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의 태권도 다시 묻다④] 하이록스는 기록으로 증명… 태권도는?
발행일자 : 2026-10-19 17:58:50
[한혜진 / press@mookas.com]

수련자의 성장을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발차기·겨루기의 단계별 교육체계 필요

최근 주목받는 피트니스 대회인 '하이록스'에 참가한 사람은 자신의 완주 기록을 말한다.
복싱을 배우는 사람은 처음에는 피하지 못했던 펀치를 이제 보고 움직인다고 말한다. 주짓수를 배우는 사람은 상대에게 균형을 빼앗겼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태권도를 석 달 배운 성인은 무엇이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새로운 품새를 익혔다고 답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발차기로 거리를 만들고, 움직이는 상대에게 맞는 순간을 골라 기술을 쓰게 되었다고도 답할 수 있을까.
요즘 운동의 매력은 땀을 많이 흘리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수련자가 직접 참여하고, 전에는 하지 못하던 일을 해내며, 그 변화를 확인하는 데 있다.
'하이록스(HYROX)'는 달리기와 근력·기능성 운동을 결합한 글로벌 피트니스 대회다. 참가자는 1km 달리기와 스키에르그(스키 동작을 응용한 운동), 썰매 밀기·당기기, 버피 점프, 로잉(노 젓기 운동) 등 8개 운동 과제를 번갈아 수행한다. 총 8km를 달리고 8개 과제를 마친 기록으로 자신의 수행 능력을 확인한다.
크로스핏에서는 사람마다 동작과 무게, 강도를 조절하면서 수행 능력을 키우고 함께 운동하는 경험을 강조한다. 둘의 운동 목적과 방식은 다르지만, 수련자가 “전보다 무엇을 더 잘하게 되었는가”를 알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관심을 일시적인 고강도 운동 열풍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미국스포츠의학회의 운동 분야 전문가 대상 2026년 동향 조사에서도 기능적 체력 훈련과 정신건강을 위한 운동이 주요 관심 분야에 포함됐다.
이 조사가 세계 모든 일반인의 선택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체감하고, 수련의 의미를 찾으려는 요구를 읽는 데 도움이 된다.
태권도가 신체 기능을 기르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발차기와 딛기에는 균형과 협응, 민첩성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태권도 수련이 균형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한 연구도 긍정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그러나 태권도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수업에서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인 수련자가 체력의 변화를 기대한다면 몸 상태에 맞는 강도, 충분한 반복과 회복, 변화를 확인할 기준까지 수업에 담겨야 한다.
여기서 품새를 정확히 보아야 한다. 품새는 정해진 동작을 통해 자세, 균형, 힘의 조절을 익히고 세계 태권도인이 같은 기술을 공유하게 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그러나 품새를 능숙하게 수행하는 것과 움직이는 상대에게 거리를 맞추고 공격 시점을 판단하는 것은 같은 능력이 아니다.
품새 위주의 수업이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업이 품새의 반복과 승단 준비에 주로 머문다면, 성인 수련자가 기대하는 체력의 변화와 상대에 대한 대응 능력을 보여줄 기회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격투 수련에는 또 다른 경험이 있다. 복싱에서는 상대의 진입과 타격에 맞춰 움직이고, 주짓수에서는 접촉과 균형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
오래된 무도 참여 동기 연구에서는 체력뿐 아니라 소속감, 기술 습득, 우정도 중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여성 격투 선수에 관한 소규모 연구 역시 역량감과 여러 참여 동기를 보고했다.
이를 근거로 모든 여성이 다이어트나 호신만을 위해 격투를 배운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안전하고 존중받는 환경에서 자신이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이 중요하다. 물론 수련 자체가 실제 위험 상황에서의 안전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태권도에도 상대와 마주하는 강력한 기술 자산이 있다. 다양한 발차기, 딛기를 통한 이동, 원거리에서의 거리 조절, 상대가 들어오는 순간의 받아차기다.
이것들을 수련자가 단계적으로 경험하고 있는지가 문제다. 혼자서 돌려차기를 잘하는 수련자가 다음에는 이동하며 거리를 만들 수 있는가. 그다음에는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차거나 피할 수 있는가.
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없다면, 발차기의 다양성은 도장 안에 있어도 수련자의 성장으로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도장마다 수준 높은 지도 사례가 있기에, 이 문제를 모든 도장에 일괄 적용할 수는 없다.
필자가 제안하는 것은 태권도를 시간 기록경기나 강한 접촉의 격투 수업으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 고유의 기술을 배우는 경로를 분명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먼저 ‘개별 차기’에서 정확성과 균형을 익힌다. ‘연결 차기’에서는 딛기와 거리 조절을 더하여 기술을 이어 쓴다. ‘맞춰 겨루기’에서는 역할을 정한 상대와 공격, 피하기, 받아차기를 연습하고 서로 역할을 바꾼다. 그 뒤 준비가 된 수련자가 안전 기준 아래 ‘실제 겨루기’에서 스스로 판단한다. 이는 자유겨루기로 곧장 뛰어들지 않으면서도, 상대와 만나는 기술을 차근차근 배우는 길이다.
수련의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도 더 넓어질 수 있다. 미트를 얼마나 많이 찼는지만 셀 것이 아니라 정확한 자세를 유지했는지, 움직인 뒤에도 균형을 잡는지, 알맞은 거리를 만들고 상대를 안전하게 통제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체력과 연령에 따라 운동량과 접촉 강도를 조절하고, 품 수련자와 성인 단 수련자의 조건도 구별해야 한다. 이때 태권도의 신체적 효과와 대인 기술은 수업 안에서 서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성장 경로를 개인 지도자의 경험에만 맡겨 둘 수는 없다. 지도 방법에는 개성이 있어도 각 품·단에서 익혀야 할 핵심 기술과 안전 기준, 확인할 능력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련자는 자신의 변화를 알고, 지도자는 다음 단계를 설계하며, 심사는 도장에서 배운 것을 평가한다.
하이록스의 기록이나 격투 수련의 접촉 방식을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다. 태권도에는 이미 발차기와 겨루기라는 고유한 언어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언어를 누구나 배우고 성장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드는 일이다. 다음 글에서는 그 체계에 어떤 공통 기준이 필요한지 살펴보려 한다.
참고문헌
American College of Sports Medicine. (2025, October 22). The future of fitness: ACSM announces top trends for 2026.
CrossFit. (n.d.). What is CrossFit? https://www.crossfit.com/what-is-crossfit
Han, Z., & Ju, H. (2025). Effects of Taekwondo intervention on balance ability: A meta-analysis and systematic review. PLOS ONE, 20(2).
HYROX. (n.d.). The fitness race. https://hyrox.com/the-fitness-race/
Jones, G. W., Mackay, K. S., & Peters, D. M. (2006). Participation motivation in martial artists in the West Midlands region of England. Journal of Sports Science and Medicine, 5(CSSI), 28–34.
Mathisen, T. F., Kumar, R. S., Svantorp-Tveiten, K. M. E., & Sundgot-Borgen, J. (2022). Empowered, yet vulnerable: Motives for sport participation, health correlates, and experience of sexual harassment in female combat-sport athletes. Sports, 10(5), Article 68.

[무카스미디어 = 임태희 국기원연구소장 ㅣtaeheej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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