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택용의 태권도다움] 송다빈의 유일한 금메달... 그리고 한국 태권도의 과제
발행일자 : 2026-10-07 16:36:13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아시안게임에서 송다빈의 극적인 금메달이 없었다면, 한국 겨루기는 아시안게임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 뻔했다.
송다빈(울산광역시체육회)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태권도 겨루기 여자 +67kg급에서 값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 달 전 무주 그랑프리 챌린지 우승에 이어진 상승세였다. 아시안게임이라 해도 세계대회 못지않은 아시아의 태권도 강호들이 총출동한 만큼, 그 누구도 손쉬운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무대였다.
만약 송다빈의 마지막 금메달이 없었다면, 한국 태권도는 도쿄 올림픽에서 겪었던 '노골드'의 수모를 다시 맞이할 뻔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겨루기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출전 역사상 최초로 '금1·동4'라는 씁쓸한 성적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물론 경기 당일의 컨디션이나 운에 따라 메달 색이 바뀔 수는 있다. 하지만 대표팀의 뛰어난 선수 구성과 전력을 감안하면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종합 성적이다.
송다빈은 이번 대회 16강에서 울라 알도사리(바레인)를 2-0으로 가볍게 제압한 뒤, 8강 라마 아부알루브(요르단)와 준결승 파테메 아흐마디(이란)를 상대로 단 한 라운드도 내주지 않는 완벽하고 압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결승에 진출했다.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경기력이 눈에 띄었다.
3전 2선승제로 치러진 결승전, 첫 라운드를 먼저 가져온 뒤 상대의 맹렬한 추격이 이어지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송다빈은 앞발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끝까지 버텨냈다. 그의 뛰어난 정신력과 체력, 기술력이 어우러진 이 한 판은 대한민국 태권도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8년 만에 여자 최중량급 왕좌를 되찾은 송다빈의 금메달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2025 우시 세계선수권 대회 노골드의 아픔을 씻어내며 한국 여자 태권도 역사에 기록될 소중한 성과다.
그러나 이 눈부신 금빛 뒤에 감춰진 한국 태권도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미 전 세계 태권도의 실력은 상향 평준화되었고, 전자호구 도입 이후 해외 국가들의 기량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란,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 아시아 강호들이 맹렬한 기세로 추격하는 동안, 정작 종주국인 대한민국은 제자리에 머물며 퇴보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되돌아볼 때다.
지금처럼 아시안게임에서조차 겨루기 금메달 1개에 그친다면, 다가오는 2028 LA 올림픽에서는 도쿄의 잔혹사를 되풀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닌 눈앞에 다가온 현실적인 위기 경고다.
사실 2025 우시 세계선수권과 무주 그랑프리에서 보여준 한국 대표팀의 전력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세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강상현, 아시아선수권과 그랑프리를 제패한 문준호,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유진,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송다빈까지 거물급 선수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우리 선수들의 전술과 전략이 해외 상대들에게 철저히 노출되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아무리 뛰어난 경기력을 갖췄더라도 상대가 나의 약점을 파고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이제는 상향 평준화된 현대 태권도의 흐름에 맞춰 '전술·전략 데이터 싸움'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첫째, 전문적인 전력분석팀 구축과 AI 기술 도입이 시급하다.
각 체급 상위권(20~30명) 해외 선수들의 경기 운영 방식, 특기 기술, 습관적 행동, 라운드별 승패 상황, 주 득점 및 실점 패턴 등을 영상과 AI 기술로 정밀 분석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맞춤형 훈련을 진행하여 선수들의 실전 경기력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상대의 장단점을 타격하는 '핀셋 전술'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도자 한 명이 지도와 행정, 분석까지 전담하는 1인 3역의 시대는 지났다. 전문적인 전력분석팀이 수기 및 AI 데이터 분석으로 조력하는 현대적인 종주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카뎃·주니어 선수층 확보와 체계적인 선수 발굴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대회 일정이 너무 과도하여 선수들이 훈련과 시합을 병행하기 어렵다. 특히 고등부 선수들은 대학 입시 문제로 인해 무조건 국내 시합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훈련과 대회 참가를 효율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 또한 국제 감각을 익히려면 해외 대회에 자주 출전해야 하지만, 막대한 경비 부담이 발목을 잡는다. 실력에 경제적 여건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엘리트 태권도에 대한 지원 체계와 제도 재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태권도가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아쉬운 성적을 두고 단순히 '위기'라고 탄식만 할 때가 아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가'라는 물음 속에서 정확한 피드백과 답을 찾아야 한다.
당장 다가올 2028 LA 올림픽은 물론, 향후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백년대계의 거시적 안목으로 준비할 때 비로소 종주국 태권도의 찬란한 미래가 다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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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ㅣ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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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택용 교수 = 용인대학교 태권도학과 |
| 곽택용 교수는 태권도 엘리트 겨루기 선수 출신으로, 월드컵 세계대회와 세계군인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은퇴 후 국기원 태권도시범단에서 활동하며 다방향 격파 등 새로운 시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았고, 세계태권도한마당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세계유니버시아드대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지도자를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시범단 감독을 맡고 있다. 겨루기, 품새, 시범을 모두 아우르는 정통 태권도인으로 평가받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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