심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품새 대회를 통해 성인들도 평생수련으로 태권도를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이뤄질 수 있지만, 내용적인 면이 풍부해지려면 현 품새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품새 팀을 지도하는 C씨는 "창작품새를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창작품새는 태권도를 표현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분야로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지요. 기존 품새는 너무 제한적입니다. "

이미 태권도 한마당 대회에서 창작품새를 시행하고 있다. 대회를 통해 많은 지도자들이 자신의 철학이 담긴 품새를 시연하고 있다. 과거 태권도 한마당에서는 우수한 입상작품을 일선도장에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도 있었으나 시행된 적은 없다.

각 팀의 창작품새를 자세히 살펴보면, 기존 품새보다 우수한 내용으로 구성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C지도자는 더 많은 대회에서 창작품새 종목을 시행하길 바라고 있었다.

상임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 D씨는 "품새 선수들은 시간이 갈수록 변화하고 있다. 지도자들도 자신의 제자를 객관적인 관점으로 판단해야 한다. 먼저 심판에 대한 불신풍토가 사라져야 한다. 앞으로 품새부문은 세계화되어야 한다. 승부에 어렵다고 다른 것을 만들다 보면 끝이 없다. 심판에게 혼란을 주기보다는 질적인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아직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기에 심판들은 준비가 덜 되어 있는 것일까? D씨는 현재 품새 대회에서 아직도 개선할 사항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잘 정비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품새 경기규칙이 제정된 지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도자, 선수들은 경쟁이라는 구조 속에서 자연스레 성장하였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품새강사 E씨는 "현재 품새 선수들은 채점규정에 맞춘 정형화된 동작, 외형적인 요소만 배워서 표현하고 있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품새의 발전을 가져올 선수들에게 깊이 있는 품새교육이 필요하다. 심판의 기준에 따라 선수들의 품새가 달라지고 있다. 숙련도와 표현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마련이 필요하다. 품새는 손과 발을 포함한 온몸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것이고 심판은 이러한 매우 복잡한 과정을 채점해야 한다. 따라서 품새에 대한 경험적 지식이 필요하다. 체험에 의한 지식이 품새 채점의 기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심판들은 체험에 의한 판정기준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심판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채점기준의 정확성은 E씨의 이야기처럼 외형적인 모습을 채점하는 것이고 숙련성과 표현성은 내면의 상태를 채점하는 것이기에 객관화하기 어려운 요소이다. 일차적으로 선수들은 정확성에 초점을 맞추어 품새를 숙달시키기 때문에 품새 동작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품새 경기규칙에는 정확성에 관하여 시작점과 끝점이 정확히 명시되어 있다. 최근에는 중간과정까지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품새 대회에서 개인전은 두 선수가 동시에 품새를 실시한다. 5명의 심판들이 동시에 실시하는 두 선수의 정확성을 채점하는 것도 어려운데 숙련성과 표현성까지 채점해야 한다.

따라서 늘 지도자들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슈의 투로처럼 정확성과 숙련성, 표현성 영역을 각기 다른 심판들이 채점하여 판정에 대한 정확성을 높임으로써 D심판의 이야기처럼 채점방법의 질을 높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마지막으로 품새선수로 활동하는 F선수는 "지금 품새대회는 대회마다 강조되는 것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아직도 품새 규정이 자리 잡지 않은 것 같고요. 그리고 세계태권도연맹에서 창작품새를 도입한다고 하는 데 진전이 없는 것도 아쉽습니다. 창작품새를 발전시키려면 태권도의 특색을 갖춘 규정을 만드는데 주력해야 되겠지요. 일반 품새만 하니까 식상해요. 다양한 품새가 만들어져야 미래가 긍정적이지 않을까요? 태권도의 독창적인 기술들을 품새로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품새가 중요하다고 하는 데 아직도 품새선수들은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필자도 품새 선수들은 지도하다 보면 깜짝 놀랄 때가 잦다. 품새에 구성된 앞차기, 옆차기는 훌륭한 반면 그 외의 발차기는 선수라고 보기에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겨루기 일변도의 발전을 지양하고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출발했던 품새대회가 오히려 양극화 되어 버려 ‘기형선수’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품새가 태권도의 모체라면 태권도의 전반적인 기술들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기존의 품새는 그렇지 못함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겨루기가 경기화됨으로서 다양한 기술이 발전했지만, 품새는 1968년 제정 이후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작품새를 통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필자가 만나 본 사람들은 위의 내용 이외에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었다. 1~2학년들이 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대학부의 문제점, 심판들의 처우 개선 문제 등 각자의 입장에서 문제의식을 느끼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통해 품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한 분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분들의 열정이 살아 있는 한 앞으로 품새대회는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각계각층의 다양한 고민과 의견들이 수렴하여 품새대회가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이벤트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연재 - 태권도 품새대회의 현황과 창작품새 종목의 발전방향>

1 - 태권도 품새대회의 어제와 오늘 - 상
2 - 태권도 품새대회의 어제와 오늘 - 하
3 - 공수도, 우슈와 경기규정 비교분석
4 - 공수도, 우슈와 이미지 비교분석
5 - 전문가 조언


[글. 전민우 사범 / 경희대 품새팀 코치, 남창도장 수석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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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사합니다

    심판제도, 변별력 없는 품새 구성, 기술 수준의 평가 등 여러가지 문제가 품새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서 우리는 접근을 어떻게 해야할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가장 선두에 서서 불편한 부분을 짚어 나가는 글쓴이다. 젊은 나이에 후학을 양성하고,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는 전민우 사범은 극진히 칭찬 받아 마땅하다.

    2016-04-0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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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이구~~~

    현재 품새만으로도 넘 고난위도입니다. 이것보다 수준을 높여 품새를 만든다면 성인층에 흥미를 끌어 올릴지는 모르지만 수련층으로 확보하는데에는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나게 될 겁니다.
    관장 사범이 하는실력을 관원생에게 요구하는것은 현실에 맞지 않습니다. 그렇게 원한다면 지도자용 품새를 만드는것이 나을듯합니다.

    2011-03-31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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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산허당이

    기존 품새의 단점을 보완할수 있는 창작품새야 말로 태권도의 비젼을 한단계 올려놓지않을까
    기대됩니다.

    2011-03-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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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년중 1번또는 2년에 한번 우승자는 역사가 될것이다 그리고 김연아 처럼 스타로 키우는것이다. 올림픽보다 더 얼마나 미래지향적이고 발전이있겠는가 그리고 모두가 대한민국으로 몰려들것이고 역시 대한민국 태권도의 종주국이다 라고 할것이다. ㅎㅎ 너무 터무니없나 ㅎㅎ 나는 준비할것이다 그런대회를 ㅎㅎ

    2011-03-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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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먼저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고 진실이 있어야할것이다. 각기 사람마다 유연성 테크닉 예술의 표연이 다르다 그러므로 심사관들의 판단으로 창작품세를 인정하고 창작품세대회에서 우승한 품세는 공인 품세로 등록하는 제도 ???

    2011-03-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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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무소

    잘 읽었습니다. 참 좋은 글을 올려서 태권도발전에 필요한 것 이 무엇인지 알리는 것 같습니다.
    저역시 또는 오래된 선배님들께서도 한결같이 품새대회를 보시면서 걱정이 많습니다.
    로보트 같다고 할까요. 뭐하는것인지 과연 저런 품새로 나이가 들어서 품새를 할수 있을까...
    저렇게 수련한 품새로 어떻게 사용할것인지... 강신철 사범님의 제자답게 참 좋은 글 올리셨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2011-03-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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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객

    공인품새.. 창작품새.. 아무리 거기서 뛰어봤자 대중성과 방송매체를 매료할 수 없지요..
    결국 태권체조, 음악이 들어가야 하고, 태권체조에서도 방방뛰고 체조나 하는 형식은
    죽어도 안되겠지요... 태권체조란 이름부터 바꿉시다.. 글로벌하게좀~
    비보이도 세계대회 잘되는데 ㅋㅋㅋㅉㅉ

    2011-03-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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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희

    규정품새의 문제점들을 잘 지적 해주신 분들이 많은데 앞으로 시행될 창작품새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는 분들이 과연 대회에서 심사관으로 활동할 수 있을지가 문제입니다.
    노파심에서 올리는 글인데 창작품새랍시고 기존의 우슈동작이나 카타의 기술들을 그대로 복사하는 일은 절대로 용납 또는 허용 해서는 않될 것입니다.
    태권도다운 미래지향적인 창작품새가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2011-03-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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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전민우 코치님 내용도 좋은데 잘못된 정보를 쓰시면 안되는데. 약력에 제1회 KTA 도장경진대회 대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출전자 명단에도 없는데 이렇게 약력을 속이면 안되죠. 제가 알기로는 대상이 강신철 관장님이신데.. 관장님 약력이 제자의 약력으로 도 쓸 수 있는 건가요?

    2011-03-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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