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칼럼] 대회는 수련과정의 이벤트일 뿐이다!


  

대회는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의 이벤트일 뿐이다.

문득 ITF태권-도에 입문한 후 첫 시합에 참가했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동료들과 첫 세계대회 참가 때였다. 설렘으로 당일 새벽까지 정말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첫 대회를 마친 직후 당연한 결과였지만,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밀려드는 아쉬움에 여러 감정들이 섞이며 동료들과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던 추억은 지금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그 후 지금까지 여러 대회를 나가면서 더욱 경험이 쌓이며 느낀 점이 많았다.

 

대부분 국제 행사이다 보니 가족 단위로 팀에 합류한 선수들이 많았고, 승패에 상관없이 가족 및 동료들이 축하하고 위로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태권도 경기장의 광경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러나 막상 졌을 때의 모습은 우리네 양상과는 다르게 연출된다.

 

우리의 태권도 경기장에서는 그 결과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기(학교, 대표) 때문인지 지고 나서의 모습이 굉장히 어둡다. 한때(아주 오래전 필자가 청소년 시절로 기억한다.)는 경기에서 졌다는 이유로 경기장 밖에서 엎드려서 기합을 받고 있는 선수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즐기는 경기가 아닌 반드시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하는 경기가 된다. 가끔 사범님들과 함께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선수 시절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이제는 운동하기가 싫다는 말을 하곤 한다. 그 분들에게는 태권도가 수련이 아닌, 운동이 된 것이다. (물론 목적이 태권도를 통해 대학을 가는 것이었기에 그리 표현했으리라 본다.)

 

필자는, 수련은 계속 정진해야하고, 그 수련 안에서 운동 또한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ITF태권-도 선수로 출전하는 수련자들은 대체로 경기를 즐긴다.(물론 나라별 지원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곳도 있을 것이다.) ITF중앙도장에서는 수련자들이 대회에 참가하여 선수의 입장이 되었을 경우 수련자로서의 정신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1. 대회 자체에 연연하지 말 것.

(이벤트는 태권-도 수련에 도움이 되는 과정이 되어야지 결과가 되면 안 된다.)

 

2. 이겼을 당시 상대방을 생각 할 것.

 

대회는 태권-도를 하는 과정의 이벤트일 뿐이다. 마치 우리가 인생을 살며 우연히 당첨되는 복권과도 비슷한 태권-도 안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다. 복권에 당첨이 되지 않았다고 인생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듯, 대회 자체에 연연하여 결과에 따라 수련을 멈추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경험상 수련에 목적을 두고 성실히 수련한 경우 대부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필자는 이런 이벤트 안에서 수련자들이 승패가 갈렸을 때, 상대를 존중해주기를 바라며 늘 교육하고 있다.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행동에 주의하고, 졌을 때도 상대를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모습이 도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한 경기에 대한 결과는 실력뿐 아니라, 심판, 대진 운 등의여러 가지 사항들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사실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앞서 말한 변수에 따라 실력이 있다 하여 반드시 승리가 보장되지도 않고, 조금 모자란다 하여 반드시 지지도 않는다. 경기 내에서도 이기고 졌을 때의 서로의 기분 등 상이하게 엇갈리는 감정과 대처하는 법도 배워가야 하는 것이다.

 

태권-도 안에서 겪는, 경기를 포함한 모든 경험들은 배움 자체에 큰 의미를 두어야만 수련의 가치가 고귀해진다. 우리는 스포츠 인이 아니다.(스포츠를 하시는 분들께 오해 없길 바란다. 단순 비교일 뿐.)

 

스포츠 정신과 무도 정신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경기장에서의 이런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특정한 혜택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지 경기 자체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지도자는 태권-도 영역 안에서 모든 상황을 교육적인 의미로 승화시켜야 한다. 모든 상황들을 태권-도를 통한 긍정적인 배움의 의미로 만들어야 하며 태권-도 수련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환경 또한 조성해줘야 한다.

 

단지 경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태권-도는 우리의 삶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우리 삶의 일부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의미를 통해 수련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되면 자연히 경영적인 부분도 따라 오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일 거창에서 ITF태권-도 지역대회가 치러졌었다. 모든 컬러벨트 수련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대회였는데 유독 유소년부의 경기가 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경기는 컬러벨트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많이 없다. ITF태권-도를 수련하는 아이들은 1() 취득까지 약 3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는 아이들에게 수련의 재미를 깨닫게 하고, 가르침이 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대회에 참가하는 어린 수련자들은 참여를 두고 특히 많이 긴장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막상 실제 경기가 진행이 되니 예상 외로 적극적으로 임해 지켜보는 지도자들과 부모님들을 놀라게 했다.

관중석의 부모님들과 지인들은 치고(주먹), ()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올림픽 형식의 경기와 다른, 생소하고 색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또한 자녀의 ITF태권-도 수련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많은 분들이 이야기 했다 한다.

 

줄넘기나 체조가 아닌 태권-도만의 경기를 보고 확신과 신뢰를 주었다면 태권-도를 가르치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잘 해가고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되었고 지도자들 역시 그로 인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이 칼럼이 게시되는 날, 필자는 ITF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에 한국 선수들과 함께 참가하고 있을 것이다. 부디 이번 대회에서도 참가하는 선수(수련자)들이 결과와 상관없이 좋은 추억을 만들고 새로운 것을 깨닫고 배우길 바라본다.

 

태권.

 

 

 

[글. 유승희 사범 ㅣ pride6554@naver.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ITF #유승희 #ITF태권도 #태권도대회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