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비자, 한 번 거절되었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박호진 변호사의 미국 진출 바로알기 5] 한번 거절된 미국 비자, 재신청 결과는?

국내 태권도 전공생과 지도자들이 큰 관심을 갖는 미국 태권도 진출에 도움을 주고자 미국 내에서 여러 태권도 사범들의 취업비자와 영주권 업무를 담당해온 박호진 변호사를 통해 현실감 있는 ‘미국 태권도 사범 바로알기’를 연재 합니다. 미국 내에 다양한 사례의 태권도 사범의 정착기와 실패담 그리고 미국 진출에 반드시 알아야할 이슈를 앞으로 매주 목요일 소개 합니다. [편집자 주]

 

박호진 변호사

미국 비자가 인기가 있는 만큼, 항간에는 미국비자에 관한 말들이 참 많다. 

 

그 중에는 정확하거나 얼추 맞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잘못된 정보도 많고 혹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이야기를 마치 일반적으로 맞는 것처럼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비자에 관한 법규정이 나온 책은, 미국의 수많은 법과 정책들 중에서 두 번째로 자주 변하는 분야이다.

 

따라서, 5년 전의 경험담이 지금에 와서는 적용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하고, 이민법을 집행하는 미국 공무원들 또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국비자를 받고자 하는 분들은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존하지 말고, 미국 이민법 특히 자신이 관심 있는 비자의 종류에 정통한 변호사와 논의하여 결정을 하는 것이 낭패를 볼 가능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하겠다.

 

항간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 중에 너무 성급하게 일반화 시켜버린 잘못된 정보로는 “미국 비자를 한 번 거절당하면 다시는 비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 말은, 법 논리적으로 조목조목 따져보면 어떤 경우에는 일리가 있기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 글에서는, 미국 비자를 한번 실패했다가 다시 시도하여 비자를 무사히 받은 태권도 사범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H사범은 경기도에 위치한 대학교에서 태권도 관련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한 직후에, 무비자로 미국 노스캐롤리아나주에 위치한 도장에서 2개월 반 동안 인턴 사범생활을 한적이 있다. 

 

국기원 시범단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그 도장의 관장님과는 태권도 지도 방식도 잘 통하고 열정적으로 정통 태권도를 가르치시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느껴져서 비록 짧은 기간 동안이지만 H사범도 열심히 일을 했다. 

 

인턴십이 끝나갈 무렵, 송별회를 겸한 저녁 식사자리에서 관장님은 ‘앞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을 해주셨고, H사범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되어 한국으로 돌아가서 곧바로 미국비자를 신청해보기로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H 사범은 관장님과 비자 준비문제로 자주 전화와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 받았다. 관장님은 태권도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는 변호사를 수소문해 주었고, 그 변호사와 의논한 결과 H-1B라는 취업비자를 신청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다. 

 

사실 H사범은 태권도를 전공했을 뿐, 선수 생활을 하면서 메달을 많이 딴것도 아니었고 유명한 시범단 생활을 한 것도 아니어서 다른 비자는 승인 받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H-1B비자를 받게 되면 빨라야 9월 말에나 미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약 8-9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기왕 그 도장에서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추첨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비자를 추첨으로 뽑아서 주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추첨으로 뽑아서 바로 비자를 주는 것도 아니었고 뽑힌 신청들을 심사를 해서 통과가 되어야 비로소 비자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좀 낯선 이야기였지만, 다른 비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해서 변호사의 추천대로 H-1B비자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신청 준비를 시작한 것이 2월 초였고, 신청서류를 미국 이민국에 제출했던 것은 4월초였다. 신청서류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전화나 이메일로 담당 변호사와 관장님과 연락을 주고받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다. 일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초에 변호사로부터 신청서류를 제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추첨결과는 빠르면 한달 이내로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 달이 넘도록 추첨에서 뽑혔다는 연락이 오질 않았다. 한 달하고도 열흘 정도가 지났을 무렵, H사범은 담당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지 물었다. 

 

변호사 말에 따르면, 워낙 많은 신청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이민국에서 추첨을 마친 후에도 추첨을 통과했는지를 신청인에게 알려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했다. 하지만 추첨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먼저 알려주는데 그때까지 추첨 통과소식이 오지 않는 것으로 봐서 아마도 추첨에서 뽑히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기다림이 계속되었다. H사범의 H-1B비자신청이 추첨에서 떨어졌다는 사실을 정확히 알게 된 것은 6월 말이었다. 6월 말에 담당 변호사 사무실로 H 사범의 비자 신청 서류 일체가 반송되어 온 것이었다.

 

담당 변호사로부터 추첨 탈락 사실을 전해들은 H사범은 속이 상했다. 좋은 관장님과 함께 노스캐롤라이나 도장에서 일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내가 뭐가 부족했나? 많은 생각들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고 가라 앉기를 반복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막막한 기분도 들었다. 미국에 가서 일할 생각으로 그 동안 한국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도 않았었다. 

 

그러던 중에, 태권도평화봉사단에서 해외파견사범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미국 비자가 안된 상황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H 사범은 다른 나라에서 일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H 사범은 그 해 가을에 인도네시아로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날씨도, 음식도 잘 맞지 않고 생활 환경도 낙후되어 불편했지만, 있는 동안만큼은 즐겁게 일을 하자고 마음먹고 종주국의 태권도를 가르치는 일에 정성을 다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시간이 흘러 H 사범은 인도네시아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해가 바뀌면서 노스캐롤라이나 도장의 관장님께 새해인사를 드리던 중에, 그 관장님으로부터 ‘다시 한번 비자를 신청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지난해 비자가 안된 것이 거절 당했던 것도 아니고, 추첨에서 떨어져서 심사를 받아보지도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올해 다시 신청하는데 별다르게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H사범은 잠깐 고민이 되었다. 추첨에서 떨어지고 나서는 이민국에 신청비로 냈던 돈은 환불 되었지만, 변호사에게 냈던 변호사 비용은 환불이 되지 않았다. 그 돈만 해도 자신의 한 달치 월급보다 많은 금액이었다. 하지만, 관장님의 제안을 듣는 순간 그 전해에 꾸었던 꿈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고심 끝에 다시 한번 신청해보기로 했다. 지난해 자신의 H-1B신청 케이스를 맡았던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나마 다시 신청하는 경우라서 변호사 비용도 얼마간 디스카운트를 해준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작년에 겪었던 일들이 거울에 비친 것처럼 똑같이 다시 진행이 되었다. 조금 달라진 점은, 이미 담당 변호사 사무실에서 H사범의 자료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료들을 하나 하나 스캔하는 수고가 훨씬 줄어들었다는 것 정도였다. 

 

다시 4월이 되어 H 사범의 H-1B 비자 신청 서류가 미국 이민국으로 발송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그리고 4월 말이 되어갈 때쯤, 담당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해달라는 이메일을 받았다. H 사범은 미국과의 시차를 계산해서 인도네시아에서 미국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추첨을 통과했다.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는 담당 변호사의 조금은 들뜬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올 때, H 사범은 마치 비자가 나온 듯 기뻤다. 그러나 변호사는 곧바로 목소리를 가라앉히고 "아직 승인이 난 것은 아니다. 요즘은 H-1B비자 심사가 많이 까다로워졌다. 일단 이민국에서 오는 소식을 기다려 보자. 소식이 오는 대로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다시 마음 졸이며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되었다. H-1B 비자를 신청할 때 한국 돈으로 150만원 정도를 더 내면 급행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기는 했으나,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않았던 터라 급행 서비스를 신청하지는 못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추첨에서 뽑히고 나서도 석 달 정도는 기다려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 평화봉사단과의 계약기간이 끝나서 H 사범은 인도네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왔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말의 어느 날, 오랜만에 담당 변호사로부터 다시 이메일이 왔다. 전화기로 확인한 이메일의 제목을 보는 순간 H사범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메일 제목은 “축하합니다!”였다. 손가락이 떨려서 담당변호사의 전화번호를 찾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렸다. 담당 변호사는 껄껄걸 웃으며 "미국이 H사범님을 환영 한답니다. 이제 미국에 오시면 한번 뵙지요" 라고 했다. 

 

지난 시간이 짧은 순간에 스르륵 지나갔다. 다시 미국비자를 신청할거라고 얘기했을 때 어떤 선배는 "한번 떨어지고 나면 미국비자는 거의 받기 어렵대. 너 괜히 돈 버리지 말고 차라리 다른 나라를 알아보는 것이 어때?"라고도 했고, 인터넷 서핑으로 알게 된 미국비자 관련 어느 웹사이트에는 H-1B 비자를 신청했다가 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과 심사를 받다가 난감한 보충자료 요청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여 가뜩이나 불안했던 마음을 더 방망이질 치게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비자가 승인이 되었다고 한다.

 

서울 세종로에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에 가서 비자 인터뷰를 받았다. 담당 변호사 사무실 매니저의 도움으로 인터뷰에 가지고 갈 서류들도 준비하고, 예상 질문과 답변도 함께 연습하기도 했다. 정작 인터뷰는 조금 싱겁게 끝이 났다.

 

‘태권도를 전공했느냐, 미국에 가서 어떤 일을 할거냐, 이 도장은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 언제 갈 계획이냐… ‘는 등등의 질문들을 받았고, 거의 대부분 이미 준비했었던 질문들이라서 어렵지 않게 답을 할 수 있었다. 

 

외웠던 영어 문장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변호사 사무실 매니저의 조언대로 그냥 한국어로 답을 했다. 자신 있고 분명하게 답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일주일 내로 비자가 나갈 것이다’라는 담당 영사의 말을 듣고 대사관을 빠져 나오는 내내 멍하고 걸음을 걷는 발이 평소와는 달리 감각이 무뎌짐을 느꼈다.

 

그렇게 해서 H 사범은 미국 취업비자를 받았고, 그 해 10월 초에 미국에 들어왔다. 현재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도장에서 많은 클래스들을 이끌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초기에는 영어 실력이 뜻대로 늘지 않아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관장님의 배려와 서툰 영어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관원들의 분위기 덕분에 그리 어렵지 않게 그 과정을 극복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클래스를 할 때든 외부에서 시범을 할 때든 여전히 관장님과의 팀웍이 좋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물론 미국비자를 한 번에 받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한 번 안 됐다고 해서 지레 낙담할 일이 아니라, 전문 변호사와 의논을 해볼 일이다.

 

자신의 비자 신청이 왜 잘 안되었는지에 대해 전문적인 분석도 받아보고, 자신이 다시 비자를 신청한다고 했을 때 비자를 받을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도 구체적으로 검토 받아볼 필요가 있다. 

 

누구라도 살면서 주저 앉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다. 다만 주저 앉은 그 자리를 다시 시작하는 자리라고 생각하는 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리냐에 따라 그 후의 삶이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호진 변호사는 성균관대 법과대학과 비즐리 로스쿨 출신의 뉴욕주 변호사로 현재 뉴저지 포트리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뉴저지로 옮기기 전에는 맨하탄 소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위치한 로펌에서 이민법 변호사로 활동했다. 미주 최대 웹커뮤니티 헤이코리안 닷컴을 통해 10년 가까이 무료 법률상담을 제공해 오고 있다. 현재는 태권도 사범의 미국 진출을 위한 토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콘 컨설팅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 중이다.

 

[글 = 박호진 변호사ㅣ lawyer@beaconi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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