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 언론대책,이사회 의결 내용이 바뀐 사연?

  

허위보도에 법적 책임을 물어 강경 대응 한다던 국기원의 실수


지난 금요일. 국기원 이사회가 열렸다. 회사에서 국기원은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다. 하지만, 평소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굳이 갈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국기원 홍보부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사회를 일부 공개할 테니 회의에 참석해 취재하라는 것이다.

웬일일까 생각하면서, 정신없이 국기원의 언덕을 뛰어 올라갔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회의장에 들어갔더니 이미 다른 전문매체 기자들이 취재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자들 표정이 좋지 않았다. 숨을 돌리는 사이 한 이사의 발언이 귓가에 들리는데, 전문지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들려왔다.

회의에 집중했다. 때마침 한국선 이사(대구일보 사장)가 태권도 전문매체 보도에 일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하고 있었다. 전문지가 총 9개 정도 되는 것으로 아는데, 문제가 되는 기자와 매체에 대해서는 일부 출입을 제안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기원도 언론만 탓할 게 아니라, 브리핑을 강화해 외부에 잘못된 정보를 차단하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이만재 이사(전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감사)가 제기했다. 전문지 보도 실태에 매우 불만족스러움을 전했다. 특정 언론사가 허위기사와 국기원과 이사들의 명예를 훼손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다른 이사들도 이만재 이사의 의견에 동조했다. 따라서 언론대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더니 긴급 안건으로 채택돼 의결됐다.

그리고 잠시 후. 기자들은 회의장을 나가야만 했다. 더 이상 회의를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들이 회의에서 보고 들은 것은 전문지에 대한 문제뿐이다. 잘못된 내용이 보도되어 해당 조직과 인력에 명예가 훼손된다면 기꺼이 대응해야 할 것이다. 대언론 관계를 위한 논의 자체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전례를 깨고 기자들보고 취재를 하라고 하더니, “기자들 똑바로 기사 써라! 안 그러면 혼날 것이다”라는 엄포를 주기 위한 자리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는 일이었다.

회의가 끝난 후 뒤늦게 새로운 사실을 하나 더 알게 됐다. 기자가 회의장에 도착하기 전, 이만재 이사가 전문지 문제를 꺼내면서 현장에 참석한 A기자에게 즉석에서 질의한 것. 이에 A기자는 응답을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B기자는 “전문지 청문회”와 같았다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결국, 이날 이사회가 끝난 오후 태권도전문기자회(회장 서성원) 소속 기자들은 일방적으로 태권도전문지를 폄하하고, 전례 없이 이사회에 기자들의 취재를 허용한 후에 특정 기자에게 질의응답을 요구한 이만재 이사에게 유감을 표명했다. 이에 이만재 이사는 자신의 뜻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며 오해 없도록 양해를 바란다고 기자들에게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이런 일이 있고 사흘이 지난 월요일 오전. 국기원 홍보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 금요일 이사회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발표한 공식 브리핑 내용이 개인의 실수로 잘못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사 내용을 일부 수정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허위로 기사를 작성하면 강력하게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문다던 국기원이 허위정보를 유포한 셈이다.

국기원은 21일 이사회 종료 후 곧바로 전문지 기자 브리핑에서 ‘언론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런데 이 내용이 담당직원의 실수로 실제 의결된 내용과 다르게 브리핑 됐다는 것이다.

최종 의결 사항은 ‘언론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새롭게 신설되는 전략기획처장을 대변인으로 하고, 기획홍보팀을 대 언론 홍보창구로 일원화하고 법적 대응할 경우 국기원 특별위원회의 법률위원회 지원을 받아 대응하기로 의결했다“고 변경사항을 전달했다.

대언론 관계를 위해서는 국기원 내부의 정보 일원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국기원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한 정보와 기밀까지 유출된다. 내부 결속이 우선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혜진 기자 =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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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장

    지나가는 똥개도 웃을일이 벌어졌군요.그 주제에 국기원이 변하고 있다구요? 변하기는 커녕 정 반대로 돌아가는 기분이군요.비잉신들.....

    2011-0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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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1

    참으로 우둔한 국기원 인사들입니다.국기원의 업무에 무슨 국가기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자신들의 업무역량이 떨어지는 것을 기자들의 눈과 귀를 막아 해결하겠다는 소치인 것 같습니다.전문지기자이든, 일반인이든 공공의 국기원 업무가 정상적이거나 발전적이지 못할때 누구든지 비판과 채찍을 가할 수 있지요...머리를 숙이고...배전의 노력으로 올바른 국기원이 되게 할 생각은 없고...권력의 남용 오용 횡포에 가까이 가려는 소인모리배들에 다름없군요.

    2011-01-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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