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태권도 강국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발행일자 : 2022-07-01 11:21:27
수정일자 : 2022-07-01 11:23:50
[엄재영 / kaikans@hanmail.net]
개 고생의 서막! 이란 태권도 출장기 - 4부 마지막회
자연과 함께 하는 특이한 마지막 휴일!
테헤란 공원은 우리나라 체육공원만큼 활성화 되어 있다. 공원 중앙으로 광장이 있다. 인공시냇물이 여기저기 흐른다. 간단하게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웨이트 기구는 물론 배구와 탁구,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여지없이 새벽 6시 30분 기상해 공원에 아침운동을 나갔다.
아침 일찍 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운동하는 모습이 꼭 한강 시민공원을 연상케 한다. 공원 주위에는 경찰들이 배치되고 공원 안에도 상황실과 같은 천막들이 만들어졌다. 다른 때보다 조금 다른 분위기다. 공원에는 일반인이 텐트를 치는 사람이 많아졌고 표정도 더욱 활기가 넘친다.
필자는 이란의 특이한 휴일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새해 연휴 중 마지막 날인 4월 1일 이날은 가족과 함께 자연을 만끽하고 흐르는 물에 무엇인가를 던져 소원을 비는 특이한 휴일이라고 이란의 현지인이 말한다.
아침 산책을 매일 하니 그곳에서 매일 운동하는 이란인과 낯이 익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오늘은 공원에서 음악에 맞춰 건강체조를 하는데 이란사람들과 함께 체조에 참여했다.
태권체조와 비슷해서 따라 하기 쉽고 음악에 맞춰 한참을 따라하다 보니 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다. 과격하지도 않고 운동도 되면서 흥이나니 건강체조가 매우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함께 하는 이색 스포츠가 여러 개 있었는데 유럽에서 하는 축구보드게임을 이란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실제로 하고 있었다. 참 신선했다.
한쪽에 붉은 색의 스텐으로 된 봉을 다른 한쪽에는 푸른색으로 된 스텐봉 3개를 각각 새우고 가운데에는 녹색의 스텐봉을 세워 중앙선을 만든다. 경기장 외곽선은 직사각형모양으로 안전철제를 세워 경기장을 만들어 놓았다.
세워진 스텐봉 안에 각각 3명씩 모두 9명이 경기를 할 수 있다. 경기방식을 축구 보드게임과 똑같이 축구공이 오면 상대의 진영으로 발로 차 골인을 넣는 단순한 구조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경기장면이 연출된다. 공을 막아낼 수 있고 상대를 속일 수도 있으며 공중으로 볼을 띄워 골인을 넣을 수도 있다. 공원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남, 여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한참을 지켜보며 참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이날 오전 우리 일행은 테헤란시태권도협회와 한 태권도장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차를 타고 호텔에서 30여분을 가니 한 관계자가 우리를 반겼다.
이곳은 태헤란시태권도협회였다. 우리로 따지면 서울시태권도협회와 같은 곳이다. 안으로 들어가니 사무실, 회의실, 접견실 등 모두가 우리 한국 협회와 비슷한데 놀라운 것은 전용수련장이 있다는 것이다.
사무실과 행정실을 제외한 나머지 1~2층은 모두 훈련장이다. 이슬람 종교는 앞서 설명했듯 남녀가 함께 수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수련장도 나누어져 있다. 2층은 약 60평정도로 겨루기 코드가 2개 정도 설치되어 있는 수련하기 딱 좋은 크기다.
1층으로 내려갔는데 그 시설에 깜짝 놀랐다. 정식 겨루기 경기장의 규격에 4개의 코트로 된 수련장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벽에는 종교 지도자와 태권도 관련 사진들이 붙어 있었고 후원을 해주는 업체들의 로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약 300평이 넘는 듯한 공간에 천장에는 만국기와 비슷한 것들이 달려 있고 정면에는 역시 종교지도자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곳에서 테헤란시 소속 태권도선수들이 연습하고 또 경기도 치루는 등 다양한 장소로 활용된다고 한다. 또 이란태권도한마당과 비슷한 대회를 하는데 벽에는 뒤후려차기 기계 뒤차기 기계 등이 설치되어 있고 시합을 할 수 있는 시스템 또한 갖추고 있다고 한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기 위해 한참을 기다렸다고 하는 한 소년이 우리를 반겨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한다. 미래에 이란 태권도를 이끌어갈 유망주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란의 최대 연휴의 끝자락이라 태권도 전용장에서 훈련을 하는 선수나 수련생들을 볼 수가 없었다. 휴일임에도 출근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준 테헤란시태권도협회 관계자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우리는 테헤란시에 있는 또 다른 일반 태권도인이 운영하는 또 다른 태권도장을 방문하기 위해 이동했다.
테헤란시태권도협회에서 20분정도 이동하니 제법 시내 중심가 어느 한곳에 태권도장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실 태권도장인지 잘 몰랐다. 벽의 그림이 태권도 하는 모습을 보고 알았다.
안으로 들어가니 1층이 아니라 지하에 자리 잡고 있었고 들어가자마자 태권도시간표로 보이는 운영편성표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그 편성표 안에는 코카콜라와 비슷한 글씨^^ 인 페르시아어로 다양한 class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자는 이 편성표가 궁금해서 바로 관계자에게 바로 물어보았다.
어린이반과 청소년, 성인반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각 카테고리 마다 2~3회 정도 class가 준비되어 있고 수련시간은 1시간이라고 한다. 태권도교육이 주로 운영되고 있고 아이들 레고랜드와 비슷한 곳이 마련되어 있다.
태권도 이외에도 피트니스와 TRX수련장에 전문 트레이너들이 있고 함께 온 부모님들도 수련에 참여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어린자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남, 여가 구분된 라커룸과 탈의실 등 편의시설이 상당히 잘 갖추어진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태권도장의 시설을 안내받는 동안 한 태권도 코치가 우리 앞에 섰다. 그의 이력을 말해주는데 현 이란태권도협회장을 가르친 코치이며 국가대표 코치도 많이 역임한 태권도인 이라고 소개해주었다. 이란의 태권도 레전드가 분명해 보인다.
우리가 상상했던 이란 태권도장이 생각보다 훨씬 발전되어 있는 모습에 놀랐다. 좋은 시설과 체계적인 시스템 각 파트마다의 전무적인 지도자, 트레이너들이 있어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도장운영을 엿볼 수 있는데 이란이 태권도 강국인 것은 일찍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 인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이곳을 이용하는 수련생들은 모두 즐겁게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우리가 상상하는 중동국가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친절하게 인사도 나누는 등 우리를 반겨주었다.
역시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기본적인 친절함과 이미지는 전 세계 어느 나라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공원 옆에 마침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어 우리는 해가 지기 전 이란의 전통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전통시장을 가면 현지인들의 생활과 삶의 현장을 그대로 볼 수 있고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란의 문화도 금방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구를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저녁 준비를 위해 나온 여성들이 입구 앞에서 아채와 반찬을 사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과일가게와 생활용품을 파는 상점과 여성 옷을 파는 상점, 희잡과 액세서리를 파는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스크림, 신발, 노천식당, 이슬람을 상징하는 장신, 아이들 장난감을 사려는 남성들, 고기를 파는 아주머니, 어떤 음식인지 모르지만 맛있어 보이는 간식을 파는 상인들이 어울러져 한국의 전통시장과 비슷하고 흥에 겨워 어깨춤을 추는 청소년들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먹거리가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을 유혹한다.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가 보았다. 중고 가구를 파는 곳과 수납장을 파는 상점의 바로 옆에 중고 서적을 파는 판매대를 보았다.
이란의 책들을 어떨까 하는 생각에 판매대를 가까이 가보았는데 자세히 보니 일반 서적이 아닌 전문스포츠 서적과 다양한 무술 책들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이곳에 이란에서도 이소룡이 매우 유명했고 이소룡 관련 책들이 많이 있었는데 책을 뒤적뒤적하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바로 이란 태권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강신철사범의 책이 그곳에 페르시아 언어로 번역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강신철 사범은 1984년 대한태권도협회 파견사범으로 선발되어 1985년 3월 이란태권도협회장인 싸파비씨의 초청으로 국가대표 코치로 이란과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이란에 태권도를 전파했고 이란 태권도국가대표팀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종합 2위,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준우승을 이끌었을 만큼 이란의 태권도를 최정상으로 이끌었다(주 이란대사관 블로그).
2004년 아테네 및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연속 차지했던 현 이란태권도협회장 하디(Hadi) 선수가 강신철 사범의 제자라는 사실만 봐도 강신철 사범이 이란태권도계의 신적인 존재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2015년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제 대회에서 엄청난 성장을 하며 태권도의 강국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모두 강신철사범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동의 맹주라 자처할 만큼 땅도 크고 인구도 많은 나라에서 그의 유명세는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들이 전문 서적을 판매하는 곳은 물론 이런 전통시장에서도 판매된다는 것이 나로선 놀라운 일이었다.
전통시장을 오길 잘한 것 같았다. 태권도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고 이란인들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같았다. 우리는 전통시장에서 이란사람들의 삶속에서 잠시 머물렀던 경험과 새로운 문화의 체험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움으로 느껴졌다.
호텔에 돌아와 다음날 한국을 가기 위해 짐을 챙기고 정리하면서 새로운 경험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글도 작성했다. 9박10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태권도한마당 심판교육과 평가, 이란태권도협회와 국기원과의 MOU, 테헤란시태권도협회의 시설 체험과 이란태권도장 4곳의 방문, 그리고 전통시장의 경험, 등 한국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물론 단 몇 칠로 모두를 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중동국가의 이미지, 생소하게 만 생각되는 이슬람문화, 그리고 거칠고 퉁명스러울 것만 같았던 이란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게 여유 있고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생활상은 필자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얻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이란의 페르시아제국이라는 대국의 이미지가 있는 나라이다. 한 번도 다른 국가에게 나라를 넘게 준적이 없고 심지어 중국 원나라의 침공으로 징기스칸이 쳐들어 왔을 때도 정복은 당했지만 국가 통치는 이란이 하면서 살아남았던 국가이다. 또 약속을 받아내기 힘들지만 한번 받아내면 약속을 지키는 민족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란은 태권도지도자들의 전문지식과 체계적인 시스템, 그리고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기 위해 준비된 다양한 시설, 태권도 실업팀이 존재하고 대회가 주말에 방송으로 나가고 있는 것만 봐도 태권도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이란은 물론이고 중동국가들에게 태권도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어떤 방법으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태권도라는 문화외교를 통해 전 세계는 대한민국을 주목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더 발전된 태권도의 기술과 진정한 교육적 가치를 제공해야 하다.
태권도계는 이러한 고민을 하는 동시에 우리 지도자들은 태권도 교육의 역량강화를 위해 고급기술을 습득하고 중동국가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공부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필자는 4편의 이란 방문기를 통해 이란의 태권도현장을 조명해 보았다. 그리고 비록 ‘이란’의 전부를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이란’이라는 나라를 통해 국내 태권도계에 이슬람권의 태권도문화를 이해하고 중동국가들의 태권도 전파가 더욱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칼럼을 썼다.
나 역시 중동 이슬람 국가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고 더 깊은 태권도지식을 공부해서 그 기술들을 그들과 공유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글 = 엄재영 사범 | KTA & 국기원 WTA 강사, 태망태권도장 관장 ㅣ kaikans@hanmail.net]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재영 | |
현)대망태권도관장. 현)대한태권도협회 이사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금메달(2011)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금메달(2020) 아시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금메달(2022) 전)북경체육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체육훈장 기린장 수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