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철의 山山水水]'부산의 문대성'을 만들지 말자

  

유병철의 산산수수(山山水水) - 두 번째 이야기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하나 공개해야겠다. 한국 스포츠의 새로운 자랑거리가 된 문대성 IOC선수위원은 언제부터 그 임기가 시작됐을까. 모든 언론이 2008베이징올림픽 최대의 ‘장외금메달’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보도는 없었다.

정답은 8월24일부터다. 올림픽 폐회식에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의 IOC본부호텔에서 IOC임시총회가 열렸고, 이 자리에서 신참 IOC위원의 선서식이 열렸다. IOC헌장은 IOC위원은 총회에서만 뽑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따라서 선서식은 필수다. 이미 8월5일 120차 베이징 IOC총회가 끝났기에 언제 선서식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IOC는 24일 문대성 등 새 IOC위원을 위해 임시총회를 소집했던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기사화되지는 않았지만 KOC(한국올림픽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문대성이 대표로 선서를 했다는 ‘설’이 나돌았는데 확인해 보니 사실과 달랐다. 베이징에서 선거로 뽑힌 4명의 선수위원은 IOC관계 상 한 명씩 역사적인 선서를 했다. 단 선거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문대성 위원이 가장 먼저 했다는 의미는 있다.

아쉬운 것은 이 역사적인 장면을 담은 사진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대성 위원은 <무카스미디어>와의 통화에서 “나도 아직 사진을 보지 못했다. IOC전속 사진기자로 보이는 사람이 사진을 찍었는데 아직 받지 못했다. 11월에 IOC모임에 가면 꼭 받을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메일 하나면 받을 수 있는 사진인데 KOC나 세계태권도연맹 등 국내 IOC관련단체들의 직무태만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선서식에 문대성은 이렇게 말했다. 멘트는 토씨 하나까지도 IOC 헌장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신규 위원은 선서를 통해 의무 이행을 수락함으로써 IOC로부터 위원직을 승인받는 것이다.

“IOC 위원이 되는 명예를 허락해 주심에, 이와 같은 권한에 대한 의무를 명심하고, 최선을 다하여 올림픽 무브먼트에 봉사하고, 올림픽헌장의 규정과 IOC의 결정을 존중하고 준수하며, 윤리규정을 준수하고, 어떠한 정치적․상업적 영향력이나, 인종적․종교적 이유를 초월하며, 어떠한 형태의 차별에도 대항하고, 어떠한 환경 하에서도 IOC와 올림픽 무브먼트의 권익을 증진할 것을 선서합니다.”

제1회 아테네올림픽이 열리기 2년전인 1894년 IOC가 창설되고, 이때부터 가다듬어온 IOC위원의 취임선서인 만큼 짧은 문장 하나에 참으로 많은 내용이 응집돼 있다.

보도되지 않은 취임 선거식, 잘못 보도된 부산발언


IOC선수위원 당선 이후 코리아하우스에서 기자회견을 연 문대성


그런데 아시아의 첫 선출직 IOC선수위원이 된 문대성이 귀국한 후 여기저기에 말이 많다. 그중 가장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문대성이 자신의 고향인 부산의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는 내용이다. 올림픽스타들과 함께 부산시청을 방문해 시장님과 함께 뜻을 모았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에 크게 보도됐다. 부산은 문대성 위원이 현재 교수로 몸담고 있는 동아대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그럴 듯하다.

물론 IOC위원에게도 국적이 있고, 또 자신이 속한 나라의 올림픽 유치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스포츠외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부산하계올림픽 유치라는 양립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 둘 다 유치하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미 평창과 부산의 격전은 뜨겁다 못해 이전 ‘평창 VS 무주’의 공방전을 능가하는 죽기살기식 전면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에서 미리 조율하지 않으면 또 한번 국론분열이라는 큰 난관을 겪을 것이 뻔하다.

문대성 위원이 평창을 배제한 채 부산만을 돕는다면 이는 문제다. 기본적으로 IOC위원은 세계스포츠계 최고의 명예직으로 자국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IOC가 소속 국가에 파견한 대사로 간주된다. 국가를 대표하는 것도 아닌데 국가의 일부인 지자체의 이해에 봉사하면 안 되는 것이다. 특히 올림픽 운동과 관련해 특정조직의 이해관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문대성 위원에게 직접 확인했다. “저는 IOC위원으로 당연히 특정지역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IOC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모든 올림픽운동을 지지합니다. 당연히 부산의 하계올림픽 유치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도 모두 지지합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부산(시청행사를 말함)에서도 그런 차원에서 말한 것인데 언론을 통해 확대 해석된 것입니다.” 정말 다행이었다. 문 위원은 신참 IOC위원이었지만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또 잘 처신했다. 문제는 결국 문대성 위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해석한 언론보도에 있었던 것이다.

문대성 위원의 임기는 향후 8년이다. 또 이후에도 얼마든지 재임할 수 있다. 정년은 70세(1999년12월11일 이전은 80세)까지로 1976년생인 문대성 위원은 산술적으로 2046년까지 IOC활동이 가능하다. 문대성이 김운용 전IOC수석부위원장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스포츠외교관이 되기 위해서는 물론 본인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각자의 이해에 따라 ‘문대성’ 이름 석 자를 이용하려는 주변인물들이 없어야 한다.

[유병철 선임기자 /einer@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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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ㅎㅎ

    문대성도 인젠 욕 사 발 먹게 생겻구나 좋은일하면 좋은욕먹고 조~~금 만잘못하면 ㄱ ㅐ 취급당하겟구나 불 쌍 한 선수 ㅎㅎ

    2008-09-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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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성

    유병철 기자님의 말에 절대 공감합니다.
    우리나라는 그사람을 이용하려는 거져먹기식 인식이 많습니다.
    중요한건 본인이 피땀흘려 이룩한것을 자기들이 이해관계로 이용하려는
    나쁜 무리들이 많습니다.
    문대성 위원을 자유롭게 놔줘야한다.
    그가 빨리 IOC 내에서 자리잡을수 있도록...

    2008-09-1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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