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기 위대한수업]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할 것

모든 수련생을 공평무사하게 대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잘하는 수련생에게는 칭찬 한마디 더 하게 되고, 못하는 수련생에게는 잔소리 한마디가 더 나가다 보니 혹시 부모들에게 편애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도장에 어떤 결핍 때문에 부모 손에 이끌려 오는 어린 수련생들이 있다. 크게 두 부류가 있는데 첫째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수줍음이 많아 자신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에너지도 약하다.

둘째는 과잉행동, 충동성 행동이 수반되는 아이들로 집중력에 장애가 있으며 룰을 잘 따르질 못해 남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버릇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주의력 결핍으로 들은 것도 금방 까먹고 물건도 자주 잃어버린다.

ADD나 ADHD 장애를 가진 수련생이다. 에너지가 너무 높아 통제가 안 돼 다루기가 어렵다. 이밖에 타고난 재능 때문에 감각적으로 빨리 배우는 수련생이 있는가 하면, 열심히는 하는데 재능이 없어 진도가 늦는 수련생, 도장에 몸만 와 있으면 수련은 사범이 알아서 시켜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수련생, 열심히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수련생 등 천차만별이다.

자칫 가르치기가 편한 수련생을 편애하는 경향이 생기는데, 편애는 가르치는 사람이 가장 경계할 일이다. 잘하는 수련생에게 칭찬 한 번 더하고 시범을 보이도록 자꾸 앞에 세우다 보면 잘하지 못하는 수련생은 소외되고 차별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편애로 여길 수도 있다. 차별과 편애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수련생에게 공평한 애정과 관심을 주는 일은 사범의 기본자세다.

사범이 공평함에 대한 신뢰를 쌓기까지는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끌고 가기 어려운 수련생에게 더 마음을 내어 다독여 갈 수 있어야 할 텐데 억지로 하려니 더 어렵다. 본질적으로 모든 수련생은 특별한 존재다. 정말 그렇다. 신체적 능력이나 정신적 밸런스가 부족한 수련생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하도록 방치하면 우리의 설 자리는 어디겠는가. 노력 안 하는 사람, 집중 못 하는 수련생이 어떻게 노력하게 할 것인지, 어떻게 집중하게 이끌지 알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교육이자 사명이다.

허약하거나 극도로 비만한 경우 혹은 운동신경이 아주 없는 경우, 성격이 폐쇄적이거나 소극적이거나 혹은 집중력이 부족해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이들은 이미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이야말로 태권도를 가장 필요로 한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들을 잘 끌어주고 좋은 경험을 하도록 도와주면 태권도가 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선물이 되겠는가.

사범은 수련생들의 인생에 소중한 선물을 나누어주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도움이 필요한 수련생을 잘 다루기 위해선 수련생 하나하나를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모습 그대로 끌어안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약간의 노력이나 작은 발전 하나라도 만들어내면 굉장히 크게 칭찬해야 한다. ‘나도 하니 할 수 있구나!’하는 자신감을 끌어내도록 말이다.

수련생 각자의 특성을 무시한 채 모든 수련생을 한 틀 속에 집어넣어 끌고 가려는 비효율적인 방식은 버려야 한다. 수련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 속에서 용기를 북돋아주는 자세야말로 좋은 사범이 되는 밑거름이자 활력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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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순기 사범 | 미국 월드클래스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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