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진단] 지역무예전수관 그리고 국립무예원의 방향

  

지자체와 중앙정부 차원의 긴밀한 협력을 무예를 통해 이루어야..

지난 3월, 전통무예진흥법 전부 개정안 발의와 함께 ‘국립무예원’ 설립에 대한 국회와 정부, 우리 무예계의 논의가 활발해졌던 것도 잠시, '전통무예진흥법'과 '국립무예원'이라는 토픽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여름 무더위가 무색하게도 국회뿐만 아니라 우리 무예계에서도 논의에 대한 열기가 차갑게 식은 분위기다.

 

지난 국회 공청회가 진행되고 나서 전부개정안의 내용에 대하여 일부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무예 단체와 인사들이 있었지만, 우리 무예를 진흥한다는 차원에서 ‘국립무예원’ 혹은 ‘국립무예진흥원’의 설립은 큰 틀에서 대부분의 무예인이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여기서 국립무예원의 설립 목적과 설립 이후에 수행하게 될 주요 사업 방향에 대하여 다소 혼잡하게 의견과 인식이 뒤섞인 듯한 모습도 확인됐다.

 

이에 대하여 기존에 설립된 국립국어원, 국립국악원 등과 같은 국립 기관의 사례를 참고하여 추후 '국립무예원'이 설립된다면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구체적인 사업 운영을 이루어가야 할지 논해보도록 하겠다.

 

■ 국립무예원의 설립 목적

 

우선 '국립무예원'은 무엇을 위해서 정부가 운영하는 기관으로써 설립되는 것일까?

 

국립무예원의 또 다른 가칭인 ‘국립무예진흥원’이라는 명칭에서 확인되듯이 이름 그대로 ‘국가가 무예를 진흥하기 위하여 설립 및 운영하는 기관.’을 뜻한다.

 

기존의 국립국어원과 국립국악원, 대한민국예술원, 대한민국학술원 등과 같은 차원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을 통해 특정 분야의 진흥을 이루어낸다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 국립무예원의 활동 범위

 

국립무예원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련이 이루어지는 모든 무예 종목에 대한 진흥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야 한다.

 

물론 태권도, 씨름, 활쏘기, 택견 등과 같이 명백한 우리 고유의 무예 종목과 해외에서 창시와 계승이 이루어진 외래 무예에 대한 지원 규모와 지속성 등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국립무예원은 우리 사회에서 수련이 이루어지는 무예라면 구분 없이 진흥을 위한 지원에 힘써야 함에는 틀림없다.

 

이해를 돕기 위한 차원에서 국립국악원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가를 국립국악원과 한류스타 싸이가 함께 제작하였다.

 

아래 응원가는 오로지 순수하게 우리 국악으로만 구성되지 않고 K-POP 스타일과 적절히 배합된 맬로디와 가사로 이루어져있다.

만약 여기서 우리 국악계가 국립국악원의 활동을 오로지 국악의 전통적인 우리 형태만을 고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해외 팝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K-POP과의 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 국립무예원의 사업 방향, 그리고 지역무예전수관

 

수원시 상설 무예공연단 [출처 : 수원문화재단]

무예를 진흥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국가 기관만이 가능한 사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부 무예 인사와 단체는 국립무예원이 설립된다면 특정 종목 협회를 지정하여 대회 및 행사 지원금을 배분하는 사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국립무예원은 그보다 더욱 근본적으로 무예 진흥을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밑바탕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크게 ‘무예 자료실 구축 사업’과 ‘지역무예전수관 운영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정조대왕의 상무정신을 바탕으로 수원화성과 행궁, 그리고 장용영과 무예도보통지를 문화사업의 골자로 삼고 있는 수원시의 경우 시민 참여형 무예학교를 꾸준히 운영해왔다. 이는 지역무예전수관 설립과 운영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무예 전문 자료실 구축과 개방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 [출처 : 서울특별시]

국립국어원과 국립국악원은 각 기관에서 전문 자료실과 박물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자들의 전문 연구 영역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의 무예 관심도를 증대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무예의 저변 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무예가 하나의 산업, 학술, 문화 분야로써 민간 차원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고 기반이 탄탄해지도록 돕는 작업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기존 국립기관에서 운영하는 전자 자료실의 접근 및 열람보다도 문턱을 낮춰 모두가 무예와 관련된 자료를 접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

 

심지어 해외에서 재외국민, 또는 외국인들도 전자 자료실 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자료를 열람할 수도 있어야 하겠다. 이와 같은 대표적인 예로는 미국의 오픈라이브러리와 일본의 국회도서관, 프랑스의 국립도서관 등이 있다.

 

■ 해외 정부의 무예 진흥기관

 

우선 정부가 무예 분야 진흥을 위해 직접 관여하는 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해외의 사례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중국무술을 ‘우슈’라는 통일된 개념으로 묶고 국가체육위원회 차원에서 중국우슈협회의 지원을 통해 무예 진흥에 힘쓰고 있다.

 

대만은 중화민국 정부 설립 당시부터 이어져 내려온 중국무술을 ‘국술’로 통칭하며, ‘국술원’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며 그들의 무예 진흥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태국의 사례 또한 눈여겨 볼만하다. 태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나이카놈톰 무에타이 협회’는 태국 무에타이 민간 설화의 주인공인 영웅 나이카놈톰의 이름을 따왔다.

 

이 협회는 은퇴한 무에타이 선수들에게 연금을 지급하고 생계가 어려운 선수들에게 여러 지원을 제공하는 일종의 연금기구 또는 공제회다.

일본무도관 전경 [출처 : english wikipedia]

일본은 1970년대 재단법인 일본무도관을 정부 지원으로 설립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해체되었던 대일본무덕회의 공백을 채웠다.

 

그 아래 산하조직으로 ‘일본무도관 무도학원’, ‘일본고무도협회’, ‘일본무도학회’, ‘학교법인 국제무도대학’, ‘학생무도클럽’, ‘일본무도협의회’, ‘전국도도부현립무도관협의회’를 설립하여 규모와 목적에 맞는 세부 활동에 대한 운영을 관리 및 지원하고 있다.

 

특히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일본고무도협회’와 ‘전국도도부현립무도관협의회’다.

 

보존과 전수가 시급한 우리 전통무예 종목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전통무예 보존 활동에는 ‘일본고무도협회’에 대응하는 ‘대한전통무예협회’(가칭), 지역 단위의 전통무예 전승 활동에는 ‘전국도도부현립무도관협의회’에 대응하는 ‘전국전통무예전수관협의회’(가칭) 등을 구성할 수 있다.

 

■ 설립과 존속을 위해서는 꾸준한 대화와 이해가 필요

 

국립무예원의 설립과 그로 파생되는 여러 현안은 결코 물 흐르듯이 곧바로 진행될 사업들이 아니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무예계 내부에서의 불협화음도 있지만, 정치적, 경제적, 행정적 여건을 이유로 애당초 설립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설립이 된다고 할지라도 진행하는 사업마다 적절성을 놓고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근 무예진흥 정책을 지자체 차원에서 가장 활발하게 펼쳐왔던 충청북도와 충주시에서도 지자체장 선거 이후로 전임자의 행적 지우기 차원에서 무예진흥 정책을 백지화로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무예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그럴수록 지금 무예진흥에 필요한 요소는 언제든 대화를 받아들일 태도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국가적 차원에서 무예 진흥을 위한 기구 설립과 관련 사업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타당성과 미래 청사진을 꾸준하게 피력하고, 그에 대한 보완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의견이 있다면 그 또한 받아들이며 대화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항상 무예와 스포츠는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세계화(globalization)의 과정을 정치보다 먼저 겨쳐왔고, 이제는 세계시민화(cosmopolitanization)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이러한 대세 흐름은 비단 국내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국가들에서 공통으로 해당되는 특징이다.

 

무예와 스포츠, 즉 문화의 범주에서 그를 발전시키기 위한 관계 지향의 가치보다 정치 계산의 논리가 우선시되어서는 무예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를 빠르게 이해하고 정책 차원에 녹아내려고 하는 정부야말로 앞으로 다가오는 ‘세계시민화’ 사회에서 진정 앞서나가는 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권석무 객원기자 ㅣ sukmoo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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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k-Mu Mason Kwon
A Journalist specializing in Martial Arts, MMA, Jiu-Jitsu in Mookas Media.
Practicing various Martial Arts including Brazilian Jiu-Jitsu, MMA, Kickboxing, Kyokushin Karate, and Wrestling.
Majoring in Physiotherapy to study the human body.
Collecting and translating of ancient Martial Arts documents as a revived 
publication 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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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USADONG

    일하지 않는 정부에게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스포츠유산과가 스포츠유산팀으로 다운되었다는 것은 일하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얼마나 일을 안했으면, 중앙부처의 과가 팀으로 되었겠습니까?몇년전에서 국립무예원이야기가 나왔지만 일하기 싫어하는 이들이 할리 없고 요즘엔 몇몇이 모여 국립무예원 하면 큰 돈이 나올줄 알고 몰려다니는 모양인데 무술하는 사람들이 정신차려야 합니다.

    2022-08-01 16:58:41 Modify Delete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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