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이터에게 고(告)함-일본 CMA회장 모로오카 히데카즈

2005-05-10 / 조회수 : 1,695 신고
종합격투기를 지망하는 선수에게나 또는 그것을 바라보는 팬의 입장에서도 유익한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종합격투 웹진 MFIGHT 에서 퍼온 글 입니다. 참고로 일본 CMA는 중간규모정도 되는 일본의 MMA 경기 프로모션 단체 입니다. 한편 한국의 김재영 선수가 현재 진출해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특히 팬의 입장에서 종합격투기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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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모로오카 히데카즈는 현 시점의 한국 종합격투기계를 바라보면서 어려운 말을 시작하려고 한다. 한국 종합격투기계에 대해 일본인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일지 모른다. 그러나 누구보다 한국 종합격투기계의 발전을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방관자로 머물고 싶지 않은 개인적인 바람에 어려운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 종합격투기계의 역사가 시작할 때부터 나는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마음가짐을 사랑해왔다. 강한 의지와 인내심, 추진력은 한국인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누구보다 한국 파이터의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며 한국 종합격투기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처음 바라보던 때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현재 한국 파이터들이 내가 바라던 모습과는 다른 생각을 갖는 것 같아 아쉽다. 솔직히 말한다면 현재 한국 파이터들은 조금은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한국 파이터들의 꿈은 프라이드 FC 같은 큰 규모의 대회에 진출하여 부와 명예를 얻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고 그에 따라 충분히 보상받는 것은 파이터라면 세계 어떤 선수라도 원하는 이상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그러한 큰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 파이터들은 너무 빠른 길만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점이다. 한국에서 일류라고 꼽히는 파이터들은 일본의 일류 파이터들과는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력으로 놓고 본다면 한국 선수들은 분명 많은 일본 파이터들에 뒤쳐져 있다. 그런 면에서 비교해봤을 때, 많은 일본 파이터가 이루지 못하고 있는 꿈들을 현재 한국 파이터들은 너무나 쉽고 편하게 이루려고 한다.

프로 파이터는 링 위에서 경기를 펼치면서 경제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선수들을 말한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엄밀히 따지면 실질적인 프로 파이터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프라이드 FC에 출전하는 많은 선수들 중에도 탑 클래스 선수들과 일부 일본인 선수들만이 프로 파이터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프로 파이터가 되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작은 무대에서 천천히 실력과 경험을 쌓고 있다. 그것은 일본인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프라이드 FC의 간판스타인 러시아의 에밀리아넨코 효도르와 브라질의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등의 경우에도 경기 당 1000달러 가량의 파이트 머니를 받으면서 시합에 나섰다.

그러나 한국 파이터들은 그러한 과정 없이 쉽게 성공하려고 한다. 일본 무대에 서기만 하면 곧바로 많은 파이트머니를 받고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룰 수는 없다. 만족할만한 시작이 아니더라도 큰 꿈을 향해 단계를 밟아가는 자만이 성공의 문을 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파이터의 자질 중 첫 번째는 바로 고독이다. 누구에게도 혹은 어떤 상황에서도 외롭게 스스로 강해지려고 하는 선수가 진정한 파이터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자질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눈이다.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파이팅 실력만큼이나 프로파이터가 되는 데 필요하다. 그러한 눈은 링 위에서 성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된다면 프로 파이터의 길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과도 관계가 깊다.

실력과 고독, 객관적인 눈은 내가 생각하는 프로 파이터로서의 필수 요건이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자신의 능력을 믿고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자들의 특성이다. 이러한 자질을 갖춘 이들은 단기간에 눈에 띠는 성과를 보지 않고서도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분명히 기회가 오기 마련이다. 비록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는 않지만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마음가짐만 가지고 있다면 찾아온 기회를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많은 한국의 파이터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비록 곧바로 프로 파이터로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일본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많은 파이터들에게 그런 기회를 많이 제공해왔다. 누구라도 상관없다. 단지 자신의 꿈을 위해 단계를 밟아가고 싶은 이가 있다면 나 모로오카 히데카즈를 찾아왔으면 한다. 항상 문은 열려있다.

한국 시장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천천히 단계를 밟아가는 마음만 있다면 그 잠재력이 더욱 발휘될 것이라고 본다. 나는 그런 한국 종합격투기계에 미미하지만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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