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기 위대한수업] 교육의 틀은 배려의 시작인 까닭!

잘 따라오지 못하면서 배우려는 열의도 없어 실력이 엉망인 수련생들을 교정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볼멘소리가 나온다. 도대체 배울 생각이 있기는 한 건지 화가 나기도 한다. 동작이나 자세를 교정하는 것은 태권도 수련의 커다란 부분이다. 어떤 수준에 있든지 고쳐야 할 것이 있게 마련이지만 시간의 제약, 개인의 능력 차이로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교정해야 하는가 가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초보자나 잘 따라오지 못하는 수련생은 교정해 줄 게 너무 많다.

그 수준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우선 고쳐주어 조금씩 수월하게 따라오게 해야 한다. 너무 많은 것을 한번에 뜯어고치려 들면 도리어 혼란만 가중되고 자신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 교정은 동기유발하는 교정이어야 한다. 교정할 때는 부정적인 언어보다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지시를 잘 따라오지 못하는 수련생에게 사범이 언짢은 목소리로 “No! 그렇게 하면 안 돼!

아니 이렇게 보여줘도 못 해? 몇 번을 말했어? 대체 뭘 들은 거야?” 보다는 “옳지, 잘했구나. 그럼 이번엔 이렇게 해보는 게 어떨까?” 가 낫다.

핵심적인 단어를 가려 요점을 짚어줘야 한다. 너무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려고 장황하게 설명해도 안 되고 적당한 때를 가려 그 수준에 맞는 것을 필요한 만큼 간단명료하게 짚어주어 혼선을 피해야 한다. 한번에 고쳐 잘하기보다 숱한 반복 속에서 조금씩 감각을 깨우쳐 익숙한 동작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교정해 주어야 한다.

교정한 부분은 반드시 다시 확인해 주어야 한다.

“어때, 그렇게 해보니 느낌이 다르지? 동작이 훨씬 좋아졌지? 힘이 더 느껴지지?” 수련생이 스스로 변화를 느끼도록 유도해야 한다. ‘아, 내가 이렇게 고쳐졌구나, 전보다 나아졌구나.’ 이렇게 실력이 익어가고 수련의 결과가 가시화 될 때 수련생은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교정에서 또 조심할 부분이 있다. 대충 보여주고 가르치고 나서 “ 이놈, 틀리기만 해봐라!”는 식이어도 안 된다. 남들 앞에서 수치심이나 주눅이 들도록 야단치는 것은 지적이다. 더 잘하도록 동기유발하는 교정이 아니다. 지적은 마음에 상처만 준다.

정감어린 교정과 수치심을 유발하는 지적을 구분해야 한다. 우리야 평생을 해온 일이지만 그들에겐 익숙지 않은 일인데다 운동능력마저 떨어져 잘 따라오지 못해 의기소침해 있는 수련생에게 함부로 지적하고 야단치면 수련생이 받을 수치심, 마음의 상처는 어찌하겠는가. 배우는 사람에게 인내가 필요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필요한 교정을 해주더라도 클래스의 에너지 흐름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도록 타이밍도 잘 살려야 한다. 한참 힘차게 잘 흘러가는 수업을 끊고 조목조목 장황한 설명이 이어지면 지루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간단명료하게 어디가 문제인지 어디를 고쳐야 할지 핵심만 짚어 설명한 다음 스스로 열심히 반복하는 가운데 사범이 강조한 바를 느끼게 해야 한다. 교정된 부분을 평가하고 다시 칭찬한다. 이럴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된다.

긍정적인 칭찬과 교정을 반복하는 과정은 중요하지만 쉽지 않다.

수련생을 지도할 땐 칭찬을 먼저 하고 교정한 후 고쳐진 부분에 대해 다시 칭찬해야 한다. 이때 강렬하고 적절한 감탄사를 섞어 사용하면 효과가 더욱 좋다. “와~ 대단하네요, 아주 인상적입니다, 아주 보기 좋아요, 아주 잘 했어요, 놀라운데요, 훌륭해요, 아주 멋져요, 환상적입니다, 완벽해요!”

이런 추임새를 붙여 칭찬해 주면 좋다.“잘 하긴 했어, 그런데 말야……” 이러면 잘 한 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

“아주 잘했구나, 그렇다면 이제부턴 이렇게 해 보는 게 어떨까?” 지금까지도 잘했지만 더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뉘앙스가 전달되도록 말해야 한다.

수업 직후에 부모를 만나서도 아이 칭찬을 하면서 무엇이 나아졌는지 가능한 상세하게 짚어주고 무엇을 더 힘써야 할지 알려주면 도장과 가정을 잇는 입체적인 교육이 된다.“스미스 부인, 오늘 존이 대단히 잘했습니다. 품새도 잘 따라오고 있고 집중력도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님의 관심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집에서도 품새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겠죠?”

교육의 틀은 배려다. 수련생에 대한 깊은 배려를 통해 어떻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주고 어떻게 이끌어야 잠재력을 최대한 꺼내줄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 바로 교육의 틀이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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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순기 사범 | 미국 월드클래스 press@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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