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재영의 태권로드] 이란 태권도 한마당 심판 교육에서 무슨일이?
발행일자 : 2022-05-26 15:32:44
수정일자 : 2022-05-26 15:34:03
[엄재영 / kaikans@hanmail.net]
개 고생의 서막! 이란 태권도 출장기 - 2부
태권도하우스에 도착해 개강식 준비를 위해 우리는 실기장에서 대기했다. 남자 48명, 여자 29명 총 참가 인원은 77명. 연수생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최소 4단 이상 이란 태권도 유단자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국내야 4단 이상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해외는 4단 이상 유단자가 그렇게 많지 않다. 다시 말하면 4단 이상이면 고단자에 속할 정도이다.
그래서 해외 교육시 단증 참가 연한을 낮추어 적용하는게 다반사. 그러나 이란은 9단 최고단이 있을 만큼 고단자들이 많은 것도 이례적이다.
양국의 국가가 울려 퍼지고 모든 사람들은 진지하게 국가의 연주를 진지하게 들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애국가가 페르시아의 후예들인 이란에서 울려 퍼진다는 것이 위대한 느낌마저 든다.
연수 원장과 이란태권도협회장의 축사와 인사말을 하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갔다.
이번 교육의 모든 교재와 경기규칙은 채점표는 이미 영문과 페르시아어로 변역이 되어 이란 연수생에게 나누어 주었다. 한마당 심판교육은 워낙 종목이 많다보니 교육해야할 양도 많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서 날카로운 질문이 오고 갔다. 역시 연수생들이 태권도에 대한 지식 또한 풍부하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국기원에서 해외교육을 가면 연수비만 챙겨서 온다는 말들을 많이들 한다. 이런 소문에 국기원 세계태권도연수원(이하 WTA) 황보선 과장은 강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이번 교육생 연수비는 그들에게 상당한 금액. 어떤 이들에게는 한 달 이상 생활비가 될 정도란다. 그래서 우리 연수원 측에서는 하나라도 더 교육해주고 싶어 최고의 교재와 최고의 교수진을 편성해 최대한의 교육 효과를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78명 참가했기 때문에 모든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이번 교육은 적자가 안 되는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란은 원래 남자와 여자가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지 않는다. 보통은 남자와 여자가 나누어 교육하는 지도자들도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은 여성 유단자가 많이 참석하지 않아 이례적인 일이지만 남녀가 함께 교육을 받았다. 쉬는 시간에도 궁금한 사항을 계속 질문한다. 특히 여성 유단자들이 질문이 많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교육은 계속되었다. 교육을 마치고 나니 저녁7시가 훌쩍 넘었다.
다음날 두 번째 교육을 위해 우리는 교육장을 향했다. 9시부터 교육인데 8시 조금 넘은 시간부터 연수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공부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제에 이어 오전에 이론교육을 하는데 격파의 방법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해왔다. 격파를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냐고 묻는 연수생들의 반응에 연수원장은 품새교육 때 시간이 되면 격파방법의 “One point lesson”을 교육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아마도 연수생의 높은 열정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오전 이론교육을 모두 끝내고 오후 2시부터 품새 실기교육을 진행했다. 심판교육이기 때문에 품새의 몸에 움직임도 중요하지만, 품새 채점시 핵심이 되는 동작, 각 품새별 주요동작, 표현성 등에서의 주안점 등을 교육에 중점을 두었다.
연수생 중에는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우승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실력이 뛰어난 참가생들 때문에 기술 하나 하나를 신중하게 말해야 했다. 특히 이란은 태권도 지식이 상당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시간이 부족해 열심히 지도하는데 중간에 간식을 먹어야 한다고 연수생들이 어필한다. 해서 결국 쉬는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각 스케줄표에 중간 중간 간식을 먹는 시간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30분을 남기고 격파 “one point lesson”을 시작했다. 깜짝 놀랬다. 의외로 격파를 여성분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란인은 페르시아제국을 자처할 만큼 용맹함과 기골이 장대하다.
그래서 이란에서는 태권도, 레슬링, 가라테 등 투기운동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를 반영하듯 격파수업을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품새, 격파 실기교육 중 대부분 힘은 좋지만 격파의 방법이나 기본적인 자세 그리고 테크닉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격파 기술과 방법, 자세 등을 지도해 준다면 아마 세계태권도한마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놀라운 것은 한 여성 유단자의 격파에 대한 사랑이다. 그녀는 시범으로 기와 한 장을 격파해 보았는데 정확성이 떨어지고 자세가 불안정해서 그만 기와의 맨 끝부분을 가격하고 말았다.
분명 손이 다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녀의 손은 멀쩡했다. 여성이 손날과 주먹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손을 단련한 것이다. 여성이 손을 단련한다는 것은 이란은 물론 한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기기 때문이다.
어디서 단련을 배웠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으로 보고 배웠다고 한다. 주먹에 거친 굳은살이 있고, 손날의 콩알뼈 주위가 단련의 흔적이 뚜렷하게 있어 이 여성이 얼마나 격파와 단련을 해왔는지 추정할 수 있었다. 그녀의 단련된 부위가 제대로 되어 있는지 보기 위해 그녀의 손을 한번 만져보려고 하자 깜짝 놀라며 뒤로 손을 뺀다.
이란에서는 남, 여가 손을 대거나 만지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말한다.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중동 국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그만 큰 실수할 뻔 했다. 하지만 그녀가 기분 나빠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왜 격파할 때 다리를 넓게 벌려야 하냐? 어떻게 하면 많이 깰 수 있냐? 등 참가생은 수많은 질문을 계속 나에게 퍼부었다. 옆에서 통역을 하던 통역사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태권도의 종주국의 국기원 사범들한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 더 적극적이었던 것 같다.
실기교육은 저녁 7시 가까이 되어서까지 계속되었다. 저녁 7시부터 이번 ‘2022 고양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출전하는 국가대표들의 연습이 있어 경기장을 내줘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실기교육이 마무리 되었다.
이란은 이슬람 문화권으로 다른 중동국가와 다르게 문화와 국민 수준이 개방적인 편이다. 장시간 교육을 했더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각났다. 그런데 이란은 종교적으로 술을 먹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그래서 술을 파는 슈퍼나 마트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의 심리라는 것이 못 먹게 하면 더 먹고 싶어지는 것일까? 어째든 술을 먹을 수가 없어서 아쉽긴 했다. 그래서 발달한 것이 '차'를 많이 마신다. 이란은 샤프란이 유명한 차다. 이 차는 물론이고 필자가 전혀 보지 못한 다양한 차들이 존재했다.
그들은 또 흥이 무척 많다. 그래서 음악이 나오며 저절로 몸짓을 하며 흥을 즐기는 것을 가끔 공원에서 볼 수 있었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술을 먹어야 볼 수 있는 광경이라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웠다.
지난 늦은 저녁시간에 일정을 마무리하고 식사를 한 후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 있을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주먹과 손날이 단련된 그녀가 인상 깊게 생각났다. 얼마나 태권도가 좋으면 그렇게까지 단련을 했을까?
이렇게 해외에서 대단한 태권도 인데.....우리나라 태권도 관계자들은 얼마나 사랑하고 있을까?
피곤함 때문인지 금세 잠이 들었다.
세계태권도한마당 심판자격증 시험!
3월 30일. 이날 세계태권도한마당 심판교육을 평가는 자격증 시험이 있는 날이다. 이란의 연수생뿐만 아니라 국기원 연수원에서도 긴장하긴 마찬가지다. 교육을 받은 연수생들은 혹시 실수하지 않을까, 본인이 강의 받은 것들 중 놓친 것들이 있진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과 피교육생들이 느끼는 시험이라는 긴장과 약간의 초조함이 그러하다.
연수원 측에서는
1. 모두가 똑같이 공정하게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기
2. 시험지가 페르시아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혹시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유지하기
3. 연수생들이 혹시 행정착오나 실수로 불합격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4. 코로나로 방역에 대한 철저한 점검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했다. 아침 조식을 먹고 서둘러 시험장으로 가서 점검을 했다. 시험장은 태권도 아카데미 3층에 마련된 강당으로 이곳에서 필기시험을 보고 필기시험이 끝나면 곧바로 실기시험 준비를 했다. 아침부터 분주하다. 실기를 연습하는 연수생, 이론을 공부하는 연수생 다리를 수술해서 점프가 힘든 연수생, 특히 이곳에는 9단 고단자들도 있기 때문에 강사들의 행동과 말을 조심히 해야 했다.
첫 교시 시험이 시작되었다. 교실 안이 조용하고 적막이 흐르고 긴장감이 감돈다고 해야 하나? 어째든 충실하게 시험을 본 연수생들은 별 문제없이 필기시험을 마칠 수 있었다.
곧바로 실기시험이 시작되었다. 실기시험은 그 자리에서 추첨으로 품새가 결정된다. 유급자 품새 “태극8장” 유단자품새 “태백”이 추첨되었다. 추첨되는 순가 환호와 탄성, 아쉬움의 한숨들이 서로들 교차하여 귓가에 들린다.
품새 교육 때에도 느낀 것이지만, 이란 태권도인의 실력이 높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이란인들은 기본적으로 체격이 크고 기본적으로 기골이 장대하다. 신체조건이 크다보니 힘은 좋지만 상당히 느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다.
그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탄력, 스피드는 우리 한국의 사범님들과 비슷하고 힘도 좋아서 품새도 어렵지 않게 통과 할 것이 예상된다.
진지하고 최선을 다하는 연수생들, 혹시 모를 부상이나 불편함을 최소화 하려는 연수원 측과 이란의 조직위원회가 하나가 되어 공명정대하게 모든 시험이 마무리되었다.
제출된 필기시험지와 실기시험 채점지는 곧장 봉인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연수원장, 김봉환, 엄재영, 남조우(이란교육담당심사관)심사관, 그리고 참가연수생 3명이 증인이 되고 봉인된 시험지 위에 모두 싸인 하는 것으로 시험지 봉합은 마무리되었다.
자격시험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곧바로 폐회식에 들어갔다. 폐회식을 알리는 코란의 경전 낭독과 양국의 국가가 연주되고 이란태권협회장과 연수원장님의 인사말, 표창, 수료증 증정 등 이 있다.
폐회식 이후 우리는 이란태권도협회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고 연수원에서 이번 심판교육에 도움을 준 이란협회 직원들을 초청해 저녁 만찬을 제공했다.
아마 태권도로 이란태권도협회를 방문한 한국의 태권도인 이라면 이곳을 한번쯤은 다녀갔을 것이다. 필자도 이란을 세 번째 오는데 이 음식점은 매번 방문한다.
‘아비’라는 양고기집인데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아 이란태권도협회에서 내빈들이 오면 이곳으로 안내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이란태권도협회 직원들에게 이번 심판교육에 물심양면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계속 아쉬운 것은 이란은 종교적으로 술을 팔지도 사지도 못하기 때문에 건배는 콜라와 오렌지주스로 대신했다.
애주가인 필자는 가장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모여 식사를 했지만 마음이 통해서 그런지 흥이 넘치고 즐거운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3부에서 계속
이란의 태권도장을 어떻게 운영될까?
[글 = 엄재영 사범 ㅣ kaikan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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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재영 | |
현)대망태권도관장. 현)대한태권도협회 이사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금메달(2011)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금메달(2020) 아시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금메달(2022) 전)북경체육대학교 교수 대한민국 체육훈장 기린장 수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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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머나먼 이국땅의 태권도 열기가 후끈하네요.2022-05-29 11:41:1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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