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칼럼] ITF 태권도의 우월성?! 실전성?!


  

무도의 우월성을 논하려면 수련의 깊이부터 채우자.

서로 다른 무도의 '어떤 점이 우월하고 실전적인가'는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였다.

 

필자도 ITF 태권도를 하기 전까지는 16년 전 WT 태권도를 수련해왔다. 단지 ITF가 더 우월해 보여서, 또는 실전성이 더 뛰어나 보여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역사적인 부분이 서로 달라 관심이 갔고, 그러던 중 기술적인 부분을 체험하면서 WT 스타일 못지않게 ITF 스타일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 수련을 시작한 것뿐이다.

 

물론 무도(무술)마다 고유의 힘 원리와 장단점이 있다. 그 장점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무도(무술)를 선택해 수련하면 된다. 수련자가 선택한 무도(무술)를 깊이 있게 수련하고 잘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무도(무술)만의 장점을 표현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으로 ITF 태권도가 스파링 형식으로 볼 때 실전성이 더 있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태권도의 구성 중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스파링만으로 실전성을 논하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빙산의 일각만을 보고 빙산 전체의 크기를 논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WT 스타일의 태권도를 하시는 사범님들 중에도 품새와 각 기술을 잘 풀이하여 실전성에 맞게 표현하시는 분들도 꽤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들 사용자가 사용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아닐까?

 

고로 자신이 하는 무술에 애착이 있는 만큼 그 우월함과 실전성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그에 걸맞은 깊이 있는 수련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경험상 위와 같은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아쉽지만 비교적 수련의 깊이가 없는 분들이었다. 어느 정도 수련의 깊이가 있어야 종류는 달라도 원리에 대해 이해하고 더 존중할 수 있다. 유급자의 이해정도와 유단자의 이해 정도가 다르듯이 말이다. 그러므로 함부로 타 무술에 대해 논하지 말자 제대로 수련해 보지도 않고 마치 다 아는 양 논하는 행동은 무도를 수련하는 수련자가 갖추어야 할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또한, 나이와 무도(무술)의 깊이가 비례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곳에 장유유서(長幼有序)를 내세운다. 실력 이전에 나이가 우선이고 설령 나이가 어린 사람이 조금 더 알더라도 잘 인정하지 않는다. 잘못된 관습이다. 나이가 많다 해도 배울 필요성이 있는 대상이 있다면 인정하고 배우자. 그게 사범이기 이전에 수련자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이 살아가며 잊고 지내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가.

 

우리가 하얀 띠를 매고 수련하던 시절의 초심이 어느새 지도자라는 명목 아래 달라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도복을 입고 있는 우리는 모두 수련자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인상적인 글을 본 적이 있다.

 

한 아이가 게임을 하다가 져서 ‘Fail’이라는 글귀가 화면에 뜨자 엄마가 너 저 글자가 뭔지 아니?’ 하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실패라고 말했고 엄마는 다시 실패는 뭔지 아니?’라고 되물었다. 아이는 , 다시 하는 거라고 말하더라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당연히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어느새 어른이 된 우리는 실패가 곧 끝이라는 생각에 잡혀있는 듯하다. 지도자 역시 다시 일어서라고 가르치고 있지만 끝내 좌절하는 분도 많이 봤다.

 

어느 순간 어른이 되고 무언가를 계속 채워야 하는 삶을 살아가다 보니 채워진 부분만큼 잃어가는 것도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아이들로부터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깨닫듯이 검정 띠가 되어 망각했던 내용을 하얀 띠 수련자들을 통해 그 시절 소중했던 마음가짐을 다시 상기하는 일 또한 지도자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다시 실전성의 문제로 돌아가자.

 

ITF 태권도가 실전성을 가지고 있느냐 묻는다면 당연히 실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필자도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모두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틀 안에 나오는 기술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바로 적용시킬 수도 있는 내용이 많다. 눈 뚫기, 눈 긋기 등 여성들도 작은 힘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기술들이 실제 틀 안에 많이 있다.

 

스파링 역시 태(() 이라는 이름에 맞게 손과 발을 이용해 치고 차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물론 경기이기 때문에 포인트를 뺏는 개념으로 스파링을 하고 풀컨택트 형식의 스파링도 따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주먹 기술의 비중이 높아 실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방어구 역시 글러브와 발 보호대, 낭심 보호대, 마우스피스만 착용하여 실전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틀 수련 역시 틀의 기술을 실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형식으로 수련도 하고 있다.

 

경기용과 실전용 스파링을 구분하여 기술을 활용하는 연습도 하니 ITF 수련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실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월성은 필자 역시 너무 부족한 부분이 많아 우월함을 강조하고자 하기보다는 수련자들 스스로가 수련을 통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수련의 깊이를 쌓는데 노력할 것이다.

 

모든 무도(무술)는 각각 고유의 우월성과 실전성이 있다. 도복의 모양과 색이 다르다 하여 내 것이 최고라는 우월주의적인 사고는 자제하고, 일반인과는 다르게 도복을 입고 무도를 수련하는 사람들로서 서로 존중하는 당연한 자세를 기르도록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유승희 사범 ㅣ pride6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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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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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희진

    너무 좋은 글입니다. 무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서로의 무술의 특징을 겉으로만 보고 판단하지 않고 서로 존중해주면서 더 깊이 이해를 하려고 하는 자세가 중요한데 말이죠. 잘 읽었습니다

    2021-09-07 16:54:07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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