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훈의 격투칼럼-2]우리는 강팀이다. 팀 파시 편

  

빈털터리에서 힘만 믿고 챔피언을 꿈꾸며 시작한 종합격투기


위승배는 국내 MMA 팬들에게 인상적인 외모와 파워풀한 경기운영으로 잘 알려진 선수입니다. 하지만 강력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생활고와 싸우며 암 투병으로 고생하시던 아버님을 극진히 모시던 효자였습니다. 그의 이런 이야기는 공중파에 소개된 적도 있습니다. 이번 주는 이런 위승배가 이끄는 팀 파시를 만나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다이어트 환영이란 문구가 이색적인 팀 파시 종합격투기 전문 도장


팀 파시는 2007년 스피릿MC와 코리안탑팀(KTT)이 이른바 출전정지 파문이 일어나면서 몇몇 선수들이 KTT에서 나오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만들어진 팀입니다. 그때의 상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았습니다.

“그땐 참 답답했습니다. 이거 하나만 보고 왔는데 달리 방법이 없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지요. 결국 독립 후 창단이라는 다소 독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KTT의 스승님들을 100% 존경하고 있습니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권투, 킥복싱, 종합격투기, 프로레슬링 등 링에서 물리적인 힘을 주고받으며 경기를 치러내는 선수들은 링에 대한 환상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누군가를 힘으로 제압하는 물리적 행사에 심취해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링 밖이 두려워 링으로 가기도 하지요. 위승배는 어떻게 링에 올랐을까. 종합격투기에 입문한 계기를 물어봤습니다.

“유학을 갔어요. 당시에는 한국이 좁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곳에선 뭔가 다른 걸 볼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결국 그곳에서도 우물안 개구리였어요. 큰 우물에 빠진 개구리와 처지가 같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됐고, 유학실패를 경험했죠. 그러고 귀국해보니 집이 망했더라고요(웃음). 그땐 정말 힘들었죠.”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더 극한의 상황에서 낭만과 꿈을 찾는 이들이 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위승배에게 그런 시기였나 봅니다.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곱게(?) 자랐는데…. 당시 집에서 고기집을 했는데 그 일을 맡았죠. 아침에 장을 보고, 숯불을 준비하며 손님들에게 반찬을 날랐죠. 돈을 번다는 느낌은 좋았지만 정말 무료했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TV를 틀었는데 남자들이 얇은 장갑을 끼고 싸우고 있는 거예요. 정말 저도 힘이라면 자신 있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지만 한 1년 만 바짝 운동하면 챔피언되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았어요(웃음). 그래서 격투기 도장을 찾아간 겁니다.”

역시 남자는 TV를 잘 골라서 봐야 합니다.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 AFKN프로레슬링을 보고 인생항로가 바뀌었지요. 위승배는 고기집 화로보다 더 뜨거운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는 TV로 보던 종합격투기와 실제로 경험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점점 열정적으로 변해갔습니다.

“처음엔 완전 겉멋이었죠. ‘힘도 세고 싸움 좀 하니까 조금만하면 금방이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하고는 도장에서 많이 굴렀죠. 하지만 그런 시기를 경험했기 때문에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고 봐요. 제 나이에 여기서 팬티만 입고 구르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이죠.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누군가를 돕는 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플레잉코치 위승배가 강조하는 체계적인 MMA


스테이로드 부작용이 아닌 자연스러운 천연탈모라며 웃음짓는 위승배


위승배는 링에 처음 올랐을 때 ‘쨍’하고 받은 느낌을 잊을 수 없다고 하는군요. 그후 힘들고 어렵게 준비해서 이겨내던 과정, 그리고 더 강한 상대를 만나는 과정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기 전 라커룸에서 마음속으로 후회를 할 때도 있어요. ‘내가 여기 왜 있지’ 안 한다고 다짐했는데…. 그러면서도 경기가 끝나고 글러브를 풀을 때의 그 느낌을 잊지 못합니다. 내가 끝까지 갔구나. 손에선 아직 땀 냄새가 나고 내 주먹엔 상대의 얼굴을 때리던 타격감이 아직도 남아있죠. 내 인생에서 가장 처절했고 열심이었던 십 여분의 기억이 내 주먹에 기록이 되어 있는 거예요.”

위승배는 특이하게도 선수로 활동하면서 감독직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고 있는 팀 파시의 지향점과 목표를 물어보았습니다.

“즐거움이죠. 즐겁게 운동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운동을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존 프랭클린 도장에서 주짓수를 배우고, 삽 짐에서 과학적인 체력훈련을 합니다. 특히 배워서 다시 우리 것으로 만드는 것이 이른바 노하우인데 이 단계가 제일 힘든 것 같아요.”

그는 벗겨진 머리보다 더 밝게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습니다. “저희는 기본적으로 레슬링과 주짓수를 선수들에게 입혀요. 그 다음에 타격을 덧칠하지요. 복싱의 정교한 펀치, 클린 히트를 만들기 위해서 섬세한 스텝과 바디워크, 심지어 펀치의 세기도 강,중,약으로 조절을 합니다. 하지만 MMA는 ‘세게! 세게! 세게!’ 예요. 그런데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강약조절에 매끄러운 콤비네이션도 섞을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런 단계별 지향점을 설정하고 나가야 해요.”

이종격투기의 시대에서 종합격투기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다양한 트레이닝 방법과 전략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위승배 감독도 그런 것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자료수집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링 밖의 어려움을 이겨내야 진정한 파이터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더 많다고 말하는 위승배


“제가 팀원들에게 하는 첫 번째 포인트는 ‘나를 따라 하지 마라’입니다. 왜냐면 저는
조르주 생 피에르는 물론 앤더슨 실바나 표도르가 아니에요. 정점에 오른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조언자나 참고인이 될 수는 있어도 규범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떤 선수는 팔과 다리가 길고 복싱이 좋은 반면 그라운드가 약하죠. 또 당기는 힘은 좋은데 다리가 약한 선수도 있어요. 이처럼 선수들은 모두 다른 체형과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화해서 트레이닝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걸 잘 몰랐어요. 팀 만들고 1년이 지나니까 조금씩 알게 되네요.”

감독으로서 선수들과 어떻게 교류를 하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저야 덩치 크고 나이도 많고 거기다 인상이 더러워서 감독이 된거죠(웃음). 가르치고 있지만 저도 아직 제자에요. 저 보다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교감을 이루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거죠. 특히 저는 지도자면서도 경기를 뛰기 때문에 가르치는 입장과 배우는 입장을 모두 이해해야 합니다. 저 만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새로운 트레이닝법이 나오면 내가 직접 해보고 실전에 써보고 그 효용을 알 수 있으니까요.”

현재 팀 파시에는 이재선, 유오성, 이은수, 남의철 등 쟁쟁한 선수를 비롯해 FMC 오프닝파이트에서 경기를 가진 하태운과 영웅방의 이용재 등 다양한 인재들이 있습니다. 이런 선수들은 이끌면서 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운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선수들이 힘들어 할 때죠. 링에서 힘들어 할 때는 괜찮아요. 그건 훈련을 통해서 보완하면 되니까. 하지만 링 밖의 경제적인 문제로 힘들 때가 가장 힘든거죠. 얼마 전 경기에 나갔던 한 선수는 연패를 당하며 여자친구는 헤어지자고 하고, 집에선 나가라고 하고, 여기에 통장잔고는 0원이에요. 그런데 경기상대는 엄청 강해요. 이게 정말 무슨 난리인지. 근데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어요.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같이 펑펑 울었어요.”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을 지냈던 포레스트 그리핀은 3년간 친구네 집 소파에서 살았다고 하지요. 각종 요금 고지서를 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합니다. 지나고 나면 재미있는 추억이 되기도 하겠지만 현재진행형일 때는 이처럼 잔혹한 상황도 없겠지요. 선수면서 팀의 맏형으로 그리고 감독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 가장 안타까워했습니다.

“하지만 진짜 파이터는 이런 걸 이겨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려울 때도 글러브를 끼고 미트를 치고 운동을 하니까. 조금만 나아지더라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겠지요. 이런 허들을 넘을 수 있는 사람만이 격투기에서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면 빌리는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지요. 하지만 빌리는 연습할 때면 모든 것을 다 잊어버려요. 저희 팀원들도 힘들고 어려워도 여기 지하 도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모든 걸 잊고 서로에게 욕도 하고 격려도 하면서 뒹굴고 있는 우리를 발견할 때가 있어요. 그 충만한 느낌을 잊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가 그만둘 수가 없어요.”


5년 후 그 어느 팀보다 빛날 ‘팀 파시’


'앙코르 임파로(계속 정진한다)' 팔에 새겨진 문구처럼 노력을 게을리 않겠다는 위승배


끝으로 팀 파시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한 5년? 그 정도면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 어느 팀과도 당당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라고 자부합니다. 선수들이 노력하고 있고, 저도 MMA를 분석하는 능력이 점점 생기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거라고 보고 있어요. 전 저를 믿지만 저 자신보다는 선수들을 더 믿습니다. 저 또한 감독이전에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UFC와 같은 메이저무대에 대한 욕망도 있습니다. 팀도 그렇고 선수도 그렇습니다. 더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겁니다.”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너무나도 즐거운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승배 팀 파시 감독과의 만남은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한 인간이 어디까지 성장하고 성공을 이뤄내는지 지켜보는 것이 때론 UFC 메인이벤트보다 순도 높은 기대감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그의 오른쪽 팔뚝에 새겨진 ‘앙코라 임파로(계속 정진한다)’라는 문구처럼 그는 자신의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위승배 감독과의 만남으로 느꼈습니다. “팀 파시는 분명 강팀입니다.” 분명 그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김남훈의 격투칼럼은 격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이번 주는 작가의 UFC생방송 해설로 인해 한 주 지연연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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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훈의 격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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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승철

    승배가 얼굴 포스는 쩔지요. 완전 흑인삘 ㅋㅋㅋ
    파이팅 스타일도 화끈한 편

    2009-12-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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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멋지다.

    앙코르 임파로 멋진 말이군요. 위승배 선수 얼굴 포스가 장난이 아닌걸요?? ㅋㅋㅋ 멋져부러.
    밖에서 만나면.. 정말 무서버. 근데 웃는 얼굴은 진짜 천진난만, 아니 만만 하네. ^ ^
    앞으로도 정진하시고 도장 번창하세요.

    2009-09-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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