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품새 월드 챔피언에 오른 '워킹맘' 김연부 사범


  

2016 리마 세계선수권 노메달 악몽에 목 디스크 통증 극복하며 금메달

건강을 위해 시작한 품새를 했는데 월드 침피언에 오른 김연부 사범

이제야 활짝 웃음 꽃을 피었다. 

 

2년 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여자 개인부와 단체전 두 개 부문에 출전했던 김연부 사범. 첫 세계 무대라 많이 긴장했다. 색깔과 관계 없이 메달 하나는 땄으면 하는게 전부였다. 동료 선수들은 하나같이 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김연부 사범은 아무런 메달을 걸지 못했다.

 

“속상했다. 메달을 못따서라기 보다 예선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졌다. 나에게 자책하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 단체전을 준비했지만, 동료였던 서영애 사범님께서 무릎을 심하게 다치면서 뛰지도 못했다. 메달이 없는 우리를 위해 서 사범께서 끝까지 해보자고 하셨지만,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만류했다”

2016 리마 세계품새선수권 9회 우승 도전에 나섰던 서영애 사범이 개인전 경기중 무릅 무상을 당했음에도 후배들과 단체전을 뛰기 위해 연습 도중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는 중이다. 당시 김연부 사범(좌)은 울면서 우리 때문에 무리해서 안 된다며, 서 사범에게 포기할 것을 권유하며 응급치료를 지켜보고 있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런데 또 악재가 닥쳤다. 선발 된 이후 계속해 손이 저려서 병원에 갔더니 ‘목 디스크’에 걸렸다고 진단을 받았다. 훈련을 위해 치료도 한방 응급치료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회 당일까지도 계속 손이 저리고, 온몸에 통증이 괴롭혔다.

 

그 통증은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따는 순간 잊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눈물도 나지 않았다.

 

김연부 사범(국가대표참태권도장, 48)은 16일(현지시각)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8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 이틀 차 경기에서 50세 이하 여자 공인품새부문 결승에서 프랑스 레일라 코체이다(Leila KOCHEIDA)를 7.430대7.270로 제압하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과 달리 상위 8명을 가리는 예선에서 큰 위기를 맞았다. 1차 태극 8장에서 마지막 뒤돌아서는 순간 발목이 꺾여 중심을 잃었고, 2차 지태 품새에서 왼발 뒤차기 기술에서 흔들려 감점을 받아 5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승까지 진출한 그는 긴장보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운이 따르는 것일까. 평소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자신 있는 품새 ‘천권’이 결승전 지정품새가 된 것. 평소 평원 품새에서 실수가 잦아 걱정 했는데 다행이 자신 있는 천권과 태백이 지정돼 결승전에 들어서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1차 태백 품새를 먼저 한 후 상대 선수를 보고서는 부담감이 줄었다. 자신했던 2차 천권을 완벽하게 끝난 후 다시 상대 선수의 첫 동작을 본 후 스스로 우승 하겠구나 생각을 했다. 선수로서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주심이 승리를 선언하자 그제야 무표정이던 얼굴에서 환한 웃음을 보였다.

김연부 사범이 결승에서 2차 지정품새인 천권을 하고 있다.

우승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너무 기쁘다. 사실 목디스크 때문에 너무 몸도 불편하고 아팠는데 지금 이 순간에는 아무런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지난 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지 못해서 이번에도 실수로 빈손으로 가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예선에 실수가 있었지만 결선에서는 연습대로 잘 돼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나이로 48세인 김연부 사범은 이 순간에 가장 떠오르는 사람에 대해 “하나님과 가족이다. 아마 지금쯤 남편과 아이들이 내가 좋은 성적을 내도록 기도하는 중일 것”이라며 “평소 일과 운동 때문에 가족에게 잘 못했는데 이 메달이 우리 가족들에게 큰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연부 사범은 낮에는 후배 지도와 훈련, 밤에는 세 자녀(2녀 1남)의 엄마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워킹맘’이다. 가족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도전이다. 그래서 우승 직후 가족 생각이 가장 많이 나는 이유였다.

 

대학에서 태권도와 전혀 무관한 분야를 전공했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대표 태권도 품새선수다. 소싯적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현재 경기도태권도협회 김경덕 회장이 그의 스승. 학창시절을 거치면서도 건강을 위해 태권도는 쉬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재능을 살려 겨루기 심판을 보던 중 함께 심판으로 활동하던 남편을 만났다. 그 인연으로 서울 관악구에서 태권도장도 함께 운영했다. 당시 몸이 많이 약했다. 어느 날 남편이 태권도를 지도만 하지 말고, 직접 해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품새. 그 후로 몸이 달라졌다. 근력이 생기면서 활력도 이전과 달라졌다. 심했던 불면증도 사라졌다. 내친김에 품새 대회도 도전했다. 국가대표는 꿈에도 안 꿨다. 하루하루 자신의 건강을 위해 수련하던 실력은 국내 정상급 실력이 됐다.

김연부 사범이 우승 직후 격려해 준 김상진 단장(부산시태권도협회장)과 함께 하고 있다.

그전까지 특별한 스승 없이 스스로 운동했던 실력으로 2014년 아시아선수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 당시 품새팀 감독을 맡았던 안재윤 사범과 인연이 돼 2년 후 새로운 스승을 만나게 됐다.

 

“이전까지는 품새를 외워 그냥 했었다. 그런데 2014년 아시아선수권에서 감독을 맡으신 안재윤 사범께서 한참 후 혼자서 하지 말고, 제대로 품새를 배워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주셨다. 나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제안이었다. 이제야 누군가에게 제대로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후로 몸에 힘 쓰임과 연출성이 많이 좋아졌다. 이번 대회에도 대회장까지 오셔서 많이 격려해주셨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힘만 강해서 품새를 잘 할 수 없다. 몸의 쓰임과 보이는 기술이 아닌 몸에서 나오는 힘과 기술을 가르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나 역시 그런 배움을 받았기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꿈을 이뤘듯이 더 많은 꿈을 갖는 친구들에게도 내가 익힌 기술을 함께 나눴으면 한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도전해 꿈의 열매를 맺은 김연부 선수의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무카스미디어 / http://www.mooka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연부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 #국가대표 #참태권도 #안재윤 #김경덕 #워킹맘 #지도자 #품새지도자 #천권

댓글 작성하기

자동글 방지를 위해 체크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