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희 칼럼] 성인태권도와 요리… 태권도와 둘의 묘한 상관관계는?


  

[유승희가 전하는 ITF 이야기] 2편 - 깊이가 있다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성인태권도 수련생이 ITF를 배우고 있다.

2003년부터 시작된 ITF의 삶. 내가 접한 또 다른 태권도 'ITF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던 중, 2005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ITF를 알리기 시작했다.

 

1일 1클래스 정도 규모였다. 모집이 쉽지 않았다. ITF 자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10년 겨울부터 ITF 한국에서는 '성인 태권도'라는 키워드를 본격적으로 사용하여 성인층을 확실하게 겨냥하기 시작했다. 성인태권도의 영역 안에 ITF 프로그램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성인태권도를 하는 도장 또한 있었겠으나, 요즘은 더욱 많이 늘었고, 앞으로도 늘어갈 추세라 무척 반갑다.

 

성인태권도는 ITF, WT 를 나누는 단어가 아니다. 생각해보면 성인태권도 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다. 성인 복싱, 성인 유도, 성인 검도 등의 명칭은 들어본 적이 없다. 바꿔 말하면, 태권도가 종주국인 만큼 의외의 진압장벽을 강력하게 지니고 있음을 깨닫는다.

 

모든 유아들이 의례 필수과목처럼 수련하게 되니 인지도야 높지만, 반면 태권도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한 성인이 되어서는 취미를 갖기도 쉽지 않고, 무도 수련을 한다 할지라도 태권도는 은연중 기피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권도의 종류와 상관없이 성인층의 태권도가 활성화되는 일은 좌우지간 무척 반갑고 좋은 일이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2019년 봄, 곧 검은 띠 승단을 앞두는 요리사 출신의 수련자가 문득 떠올라 일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스무 살 때부터 꾸준히 요리를 해와서 이제는 미슐랭 가이드에 알려질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데, 작년 연말수련 후 회식 음식을 부탁해보니 과연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도장에서 힘든 수련을 즐겁게 이겨내며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으로 미루어볼 때, 과연 주방에서 단련된 인재구나 싶었다. 그런 실력파 요리사가 갖가지 요리를 했으니 무엇 하나 맛이 없을 리 없다.

 

그런데도 수련자들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서로 좋아하는 요리가 확실히 달랐다. 그 때 나 역시 지도자로서 또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유승희 사범과 성인태권도 수련생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태권도를 하나의 식당으로 볼 때, WT와 ITF는 손님-수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결국 메뉴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입맛과 음식 맛이 다르듯이 스타일과 원리가 서로 다르고, 장단점이 분명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수련자의 선택에 따라 즐기고 꾸준히 수련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태권도 식당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일은, ITF와 WT 중 무엇이 더 ‘맛있다’를 논하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성인 손님을 모셔오는 일이다.  

 

다시 말해 앞으로 도장이 유지되려면 반드시 성인 수련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일은 결코 없다. 그러므로 태권도는 유아스포츠, 어린이집의 대용이라는 인식을 깨고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 도장의 공백을 채우고, 명맥을 유지하며,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장이 살아야 태권도가 산다! 전적으로 공감되는 말이다.

 

앞서 말한 요리사 수련자를 지도할 때 보면 손발에 잔 흉터가 많다. 요리사는 하루 아침에 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전문 요리사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하나의 재료로도 다양한 요리와 맛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연마하듯이, 태권도 또한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영역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보자. 우리는 요리사인가 조리사인가? 깊이가 있다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제는 식당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메인 메뉴보다 서브 메뉴가 더 인기를 얻듯이, 태권도장에서도 주객이 전도되는 모습을 본다. 도장 내 줄넘기, 체조, BB탄 총쏘기, 춤추기, 영어 공부 등의 열풍이 불면서 학부모들이 같은 값에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도장, 아니, 태권도 학원을 선호한다는 사실도 이미 너무 잘 알려져 버렸다. 바람의 방향은 바꿀 수 없어도 돛의 방향은 바꿀 수 있다지 않는가. 우리의 의지로 돛의 방향을 바꾸어 스스로 나아갈 길을 찾을지, 혹은 바람이 부는 대로 떠밀려 갈지 키를 잡고 있는 우리 스스로 할 일이지 않을까. 세상사 무엇이 서로 통하지 않을까만, 나는 요리와 태권도 사이의 오묘한 상관관계를 보게 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태권도의 가치를 쌓아나가는 주체는 지도자이다. 선배가 후배에게 훌륭한 가치를 남겨주고, 다시 후배들이 그를 더욱 발전시켜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야 비로소 우리의 태권도가 더욱 발전될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실법한 이야기를 괜히 늘어놓는듯하여 늘 겸연쩍기 짝이 없다.

 

태권.

 

무카스미디어는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매일 다양한 칼럼리스트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유승희가 전하는 ITF 이야기]는 매월 첫째주와 셋째주  수요일에 공개됩니다. 무카스는 태권도, 무예인의 열린 사랑방 입니다. 무카스 칼럼을 통해 일선 태권도장 지도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주.

 

[무카스미디어 = 유승희 사범 ㅣ pride655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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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희
현) 사단법인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사무총장
현) 국제태권도연맹 대한민국협회 중앙도장 지도사범

2017 ITF코리아오픈국제페스티벌&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2017 ITF일본 도쿄 챔피언쉽 대한민국 선수단 단장
2018 ITF아르헨티나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대한민국 대표단장 및 수석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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