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경기 룰, 확 뜯어고쳐도 ‘발 펜싱’은 여전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2020 도쿄 올림픽 가라테 맞대결… ‘발 펜싱’으로는 곤란해!

한국의 이아름(홍)이 여자 -57KG급 준결승에서 숙적 영국의 올림픽 2연패 제이드 존스를 상대로 얼굴 공격을 성공하고 있다.


2017 WT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역대 최다, 최대 규모로 다양한 기록을 깬 역사적인 대회였다. 사상 첫 개최국 대통령과 IOC위원장 방문은 태권도 위상을 높였다.

 

어디까지나 외형적인 모습에서는 성공적이지만, 깊숙한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숙제를 남겼다. 태권도 대회의 성공 기준은 공정한 판정과 재미와 흥미 넘치는 경기가 넘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회는 어땠을까.

 

대회를 앞두고 보다 박진감과 재미있는 경기를 위해 연초부터 새로운 경기 룰로 치러졌다. 몸통 득점이 1점에서 2점으로, 경고 없이 바로 감점. 그러다보니 웬만하면 점수가 두 자리를 넘었다.

 

WTF에 따르면, 929경기 중에 두 자릿수 유효득점이 나온 경기가 무려 688경기. 본래 2회전 경기 종료 이후 12점차 이상이면 점수차승‘20으로 확대됐는데, 105경기나 속출했다. 세계선수권 3회 우승을 한 이대훈은 6경기를 뛰면서 162점을 냈다. 한 경기 평균 27점을 냈다.

 

특히, 밀어도 감점이 없어진 변화된 경기 룰 개정되면서, 붙은 상황에서 밀치면서 공방하는 재미가 생겼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점수를 내기 위한 패턴의 경기들. 앞발 위주의 발놀림이 전술의 베이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태권도가 경계해야 할 발펜싱이 여전히 존재했다.

 

이를 개선코자 허리 아래로 발을 올리거나 3초 이상 허공에 발을 들면 감점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기로 했다. 또 상대 기술을 앞발로 커트하는 것 역시 감점으로 룰이 개정됐다. 이 같은 변화로 발펜싱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여전했다.

 

이미 지금 시대의 태권도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들이 훈련 기본이 앞발로 시작하는 전술을 펴기 때문이다. 2점이 주어지는 몸통 득점이 앞발로 툭 밀어차서 득점을 내니 보는 이로 하여금 더 허무하게 느껴졌다.

 

예선전은 박진감 대체로 박진감 넘쳤으나 결승은 심심

 

여전히 앞 발 커트 위주의 발펜싱 형태의 경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남자 -80KG급 결승전 장면.

예선전은 대체적으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많았다.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흥미로운 대결도 넘쳤다. 그러나 메달권에 가면서 그 흥미와 박진감은 점차 사라졌다.

 

결승전 경기는 건조한 경기운영이 대부분이었다.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모두 진지해져서다. 앞발 커트 위주로 경기를 주도해 재미와 흥미를 반감시켰다. 대다수 선수가 앞발로 툭툭 밀거나 견제를 하면서 단조롭게 경기를 뛰었다.

 

그러다 보니 라이브TV를 보던 많은 시청자들이 재미없다. 제발 앞발 좀 못 차게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메달 권에 붙은 선수들 대부분은 서로를 잘 알기에 탐색전이 길어졌다.

 

남자 -80kg급 준결승 아제르바이잔의 하르체가니와 몰도바의 아론쿡의 대결. 아론 쿡은 전통적인 발기술로 끊임없이 상대를 공략했다. 그러나 타이밍이 좋은 하르체가니 앞발에 툭툭 걸려 대량 실점해 패했다. 하르체가니는 남자 중량급 천재적인 기량을 갖췄지만, 이기는 기술만 있지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2020 도쿄 올림픽, 태권도 VS 가라테 대결

태권도는 앞으로 3년 후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영원한 경쟁종목, 일본이 종주국인 가라테와 맞붙는다. 가라테는 겨루기(쿠미테)뿐만 아니라 품새(카타)까지 정식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오른다. 개최국의 대표 무술이라 큰 인기가 예상된다.

 

반면에 일본은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지만, 태권도 불모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시작으로 늘 90% 이상 관중석이 찼는데, 일본에서는 어떨지 벌써 걱정이다. 올림픽 내내 미디어는 경기 내용과 관중들의 반응 모든 것을 가라테와 비교할 것이 분명하다.

 

심각한 예로 2019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릴 유러피언게임에 태권도가 정식종목에 배제됐다. 지난 2015 바쿠 유러피안 게임에는 태권도가 정식종목이었다. 반면에 가라테는 포함됐다. 유럽 태권도는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가라테도 유럽이 강세다.

 

2014 세계가라테선수권대회 경기장면.[사진출저=WKF]

국제 멀티 스포츠에 계속해 태권도가 추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야 하는 시점에 퇴출됐다는 소식은 유럽에 큰 위기감을 주고 있다. 태권도는 2024년 올림픽에 정식종목이 유리한 분위기지만, 가라테가 계속 유지된다면 장기적으로 큰 걸림돌이 된다.

 

여기서 태권도가 돋보이기 위해서는 경기 내용이 좋아야 한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져 현재 흐름의 경기 내용으로는 어렵다. WT 관계자들은 예전보다 태권도가 화려해졌다고는 하나 필자는 동의할 수 없다.

 

태권도 발차기 기술의 본질은 타격이다. 툭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는 자신을 보호하면서 상대의 대결에서는 일격필살의 무예이다. 스포츠 경기는 다르지만, 태권도 경기의 강점은 빠른 타격에 있었다.

 

스포츠로 성장하면서 점차 진화했다고 하지만, 현재의 터치 개념의 변화는 태권도의 특성을 대변할 수 없다. 가라테와 비교해서 우월한 경기 내용을 보여주려면 더 과감하고, 더 박잔감 있는 타격이 있어야 한다.

 

WT는 남은 3년간 현행 룰의 툴 속에서 선수들이 타격 형태의 경기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게 태권도 경기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기는 경기를 하다보면, 남이 어찌 보건 상관없이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기만 할 것이다.

 


[무카스미디어 = 한혜진 기자 ㅣ hae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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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펜싱 #올림픽 #한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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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수없음)

    예전에 득점룰을 현재의 최첨단 기술로 현실화 할수 없을까요? 그럼 해결 될듯 한데...예전에 득점 방식은 주로 소리에 의한 채점방식이었으니 핸재에 득점방식인 정확한 타격강도+소리 데세벨을 조합한 호구를 만들면 될듯한데...그럼 앞발 펜싱도 없어지고 선수들도 빠르고 강하게 찰듯합니다.

    2017-07-07 14:24:49 신고

    답글 0
    • ksj90111

      소리 데시벨로 채점하면 기합소리나 경기장소리, 응원소리 뭐 이런 잡다한 소리들 때문에 오작동 날 수도 있을것 같은데요?

      2017-07-14 18:02:17 신고

      0
  • (알수없음)

    제가 보기에는 현재 바뀐 룰의 점수부여방식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전자호구나 헤드기어 같은 경우도 정확한 경기의 승패를 나누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미흡한 점이 있다면

    1. 발을 발로 막는 행위
    -이 행위가 경고로 바뀌게 되면 발펜싱과 선수들의 부상은 줄어들고 스냅으로 발을 차는 태권도가 될 것 같습니다.

    2. 전자 헤드기어의 기술적 오류 해결
    -이번 경기를 보니 얼굴 정면을 가격했을 때는 점수가 들어가지 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억울한 선수들 많았음)
    따라서 이런 결함을 해결해야 될 것 같습니다.

    **무토에서는 왜 전자호구나 헤드기어를 만들지 않나요? kpnp에서 만든 전자호구나 헤드기어는 디자인이 너무 투박합니다. 무토의 장점인 깔끔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보호장비를 만들어주세요. 또한 지금의 결함도 해결해 주시구요.

    재밌고 공정한 태권도를 만들기 위해 무토,무카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2017-07-07 13:44:1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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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수없음)

    -80kg 현재 몰도바 태권도 국가대표 아론쿡 선수의 팬입니다. 개인적으로 큰 기대를 하고 본 준결승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앞발 하나에 속수무책인 모습을 보고 굉장히 당황스러웠고, 마지막까지 다양한 발차기로 어떻게든 득점을 내보려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를 보고 나서의 제 생각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1. 공정성을 위한 전자호구의 도입
    모든 스포츠 경기가 그러하듯, 객관적인 기준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장치의 마련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부분 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자호구 도입 전에는 팔을 가격당해도 소리가 크면 점수가 들어가거나, 공정하지 못한 일부 심판의 편파판정 등으로 스코어링에 필요한 객관적인 잣대가 필요했고, 이는 결국 전자호구의 도입이라는 결과를 내었습니다. 전자호구를 도입한 초창기에 (적어도 제 기억으로는) 지금과 같은 앞발펜싱이 주를 이루지는 않았고, 오히려 공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전자호구를 없애고, 일반 호구로 돌아가면 발펜싱이 사라지고 다시 인기있는 스포츠 종목이 될까요?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과거와 달리 비디오 판독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발차기가 호구에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에 대한 확인은 할 수 있겠지만, 횟수 제한으로 인해 몇 번 사용하지 못할 뿐더러,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경기의 흐름을 깨고 망칠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전자호구 때문에 앞발 펜싱이 되었다"라는 의견은, "전자호구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어떤 기준으로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선에서 객관적인 지표를 설정할 수 있을것인가" 라는 과거의 질문을 다시 떠오르게 할 것같습니다.

    2. 앞발 사용의 금지
    모든 스포츠는 각 스포츠마다 지켜야 할 고유의 규칙이 있습니다. 축구는 골키퍼와 스로인을 제외하고는 발로만 공을 건드려야 하고(상대 선수와 경합중에 머리 높이로 발 올리는것 제외), 농구는 공을 발로 차서는 안되고, 태권도(올림픽)는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하면 안됩니다. 하지만 고유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선수들은 경기를 이기기 위한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만들어나가고, 이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버헤드킥, 시저스킥, 힐킥, 등패스, 노룩패스(?), 인사이드킥, 아웃프론트킥, 엘리웁, 덩크슛, 뒤차기, 뒤후려차기, 앞발 돌려차기, 뒷발 돌려차기 등의 기술은 각 스포츠의 룰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물론 현재 태권도시합을 앞발펜싱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 "앞발을 금지함"이라고 한다면 당장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과연 앞발 금지가 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특정 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는 이유가 "선수의 생명에 위협을 가하기 때문"이 아닌 '경기의 박진감을 살리기 위해" 라고 한다면, 과연 이게 합당한 대처인가"라는 반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3. 우리는 과거 태권도의 어떠한 면에 열광하는가?
    과거 2004년 그리고 2008년 올림픽 태권도 경기들은 빠르고, 강하고, 화려한 기술을 짧은 주기로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단타 보다는 앞발과 뒷발을 사용한 연타로 박진감을 더하게 되고요. 우리는 그러한 선수들의 모습에 감탄하고, 흥미를 갖게 되면서 궁극적으로는 그 스포츠를 배우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태권도는 호구를 강타하는 발차기의 충격량이 일정 강도를 넘어 설 경우에 점수가 들어간다고 알고 있습니다. 선수들의 발차기가 얼마나 강할지는 경험해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겠지만, 제 짧은 생각으로는 단순히 들어서 차는 앞발보다는 허리의 회전을 더해 차는 뒷발이 더 강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는 나래차기, 턴차기, 뒷차기, 회축 등의 기술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많이 부족한 의견이고 해결책이 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저는 현재 세팅되어 있는 득점 강도의 기준을 더 높여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는 앞발로만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지 않은 충격량을 뒷발 그리고 연타 등으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기자님의 글을 빌려 "태권도 발차기 기술의 본질은 ‘타격’이다. 툭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니다. 태권도는 자신을 보호하면서 상대의 대결에서는 ‘일격필살’의 무예이다. 스포츠 경기는 다르지만, 태권도 경기의 강점은 빠른 타격에 있었다." 라는 내용처럼 강도 높은 발차기로 상대방의 대결에서의 일격필살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전공생이 아니다보니 제가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말한 부분도 있을 수 있고, 많이 부족한 의견이긴 하지만 적어도 제가 좋아하는 운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몇 자 적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7-07-06 17:42:28 신고

    답글 0
    • ildo

      대도전자호구나 다른회사의 호구들이 일정량 이상 가격을 해야 득점이 되는데
      이는 움직이는 경기현상 상태에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맹에서는 점수가 잘나오지 않기 때문에 얼굴가격시 3점으로 규정을 바꾸면서
      선수들이 힘든몸통보다는 터치만 하면 3점인 앞발로 발펜싱을 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는 몸통센서의 충격량을 줄이고 앞발터지식의 얼굴 역시 3점이 아닌 1점이나 2점 그리고
      턴3점 얼굴4점 뒷차기 몸3 얼4 뒤돌려차기 몸4얼5점 까지 유도하고
      앞발직선의 터치식 얼굴은 1점이나 점수를 주지 않으면 사라질 것입니다.

      2017-07-07 12:35: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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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수없음)

    접수에 세분화 시키면 될듯하네요..위에분 처럼 앞에 점수를 낮추고 뒷발에 점수를 더 주면 더 좋은 경기가 진행 될듯 하네요..
    옛날에는 앞발이 멋있게 점수내는 발이였는데 ..전자호구때문에 여러모로 이상해 지네요...때리는 경기가 되야하는데 찌르는 경기가 되어서..

    2017-07-05 15:06: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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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hj1007

      세분화 시키면 더 경기가 복잡해 질 수 있지요. 그렇지 않아도 태권도가 너무 복잡한데, 심플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2017-07-05 15:45: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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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수없음)

    비디오 판독을 강화하고 전자호구를 없애야 함. 선수들 잘 못 아님. 태권도 경기가 본질을 잃어버리고 재미 없다는 것 말고는 다 좋아졌음. 이게 무슨 의미가 있음?

    2017-07-05 13:22: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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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수없음)

    앞발을 1점으로 고치던가 전자호구 없애지 않는한 계속 발펜싱 될듯...

    2017-07-05 13:13:5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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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hj1007

      그냥 앞발로 하는 기술 자체를 제재 시켜보면 어떨까 싶네요. ㅜㅜ

      2017-07-05 15:45: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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