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앞둔 태권도계 집안싸움에 ‘휘청휘청’

  

[이러다가 올림픽 퇴출?] WTF(세계태권도연맹) 위기 막전막후


친 김운용파의 흔들기인가. 아니면 현 WTF 기득권층의 자충수인가. 조정원 호의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연초 계속되는 악재로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조 총재의 오른팔인 양진석 WTF 사무총장이 동연맹 부총재이자 태국의 IOC위원인 낫 인드라파나에게 뇌물을 제공하려 했다는 의혹이 국제적으로 불거졌다. 이에 앞서 ‘반 조정원체제’의 기치를 든 WTF사무국 노조가 출범했고, 또 조 총재가 총장으로 재직(1997~2003년)했던 경희대의 한 시간강사는 체육대학측이 조 총재를 위해 공금을 유용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조 총재의 리더십 부재와 경희대 인맥 중용 등에 불만을 품은 태권도인들은 노골적으로 ‘퇴진’ 운운하며 조직적인 움직임까지 보이려 하고 있다. 반면 조 총재 측은 특정세력(김운용 전 총재 측을 가리키는 듯)의 불순한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자칫 올림픽 퇴출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는 ‘WTF의 위기’를 들여다 봤다.

[사진설명 : 조정원 WTF 총재(위 왼쪽)와 김운용 전 총재. 올림픽 관련 뉴스레터지인 ‘슈포르트 인테른’에 WTF와 관련된 뇌물 비리 혐의가 실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 맨체스터 돈봉투 사건] 2007년 9월 영국 맨체스터. 세계태권도선수권 참관 차 이곳에 도착한 인드라파나는 공항에서 여행 가방을 챙기지 못했다. 항공기 연결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양진석 WTF사무총장은 호텔(인드라파나의 스위트룸 응접실이라고 함)에서 돈 봉투를 건네려고 했다.

이에 인드라파나는 현장에서 불쾌함을 표출하며 거부했다. 당시 현장에는 태국 체육계 관계자가 있었다. 문제가 된 것은 2008년 1월 8일. 올림픽 관련 뉴스레터지인 독일의 ‘슈포르트 인테른(Sport intern)’이 양진석 총장이 인드라파나에게 뇌물을 주려한 혐의와 관련해 17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윤리위원회의 청문회(hearing)에 소환됐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이 <연합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양진석 총장은 10일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방을 잃어버린 연맹 부총재에게 편의를 위해 작은 성의를 표시한 것이 이렇게 되돌아오니 어처구니없다. 법정대응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명예회복을 하겠다”며 분개했다. 양 총장은 1월 15일 스위스 로잔으로 출국했고, 소명절차를 마친 후 18일 귀국했다.


[▲ 경희대 체육대학 비리]‘슈포르트 인테른’은 1월 6일자 e메일뉴스에서 조정원 WTF총재가 2004년 WTF 총재 선거 때 경희대의 체육기금(전국체전 지원금)을 유용했다는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는 2007년 12월 23일 국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경기도 K대학교 시간강사의 검찰 고발’ 내용을 압축한 것이다. 김 아무개 씨가 자신이 근무했던 경희대 체육대학에 박사과정 합격 대가 금품 요구와 논문대필 의혹 등 ‘총체적인 비리’가 있다며 대학교수 등 20명을 검찰(수원지검)에 고발한 사건이다. 20명에는 올리픽금메달리스트, 전 여자프로농구 감독과 함께 공금유용 혐의로 조정원 총재의 이름이 포함돼 있다.


[▲ WTF 노조 설립] 한국에 있는 유일한 세계스포츠단체 본부인 WTF 사무국은 2006년부터 노조설립을 추진해왔고 2007년 1월 4일 조합원 3명으로 민주노총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조 산하 지부(지부장 김동민)로 설립 절차를 마친 후 이를 사측(조정원 총재)에 통보했다. 이어 1월 9일 노조측 단협안을 사측에 공문으로 발송했고 17일 첫 협상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총재와 사무총장의 해외출장으로 상견례로 대신했다.

WTF 측은 3개월이나 지난 ‘맨체스터 사건’이 새삼 이 시점에서 불거져 나왔고, 동시에 경희대 체육대학 비리와 노조설립도 보조를 맞춘 것을 예로 들어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WTF의 관계자는 “뻔히 아는 일 아닌가? 2월 조정원 총재의 IOC위원 1차 심사를 앞두고 이를 흔들려는 조직적인 음모다. 관련된 사람들이 특정인(김운용 전 총재를 암시)과 가깝지 않은가. 지금까지는 태권도 단합을 위해 일일이 대응하지 않았지만 이제 끝까지 배후를 밝히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음모론은 WTF의 기자회견과 일부 언론의 보도를 통해 ‘배후에 김운용 전 총재가 있다’는 내용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마침 정권 교체기와 함께 김운용 전 총재가 1월 17일 2013년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회 창립총회에서 명예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음모론이 더 가슴을 부리고 있다.

반면 김운용 전 총재 측은 공식적으로 일체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도 “해도 해도 너무한다. 가만히 있는 사람을 왜 몰아붙이는가. 자신들의 잘못은 자신들이 해결하면 되지 옛날 평창올림픽 실패 때의 마녀사냥식으로 다시 정치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려든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다.

‘상황이 엉뚱하게 흐르고 있다.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는가’라는 측근들의 조언에 김 전 총재는 “그렇게 따지면 인드라파나도 그렇고, 노조도 그렇고, 해외사범들도 그렇고 태권도계에서 내 측근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라며 무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드라파나는 김 전 총재가 IOC위원에서 쫓겨날 때 등을 돌린 바 있고, 오히려 조정원 총재가 등장하면서 개혁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측근으로 가깝게 지내지 않았느냐는 반론을 폈다.

현역 IOC위원으로 WTF집권체제에서 부총재와 개혁위원장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사람이 뇌물수수를 문제 삼았다면 그것은 현 WTF 내부의 일이지 그것이 어떻게 김운용 전 총재와 관련이 있냐는 반문이다.

노조설립도 경희대 인맥의 독선으로 피해를 봤던 소외 인사들이 자구책으로 마련한 것이고, 특히 시간강사의 검찰 고발은 어떤 식으로 해도 김 전 총재와 연결시킬 수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히려 해외사범들을 중심으로 김운용 전 총재의 복귀 운동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자제를 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정권 교체와 관련해서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노무현 정권의 추천으로 WTF 수장이 된 사람이 바로 조정원 총재다. 그 과정에서 인간 김운용을 확실하게 죽이지 않았는가? 자기들이 그렇게 했으니 정권교체와 함께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태권도는 2009년 IOC총회에서 영구종목으로 남을지, 아니면 퇴출될 지 중요한 고비에 놓여 있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IOC위원들의 투표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만일 음모론(김운용 전 총재 측의 흔들기)이 사실이라면 이를 확실하게 밝혀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정황상 그럴 것”이라며 여운만 남기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꾸로 자신들의 잘못을 서투르게 남에게 전가하려 했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로 남을 것이고, 분명 책임을 져야 한다. (끝)

[이 기사는 일요신문 2008-01-27 819호에 게재된 내용임을 알립니다. -편집자 주-]

[유병철 기자 / 現 일요신문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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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F #세계태권도연맹 #올림픽 #국제심판 #IOC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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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론

    만약 현 총재께서 연맹을 잘 이끌어 왔다면 이런소리가 없엇을것이다.
    개혁만 외치다 보니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것이다.
    태권도인들은 잘알것이다. 태권도란 조직이 얼마나 방대하고, 힘이 있는지...
    김전총재 그시절을 그리워 하는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을것이다.
    어짜피 그대나 지금이나 밥그릇싸움이나 하는것이 똑같은거 아닌가.
    하지만 지금보다 김전총재가 있었을때가 더 좋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보다 그 밑에서 파벌싸움이 더심햇을 뿐이지.
    김 전총재의 잘못으로는 보기 힘들다.

    2008-01-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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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은 물은 고이기 마련..

    우리나라가 해방 이후 미처 처리하지 못한 친일파들로 인해 각종 언론플레이와 횡령 등으로우리나라를 뒤흔들며 각계에 영향렬을 떨치며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과 같이 김운용 전 총재의 잔류는 아직까지도 현 총재에 대한 갖은 트집과 루머를 만들어내며 태권도계를 어지럽히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군.. 일선 도장에서 이런 기사들만 접하는 분들은 모르겠지만 김운용 전 총재가 아직도 태권도계를 좌지우지하며 복귀할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만약 김운용이 다시 연맹을 잡는 다면 조정원 현 총재가 선발될 때와 같은 민주적 투표시 다시금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도대체 수십년을 해먹고도 뭐가 부족해서 아직도 난리인지.. 제발 김운용 및 그 밑에 수하들은 성찰의 시간을 좀 갖길 바랍니다...

    2008-01-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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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kd사범

    자기에 잘못을 뉘우치지 못한 당신...
    정말 아쉽다...
    도대체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게 무엇이며, 개혁, 개혁 외쳤지만
    뒤에선 구린내가 점점더 퍼지는구만.
    2009년에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남을수 잇을려나...
    본인들은 물러나면 그만이겠지만 남겨진 태권도인들이 불쌍하다.
    태권도인들이여...정신똑바로 차리자.

    2008-0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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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거짖말은 한사람은 언젠간 죄값을 치를것이다.
    개인의 사조직화 하려는 사람또한 심판을 받을것이다.
    특정대학에 휘둘려 태권도에 앞날이 밝지만을 않구나.
    본인들은 알것이다. 태권도의 발전과 위상을 위해서 깨끗하게 물라나는것 또한
    태권도를 위한것이며, 더이상 언론을 상대로 거짖을 얘기하지말라.

    2008-0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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