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태권도협회 슬라비 비네프 회장 별세, 향년 60세
발행일자 : 2026-10-26 16:06:43
[한혜진 / press@mookas.com]

WT 집행위원·유럽태권도연맹 부회장·국기원 최초 외국인 공모이사 역임… WT 26일 본부에 분향소 마련

불가리아에서 시작해 유럽을 넘어 세계 태권도 발전에 헌신해 온 국제 태권도 지도자 슬라비 비네프(Slavi Binev) 불가리아태권도협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60세.
선수와 지도자를 거쳐 세계태권도연맹(WT) 선출직 집행위원, 유럽태권도연맹 부회장, 불가리아태권도협회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해 온 그의 비보에 세계 태권도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특히 최근 중국과 춘천,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WT 주요 국제행사에 잇따라 참석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던 터라 갑작스러운 비보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비네프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에서 불의의 사고로 숨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 국제 태권도 현장에서 동료들과 함께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 WT)은 26일 서울 본부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마련하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세계 각국의 태권도 지도자와 관계자들도 고인의 별세를 애도하고 있다.

이날 조정원 WT 총재는 서정강 사무총장을 비롯한 임직원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아 고인의 넋을 기리고 생전의 헌신을 추모했다.
WT는 공식 추모 메시지를 통해 비네프가 불가리아를 비롯한 세계 태권도 발전과 보급에 크게 기여한 헌신적인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태권도와 국제 태권도 공동체를 향한 그의 열정과 헌신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유가족과 지인, 불가리아태권도협회, 전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했다.
고인은 불가리아 태권도의 성장과 유럽 태권도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1965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태어난 비네프는 일찍이 태권도에 입문해 선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불가리아 국내선수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고, 1990년 발칸 지역 정상에 올랐다. 1992년에는 슬로베니아 첼레에서 열린 국제 태권도대회에서 우승하며 선수로서도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지도자로서도 활약했다. 불가리아 국가대표팀과 명문 스포츠클럽 CSKA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자국 태권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썼다. 이후 태권도 행정가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불가리아태권도협회 부회장을 거쳐 회장을 맡으며 자국 태권도의 국제화를 주도했다. 유럽태권도연맹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면서 유럽 태권도 발전과 국제 교류 확대에 기여했다.
특히 불가리아를 유럽 태권도의 주요 거점으로 성장시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불가리아오픈을 비롯한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개최하며 세계 각국 선수와 지도자들이 불가리아를 찾도록 했다.
올해 5월에는 불가리아태권도협회장에 재선출되며 자국 태권도 발전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까지 WT 선출직 집행위원으로 국제 태권도의 주요 정책과 발전 방향을 논의하는 의사결정에도 참여했다.
한국 태권도계와의 인연도 각별했다. 비네프는 2019년 국기원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모집을 통해 선임된 외국인 이사였다. 한국인이 중심이었던 국기원 이사회에 외국인 태권도 지도자가 참여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인사였다.
2022년에는 국기원 이사로 재선임돼 활동을 이어갔다. 세계 태권도 본산인 국기원과 해외 태권도계 사이의 교류와 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한국 태권도계와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공동 등재를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었다.

국기원 공인 5단과 명예 8단을 보유한 그는 한국에서 시작된 태권도가 세계인의 무예이자 스포츠로 발전해야 한다는 데 깊은 애정을 보여왔다.
태권도를 바라보는 철학도 확고했다. 비네프는 태권도가 단순히 경기 결과와 메달로만 평가받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강조해 왔다. 태권도에 담긴 교육과 문화, 규율, 인성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다.
올해 초 국제 태권도 전문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태권도의 교육적 가치와 전통을 강조했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국제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뿐 아니라 도장과 지도자, 다음 세대 선수들을 위한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태권도 밖에서도 폭넓은 활동을 펼쳤다. 불가리아 국회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며 정치와 스포츠를 넘나들었다. 국제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태권도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힘을 보탰다.
불가리아올림픽위원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며 자국 스포츠 발전에 기여했다. 태권도 지도자이자 정치인, 스포츠 행정가로서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선수와 지도자들의 추모도 이어지고 있다. 불가리아에서 열린 국제 태권도대회 현장에서는 참가자들이 묵념하며 고인의 넋을 기렸다.
선수로 시작해 지도자와 행정가로, 다시 세계 태권도의 미래를 고민하는 국제 지도자로 살아온 비네프. 그는 태권도를 통해 국경을 넘는 인연을 만들었고, 한국과 불가리아를 비롯한 세계 태권도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 세계 태권도 현장을 누비며 동료들과 미래를 이야기했던 그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더욱 큰 아쉬움을 남긴다.
세계 태권도 발전을 위해 평생을 바친 슬라비 비네프. 그가 남긴 열정과 헌신은 세계 태권도인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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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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