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철 칼럼] 아이들이 꽃 피우기까지 지도자가 해야 할 일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지금은 태권도 기본기 수련 중이다.

“애들아 꽃이 어떻게 피는지 아니? "

"씨앗이 땅에 떨어지고 오랜 시간 뿌리로 깊이 내려 땅의 자양분을 흡수해야지만 잎을 맺고 꽃이 피는 거란다”

 

태권도 기술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본기 수련이다. 그래서 많은 시간 기본기 수련에 할애한다. 지도자 역량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재밌게 이끌어 가겠지만, 그럼에도 반본적인 기본기 수련은 지루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종종 씨앗 비유를 통해 기본기 수련의 중요성을 이해시킨다. 새싹이 보이지 않는다 해서, 삽을 들어 파버리면 새싹은 커녕 꽃을 맺지 못하는 과정에 빗댄 것이다.

 

아직 어린 딸들을 키우다보니 일상이 항상 같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아내는 두 딸의 등원 준비를 서두른다. 종종 도와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아내가 맡아서 한다. 밥을 먹다가도 딴 짓을 해 시간이 지체되고, 옷을 입다가도 장난감을 만지고, 장난감을 만지다 서로 싸우고, 그 외의 여러 변수들이 항상 일어난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내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예인아 너가 가만히 있지 않으면 엄마가 양말을 시켜줄 수 없잖니?”

 

조곤조곤한 말투로 아이에게 이야기 한다. 물론 아이는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분한 모습을 유지한다. 그런 모습을 본 첫째가 심술이 났는지 자기도 신겨 달라고 한다. 문득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농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의 뿌리가 땅속으로 들어가 자양분을 흡수하여 건강한 뿌리가 될 때까지 화를 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해 화를 내는 것은, 새싹이 보이지 않는다고 삽자루를 들어 땅을 파는 것과 태권도의 기본기가 지루하다 해서 수련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게 없어 보인다.

 

아이라는 씨앗을 가진 부모나 선생은 인류의 책임을 대신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 헌신을 통해 인류는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른인척 근엄하게 살고 있지만, 어른은 근엄한게 아니라 희생을 전제로 산다는 것을 잊고 지내고 있다. 많은 어른들은 타인의 실수 앞에서는 냉정하지만, 자신의 실수 앞에서는 무감각하다. 타인이 자신의 자녀에게 실수하는 것은 관대하지 못하지만, 자신이 자녀에게 범하는 실수는 감정을 넘어서 폭력적이기까지 한 순간들이 많다.

 

어른이 되면 가장 먼저는 하는 것이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은 아닐거라 생각하지만, 가면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다.

 

어제 수련은 참 힘들었다. 성격 탓인지 여전히 5~6세 아이들에게도 태권도를 잘 가르치고 싶다. 그러나 능력이 부족해서진인지 여전히 힘들다. 집중하지 못하거나 이상 행동을 보일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으로 여러 방법을 써보면서 이제껏 시간을 보냈지만 어떤 방법을 해도 달라지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오늘 아내의 모습은 나의 갈증 앞에 청량감을 주었다.

 

그냥 꼭 안아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현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의 뿌리가 건강하게 땅속으로 파고든다면 언젠가 멋진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으리라는 착각이 그간 나를 괴물로 만들고 있었다.

 

오늘도 화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도장에 출근한다.

끝날 것 같지 않지만 지금은 태권도 기본기 수련 중이다.

 

[글 = 정준철 관장 | bambe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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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철
긍휼태권도장 관장

브랜드발전소'등불'대표
대한태권도협회 강사
TMP격파팀 소속
<도장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정준철 #칼럼 #어른 #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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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사녀

    오늘만큼은 나도 화내지 말아야지^^
    정사범님을 응원합니다.^^

    2019-10-11 14:42:36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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