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 파리GP 또 은메달… ‘천적’ 이란 잔디에 막혀 정상 탈환 실패
발행일자 : 2026-10-10 02:56:54
[한혜진 / press@mookas.com]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주 이어 2회 연속 준우승… 전성기 경기력 회복세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태준이 2년 만에 다시 찾은 파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전성기 시절의 빠르고 날카로운 경기력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지만, 결승에서 이란의 강호 아볼파즐 잔디에게 막혀 정상 탈환에는 실패했다.
박태준(경희대)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인근 르발루아페레 팔레 데 스포츠 마르셀 세르당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 주최 ‘2026 파리 월드태권도 그랑프리’ 첫날 남자 -58kg급 결승에서 이란의 아볼파즐 잔디(Abolfazl ZANDI)에게 라운드 점수 0-2(4-7, 6-11)로 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무주 그랑프리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은메달이다. 기대했던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 이후 한동안 이어졌던 부진에서 벗어나 경기력을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결승 상대 잔디는 2025 우시 세계선수권 -58KG급 우승자다. '한국킬러'로 불릴 정도로 한국 선수들에게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온 이 체급의 세계적인 강호다.
박태준에게도 잊지 못할 상대다. 3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2023 파리 그랑프리 16강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장본인이다. 3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설욕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잔디의 벽을 넘지 못했다.
1회전은 팽팽한 앞발 공방으로 시작됐다. 박태준은 먼저 몸통 공격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몸통 득점으로 2-2 균형을 맞췄다. 이후 서로 거리를 조절하며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승부가 갈리지 않았다.
균형이 무너진 것은 종료 9초 전. 박태준이 공격에 나서는 과정에서 잔디의 머리 공격을 허용했다. 순식간에 2-5로 뒤졌다. 이어 잔디가 한계선을 벗어나 감점을 받으면서 추격의 기회를 잡았지만, 마지막 몸통 공격을 허용해 4-7로 첫 회전을 내줬다.
2회전에서는 박태준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작부터 앞발 공격으로 압박했지만 잔디의 대응이 빨랐다. 박태준의 앞발 공격을 같은 앞발로 받아치며 몸통 득점을 올렸다. 박태준은 계속 전진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공격에 집중하는 사이 오히려 빈틈이 드러났다. 잔디의 앞발 머리 공격을 허용하며 0-5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지만 잔디의 받아차기에 연이어 몸통을 내줬다. 점수는 0-9까지 벌어졌다. 공격은 박태준이 주도했지만, 실속은 잔디가 챙기는 양상이었다.
박태준은 막판 몸통 공격으로 추격에 나섰고, 종료 10초 이내 공격을 피하던 잔디가 두 차례 한계선을 벗어나면서 추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다시 몸통 공격을 허용하며 6-11로 패했다.
결국 라운드 점수 0-2. 3년 전 패배를 설욕하지 못한 채 다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이전과 달랐다. 특유의 빠른 발과 적극적인 머리 공격, 상대의 공격을 읽고 받아차는 능력이 살아났다. 특히 준결승까지 이어진 경기에서는 상대에 따라 공격 거리와 전술을 조절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앞선 준결승에서는 까다로운 경기 운영을 하는 요르단의 자파르 알다우드(Ja’afar ALDAOUD)를 라운드 점수 2-0(8-2, 7-6)으로 제압했다.
1회전 초반 몸통 선취점을 내줬지만 중반 몸통 공격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한계선 밖으로 몰아 감점을 유도하며 3-2로 역전했다. 종반에는 상대의 공격을 머리 내려차기로 받아치고 몸통 득점까지 추가하며 8-2로 첫 회전을 가져갔다.
2회전에서도 후반 몸통 공격으로 먼저 득점했다. 이후 감점을 주고받는 공방 속에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 차를 벌렸다. 막판 상대의 몸통 공격으로 7-6까지 추격을 허용했지만 한 점 차 승리를 지켜내며 결승에 올랐다.
‘샛별’ 서은수와 8강 집안 대결 승리… 랭킹 포인트 36점 확보, 국내 선두 도약 전망
이날 박태준의 경기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승부는 한국의 차세대 기대주 서은수(한국체대)와 맞붙은 8강전이었다.
두 선수는 2028 LA올림픽을 향해 같은 체급에서 태극마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연말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권까지 걸려 있어 물러설 수 없는 맞대결이었다.
경기 초반부터 치열했다. 1회전 두 선수는 경쾌한 스텝으로 거리를 조절하며 끊임없이 공격을 주고받았다. 앞선 16강전과 달리 몸놀림도 한결 가벼웠다. 서로 적극적으로 발을 뻗었지만 좀처럼 유효타로 연결되지 않았다.
팽팽하던 균형을 먼저 깬 것은 서은수였다. 후반 서로 몸통 공격을 주고받은 직후 머리 공격을 적중시키며 5-2로 앞서갔다. 그러나 박태준은 종료 4초를 남기고 머리 공격을 성공시키며 추격했다. 이어 서은수가 한계선을 벗어나 감점을 받으면서 승부가 뒤집혔다. 종료 1초 전에는 박태준마저 한계선을 벗어나 감점을 받았다. 7-7 동점. 결국 우세 판정에서 앞선 박태준이 극적으로 첫 회전을 가져갔다.
2회전은 시작부터 난타전이었다. 서은수가 회전 공격을 시도하다 넘어져 감점을 받았고, 박태준은 상대의 뒤차기 시도를 공략하며 4-0까지 달아났다. 서은수도 곧바로 머리 공격으로 반격했다. 박태준이 몸통 공격을 성공시키자 서은수 역시 몸통을 적중시키며 한 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승부처는 후반이었다. 근소하게 앞서던 박태준은 서은수의 공격을 뒤차기로 받아치며 4점을 추가했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서은수도 곧바로 오른발 내려차기로 응수했다. 점수는 11-8. 역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박태준은 침착했다. 추격에 나선 서은수의 공격을 왼발 몸통 공격으로 받아치며 다시 2점을 추가했다. 종료 4초를 남기고 서은수가 회심의 뒤후려차기로 마지막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공격 도중 넘어지며 오히려 감점을 허용했다.
종료 직전 박태준도 한계선을 벗어나 감점을 받았지만 승부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15-10. 박태준이 라운드 점수 2-0으로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박태준은 앞선 16강전에서도 한 차례 위기를 넘겼다. 우즈베키스탄의 자홍기르 후다이베르디예프를 상대로 단신이지만 상대의 빠르고 저돌적인 공격에 고전하며 1회전을 8-15로 내줬다.
그러나 2회전부터 달라졌다. 상대에게 유리한 근접전을 피하고 유효거리를 확보하면서 몸통 공격으로 반격에 나섰다. 16-7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회전에서는 오른발 머리 돌려차기와 내려차기 등 적극적인 머리 공격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후반 상대의 거센 반격에도 18-10으로 승리하며 8강에 올랐다.
박태준의 이번 은메달은 연말 아스타나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 경쟁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대회 전 WT 남자 -58kg급 올림픽랭킹에서는 서은수가 87.6점으로 2위, 배준서가 73.6점으로 3위, 박태준이 69.76점으로 4위에 올라 있었다.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퀼라가 91.6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박태준은 이번 파리 그랑프리 준우승으로 랭킹 포인트 36점을 확보했다. 기존 점수에 단순 합산하면 105.76점으로 서은수와 배준서를 제치고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게 된다. 되려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올림픽랭킹은 WT의 점수 반영 및 차감 규정에 따라 산정되는 만큼 공식 랭킹 발표를 통해 최종 순위가 확정된다.
특히 박태준은 이번 대회에서 직접적인 경쟁 상대인 서은수를 꺾고 결승까지 진출하면서 파이널 출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올림픽(G-20), 세계선수권(G-14)에 이어 높은 랭킹 포인트가 걸린 G-10 등급의 시즌 최종 대회다. 체급별 16명이 출전하며, 한 국가에서 최대 2명만 참가할 수 있다.
올해 로마·무주·파리 그랑프리 시리즈 결승 진출자에게 우선 출전 자격이 주어지고, 나머지 출전권은 올림픽랭킹과 개최국 몫 등을 통해 배분된다.
한국 남자 -58kg급에서는 로마 그랑프리 준우승자인 서은수, 무주 그랑프리 우승자인 배준서, 무주와 파리에서 연속 준우승한 박태준까지 세 명이 출전 자격을 확보한 상황이다.
세계 최정상급 선수 세 명을 보유하고도 모두 출전시키지 못하는 셈이다. 최종 선택은 대한태권도협회(KTA)의 몫이다. KTA는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고 경기력향상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출전 선수 2명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박태준이 파리에서 서은수를 직접 꺾고 은메달까지 획득하면서 아스타나행 두 자리를 둘러싼 한국 선수 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한편, 여자 +67kg급에 출전한 송다빈은 8강에서 헝가리의 루아나 마르톤(Luana MARTON)에게 라운드 점수 0-2(0-4, 2-7)로 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마르톤은 2023 바쿠와 2025 우시 세계선수권을 연속 제패한 강호다. 지난 무주 그랑프리부터 기존 -67kg급에서 +67kg급으로 체급을 올려 경쟁하고 있다.
무주 그랑프리 우승에 이어 최근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송다빈은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 후보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마르톤의 공격을 좀처럼 풀어내지 못했다. 1회전 초반 상대에게 몸통 공격을 두 차례 허용하며 0-4로 끌려갔다. 이후 반격을 노렸지만 유효 득점을 만들지 못했다.
2회전에서도 초반 머리 공격을 허용하며 주도권을 내줬다. 종료 11초를 남기고 몸통 공격까지 허용했다. 상대의 한계선 이탈로 감점을 얻었지만 송다빈 역시 넘어지며 감점을 받아 2-7로 패했다. 두 회전 동안 공격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채 8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남자 +80kg급에 출전한 강상현(울산광역시체육회)도 16강에서 탈락했다. 벨라루스의 득점력이 뛰어난 아르티온 플로니스(Artsion PLONIS)를 상대한 강상현은 상대의 큰 신장과 긴 공격 거리에 고전했다.
1회전을 2-12로 내준 데 이어 2회전에서도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결국 3-13으로 패하며 라운드 점수 0-2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 -58kg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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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아볼파즐 잔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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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박태준(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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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헤수스 프라일레 로드리게스(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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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자파르 알다우드(요르단)

여자 +67kg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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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로런 윌리엄스(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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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쉬레이(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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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아나스타시야 코스미체바(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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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루아나 마르톤(헝가리)

남자 +80kg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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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아리안 살리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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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메달: 케이든 커닝햄(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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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세이프 에이사(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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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 모타즈 이파우이(튀니지)
[무카스미디어 = 프랑스 파리 -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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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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