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촌놈’ 김세기, “저런 놈도 격투기선수냐”는 말까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에 이빨 꽉 깨문 1년


지난 14일 펼쳐진 김세기 선수의 결승전 경기 모습


“2라운드부터는 제 방식대로 하겠습니다.”

지난 2월14일 펼쳐진 K-1 맥스 코리아 선발 결승전(A조)에서 김세기(29,안성설봉)가 세컨드에게 한 말이다. 이날 김세기는 결승전 1라운드에서 김성욱에게 TKO직전까지 가는 펀치를 허용했다. 1라운드가 끝나고 코너로 돌아오던 김세기는 세컨드가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을 봤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머릿 속에는 ‘돌격 또 돌격’이라는 생각뿐이었다. 예전에 대결한 김성욱은 체력이 약했고 이를 노리겠다는 전략이었다. 김세기의 예상은 적중했다.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시작된 ‘김세기식 돌격’은 3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결국 김세기는 체력에서 열세를 보인 김성욱에게 역전 판정승을 거두고 K-1 맥스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K-1 맥스의 강자로 떠오른 김세기도 비난받던 시절이 있었다. 격투기를 시작한 2004년 호주대회에 참가했을 때였다. 김세기는 외국선수를 상대로 자신의 스타일인 저돌적인 경기를 펼쳤다. 경험과 기술은 부족했고, 믿는 것은 체력과 맷집뿐이었다. 결과는 비참했다. 심판전원일치 판정패였지만 KO나 다름없었다. 이 경기를 지켜본 한 격투기관장(이름은 끝까지 밝히지 않았음)은 “저런 놈도 격투기선수냐”라며 비난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김세기는 오기가 생겼다. 격투기에 미치기 시작한 것도 이때였다.

김세기는 ‘1년 뒤에 보자’라는 말을 곱씹었다. 그는 온양 KCC 생산직에서 일하며 고된 일과가 끝난 뒤에는 격투기도장에서 훈련을 했다. 체력은 문제없었다. 처음 마음먹고 러닝을 했을 때 30Km를 넘게 뛰었다. 코치는 “격투기 때려치고 마라톤 선수 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후 러닝은 10Km 안으로 줄였다. 기술이 문제였고 많은 시간을 타격훈련에 쏟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났다. 김세기는 입식타격에서 조금씩 인정받기 시작했다. 언론에서도 그를 ‘KO머신’, ‘돌주먹’, ‘마징가’ 등의 닉네임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승전에서 승리한 김세기가 승리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런 고된 훈련이 지나고 그 관장이 김세기를 찾아왔다. 김세기는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진 않는다. 어느 날 나를 폄하했던 관장이 찾아와 실력을 인정해주며 악수를 청했다. 시합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그 관장님은 예전에 나에게 그런 평가를 했는지 지금도 모르고 계신다. 이제 그 관장님과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정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김세기는 자신을 얼음보다 차갑게 평가한 사람으로부터 실력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2007년 김세기는 KCC에서 노조활동으로 인해 강제퇴사를 당했다. 10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쫒겨났다. 김세기는 이 일로 격투기만을 위한 인생을 살겠다는 결심을 했다. 현재 김세기는 오전 4시간과 오후 3시간을 훈련에 쏟아 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아직 체력이 다 오르지 않아 집중훈련을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세기는 체력을 바탕으로 저돌적인 경기를 펼치며 팬들이 즐거워하는 경기를 한다. 올해는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각오다. 체력에 기술이 더해진 ‘문경촌놈’ 김세기의 2009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김성량 수습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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