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만취한 태권도 고위 인사의 '굴욕'

  

태권도계 어르신들이 지켜야할 ‘품위’


2008년 8월의 베이징 때 보다 혼탁한 공기에 머리 속까지 흐려지는 그런 ‘3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열린 제4회 WTF세계품새선수권대회는 기자에게 그랬다. 출발 당일, 인천에서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카이로까지 가는 데까지 공식 비행시간만 16시간, 중간에 쉬는 시간 2시간을 더하면 이집트 땅을 밟기위해서 취재진은 무려 18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그래도 우리의 품새가 지난해 터키에 이어 올해 '4살'기념 생일상을 외국서 맞는 뜻 깊은 자리였던 지라 탁한 공기, 빠듯한 스케줄 따위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뭐, 솔직히 얘기하면 숙소인 매나하우스 뒤편으로 보이는 내리쬐는 태양 빛의 피라미드를 보고나니, 불평 가득한 마음들이 나도 모르는 새 누그러들었다. 매 아침 10시께 경기장에 나와 저녁 9시가 다 돼서야 나오는 반복적인 3일, 어찌됐건 가슴 답답한 공기 빼고는 대회와 각종 부대 행사 등이 별 탈 없이 마무리 됐다.

12월 4일 새벽 3시 30분 카이로국제공항. 이집트에서의 3일간의 번개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행 비행기 탑승을 위해 수속을 밟았다. 새벽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각국의 많은 선수단의 발길로 대기실 내부는 왁자지껄했다. <무카스> 취재진도 선수들과 한 데 어울려 담소를 나누면서 비행기에 올랐고, 4시간 뒤에 네델란드 암스테르담(환승지)에 도착했다.

각국 선수단이 자신들의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빠져나올 때 즈음, 선수단이 있던 이코노미 좌석과 조금 더 비싼 비즈니스석을 구분하기 위해 가려놓았던 커튼이 열렸다. 그런데 의당 깨끗이 비워져야할 비즈니스석 공간에(퍼스트석, 비즈니스석, 이코노미순으로 비행기에서 내린다) 다른 탑승객은 모두 내려렸는데, 짙은 코트를 입은 한 남성이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마치 다시 이집트로 가야하는 사람처럼, 그 남성은 비즈니스석 중간에 앉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비틀, 몸이 기울어졌다. 그건 바로 1년에 한번 보기도 힘들다는 '기내 만취자'였다. 한 승무원이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반응은 없었다. 거의 시체 수준이라고 해야할까. 승무원 몇명도 깨우다 못해, 짜증이 난 듯 이내 다른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그를 보는 순간 취재진은 깜짝 놀랐다. 남아메리카의 저명한 태권도 인사이자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주최하는 대회 때마다 주요직을 수행해온 유명한 'A씨'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건장한 스튜어디스들(외국 항공은 대체적으로 미모로 뽑지 않는다)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일어났다. 상당한 양의 술을 마셨던 탓인지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미 몸을 가눌 수 없어서인지, 양 옆에는 키가 큰 네델란드계 승무원 두 명이 그의 겨드랑이에 팔을 넣은 채로 간신히 중심을 잡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다른 한편으론 몇몇 승무원들이 고개를 좌우로 휘저으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라는 인상으로 비즈니스석을 나왔다. 한 태권도 저명인사의 '굴욕'이었다.

뭐, 상황에 따라서 술도 마실 수 있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과음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계 품새 동호인들의 최대 축제인 품새선수권에 참석한 WTF의 관계자이자, 해당 국가태권도협회에서도 핵심인물인 A씨가 기내에서, 그것도 자국의 코치들과 선수들이 줄줄이 통로를 따라 나가는 상황에서 곤드레만드레 된 좋은(?) 모습을 보인 사건은 정말, “이건 아니잖아”였다.

말이 나왔으니, 이참에 태권도계 어른이라며 배에 힘주고 다니시는 분들께 여쭈어 본다. 어르신들이 갖추어야할 ‘품위’는 언제 지키라고 있는 것입니까?

[암스테르담(네델란드) /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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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품새선수권 #이집트 #조정원 #양진석 #정대길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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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민철전킥복싱1위뉴욕태권도참프

    선비는.자기를알아주는사람에게.목숨을바치고.여자는자기를기쁘게해주는사람을위하여얼굴을꾸민다.사마천에.나오는.이야기다.술취한사람은.아무도.모르는게.더나을듯..올드노멀로의.복귀즉.평균으로.복귀를하기위한.올드노멀..현재사회에서.뉴노멀로.가기에는.아직한국은.리스테이킹이.있는듯하다..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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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도 한 잔..

    요즘 태권도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맨정신으로 살기 어렵다. 그래서 술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은 아닌지?
    국기원이 그렇고, 대태협이 그렇고, 시도협회가 그러하다...
    씁쓸..

    2010-04-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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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 안 취한사람

    술 취한사람은 정말 무식하군 기자가 말 하는걸 왜 꺼꾸로 끌려고 하신지 공인으로써 그것도 기내에서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어느 누구도 용납이 안돼죠, 나도 술은 아주 좋아하지만 비행기나 기차등 장거리 여행에서 술 취한분이 앉아있음 무척 그 냄새가 불쾌해서 저 역시도 자제하고 있습니다. 기자의 지적 적절 했네요

    2010-01-0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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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KD man

    A씨라뇨? 정확히 이름을 밝혀야죠.우리나라의 높으신분들 아니 저명 인사들 술로 개망신시키는 예가 한두번이 아니죠.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습니다.

    2009-12-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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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친 정신 차리세요

    상황에 따라 맞추어 술을 먹고 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태권도하면 그 정도는 알아야지,
    동감

    2009-12-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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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옐친

    나도 취했었어요....나... 러시아 지키느라 ...힘들었었어...나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품위 격조 못지켜서 ..... 세월이 세상이 취하게 할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모두가 다 바람같은 찰라의 인생일뿐이니까요.....기자양반, 취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요? 세월입니까?

    2009-12-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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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

    지적 굳````````````````````````````````````

    2009-12-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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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술취한 사람

    나 취했다. 한국 경제를 쥐락펴락 하는 우리회장님들은 더 하던데?술 갖구 시비하지 맙시다.영국신사다은 "기자"님께서 그러면 안되죠,사실을 확인할 동영상있나요 제발 태권도 이미지 실추 자제해 주세요 태권도 뭐 있나요 다 밥벌어 먹기있는데 기자도 마찬가지고 /개나 소나 돼지나 다 하는 감투들/대통령은 빼고 흐흐흐흐 사람됩시다.

    2009-12-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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