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만난 8살 남자친구와 약속

  

[기행문 - 상] 태권도로 하나 되는 세상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최된 ‘US 오픈 태권도 챔피언십’에 참가해 태권도공원을 홍보하고 돌아온 태권도진흥재단 연구교류팀 홍현숙 대리가 현지에서의 홍보활동과 뒷이야기를 <무토미디어>에서 2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

[상편에 이어 계속]

현지 홍보 부스에서. 필자(가운데)



16일 금요일.
시차 생각도 못할 만큼 하루하루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홍보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올랜도까지 왔는데 디즈니 월드 한번 구경을 못하다니, 오늘은 왠지 심술이 났다. (ㅡ,.ㅡ)

아침 8시에 행사장 문이 열리고 매일 매일 1천5백여 명의 선수 및 관람객들이 입장을 했다. 보통 참가지역 대표 사범님을 동행하거나 가족단위로 구경을 온 사람들이었다.

미주지역은 가족중심으로 여행을 많이 다닌다더니, 대회장에서도 가족단위의 그룹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나중에 태권도공원에도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고객들이 많겠지? 그들을 위한 숙박시설을 다양하게 준비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국내 행사장에서의 바글바글한 분위기와 비교를 하며 규모에 대해 다소 실망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행사장 면적이 국내 체육관의 5배가 넘는다. 내부가 너무 넓어서 여유있게 보인 것뿐이었다. 역시 미국은 넓다.

17일 토요일.
한국관광공사 미국 지사(뉴욕, LA, 시카고) 홍보부스가 바로 옆에 설치되었다. 4일 동안 홍보부스에서 마주치다 보니, 제법 친해졌다. 이제 서로 화장실 간 사이 서로의 부스를 봐주기도 했다.

한국에서 7년 넘게 일했다는 브래들리(Bradley)는 현재 시카고 지사에서 일을 하면서 한국인 부인과 살고 있다. 언제고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며, 본인은 겉은 미국인이지만 속은 한국인이란다. 처음에는 이 백인 아저씨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나 의아했는데,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해가 갔다. 누구보다도 한국의 회식문화와 노래방 문화를 사랑하는 한국인이었다. 이런 미국계 한국인이 더 많이 생겨야 할텐데...

18일 일요일.
대회 일정이 뒤로 갈수록 행사장도 더욱 붐비고 홍보부스에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일하는 보람이 느껴졌다. 브라질에서 왔다는 선수단들에게 태권도공원에 대해 한참을 설명을 하고 돌아서니, 한 꼬마 녀석이 눈을 똘망 똘망 뜨며 먼발치에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세계 어디나 아이들은 왜 그리 귀여운지. 홍보기념품도 챙겨주고 주머니에 있던 껌을 꺼내어 줬다. 아이들은 자고로 먹는 거에 약하니까. (^&^)

껌을 받아 씹던 녀석이 꽤 날카로운 질문을 나에게 던졌다. 태권도공원이 언제 지어지는지, 자기가 놀러가면 한국 친구들도 있냔다. 흠...그래 어린이들이 방문을 할 땐 한국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줘야 겠구나...

어린 녀석에게 아이디어를 얻다니. 주머니에 여유로 남겨뒀던 초콜릿까지 내어 주었다. 통성명을 하고 보니, 꼬마 이름은 다니엘(Daniel), 르마니아에서 입양되어 온 8세 태권도인이었다. 태권도라는 하나의 주제로 금세 친해진 우리는 태권도공원이 조성되면 꼭 한국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다.

어느 순간 다니엘의 파란 눈이 또 한 번 똘망 똘망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Miss Tina, will you be my girlfriend? 티나,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요?” 푸하하하 여튼 얼굴 하얗고 눈 파란 녀석들은 조숙하기 이를 때 없다. 내가 몇 살인 줄 알고 여자친구가 되어 달란 말인가. 조심스레 ‘누나는 나이가 너무 많단다’ 하고 설득을 하니, 태권도공원 완공할 때까지 기다리면 데이트 할 수 있지 않겠냔다.

이 녀석, 나보다도 더 태권도공원 완공일이 기다려질 듯 하다. 아이를 너무 실망시키는 것도 죄가 아닐까. (사실, 녀석 외모로 봐서 7~8년 뒤면 정말 잘생겼을 법도 하다. 하하) 2013년 우리는 태권도공원에서 데이트를 약속하며 손가락을 걸었다.

태권도공원은 대한민국의 야심찬 프로젝트이며, 태권도를 통해 국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태권도인들의 몸과 마음의 고향이 되어 줄 것이다. 태권도의 가장 큰 시장이라는 미주 지역에서 열린 이번 “US Open Taekwondo Championship”에서 만난 태권도인들은 태권도공원을 통해 ‘한국’을 느끼고 싶어하며, ‘태권도’ 종주국의 역사를 느끼고 싶어했다.

우리 세대에 우리가 만드는 세계 문화유산, 태권도공원!
이제 난 8살짜리 남자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태권도와 태권도공원을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 연재 끝 -

“설 연휴를 반납한 채 머나먼 타지에서 태권도공원 홍보를 위해 고생하신 홍현숙 대리께 태권도인들을 대신하여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무카스뉴스 편집부 -


- harrison@mooka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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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

    홍현숙 대리님~~
    설연휴동안 미국에서 넘 고생 많았어요...
    좋은 글도 감사합니당.

    2007-03-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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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승길

    사랑은 국경도 나이도 초월한다던데 홍대리의 이번 출장은 귀한 인연의 고리를 잇는 계기가 될지도.... ^.^
    또한, 본고장인 미국에서 홍대리의 영어 실력을 입증하고, 더욱더 분발할 수 있는 촉매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해서 열심히 노력하기를!

    2007-03-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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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전 세계 태권도인들이 꼭 태권도공원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2007-03-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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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대문 태권브이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홍대리님 같은 분이 계셔서 태권도계에 희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비전이나 새로운 것에 대한 홍보는 모름지기 이렇게 해야 할 것입니다.
    가슴과 가슴이 만나는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진흥재단에도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네요...재단의 희망 !! 화이팅 !!!

    2007-03-1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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