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포용의 리더십이 아쉬웠던 '태권도의 날'

  


아무리 봐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관계, 9월 4일 태권도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열린 전날 3일 기념행사에서도 대한태권도협회(KTA)와 국기원의 관계는 마치 ‘N극과 N극’ 같았다. 붙을 수도 없고, 밀어내야 제 갈길을 갈 수 있는 관계였다고나 할까. 이 밀어내기 형국의 중심에는 국기원의 강원식 원장과 KTA 홍준표 회장이 있었다. 뭐, 두 단체장의 갈등이야 지난해 6월 강원식 대표가 이끈 '국기원을 사랑하는 지도자 연대'가 개최한 기자회견이 발단이 되었다는 건 태권도계의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당시 강 원장은 ‘국기원의 정치인 입성을 반대한다’는 기조로 홍 회장의 국기원 이사 추천과 등재를 정면 반대하며 ‘견제 발’을 날렸다. 이후 3개월 뒤 홍 회장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이사직을 사퇴했다.

둘 사이의 갈등의 골은 2010년 6월 개혁을 외치던 강원식 대표가 국기원장으로 선출되면서 깊어졌고, 지난 3일 행사에서 둘의 냉기류는 세간의 예측대로 수면위로 드러났다. 첫 대면식 장소였던 VIP룸에서부터 강 원장은 홍 회장과 김운용 WTF 창설 총재와 같은 선상의 좌석이 아닌 먼 건너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이어 코리아오픈과 태권도의 날 기념식 축사에서도 강 원장은 없었다. 물론 2009년 태권도의 날에도 이대순(경과보고), 김완주 전라북도 지사, 한승수 국무총리의 축사 뿐이었던 선례를 보면 태권도인들의 축사가 점차 간소화됐던 것이 사실이다.

서두가 길었다. 이제 본론이다. 그래도 이날만큼은 KTA의 섬세함과 배려가 아쉬웠다. 모든 행사를 주관했던 KTA가 너무 하나만 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장에 대한 최소한의 ‘의전’이 부족했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2년 가까운 혼란을 딛고 가까스로 봉합되어 처음 태권도의 날 행사에 참석한 국기원장인데, 최소한의 대접이나 인사 정도는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직 세계태권도연맹의 고위 간부에 말을 빌려 당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이렇다. “국기원장이 완전 찬밥이구만.”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는지 또 다른 참석자의 입을 통해 들어봤다. “아무리 이대순 이사장이 WTF 부총재 자격으로 축사를 대독했다 해도 어찌됐건 홍 회장과, 조정원 WTF총재, 이대순 이사장 이상 3개 단체의 장이 단상에 선 모양새였던 것입니다. KTA가 숨은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받기에 충분한 상황이었죠(국기원의 한 사무국 관계자).”, “KTA도 자기 단체의 수장을 모시는 걸 탓할 수는 없겠지만 윗 분들 사이에서 감정이 상했다면 밑의 직원들이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국기원의 모 인사)”, “이렇게 침체 분위기 일수록 측근들의 조언과 화합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입니다. 행사 이후 국기원장이 환영 만찬장에도 안 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진흥재단의 모 인사).”

KTA측도 분명한 입장이 있다. KTA측은 국기원측에서 서운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꺼번에 두 개 행사의 개막식을 치러야했던 복잡했던 상황이었고, 행사 수일 전에도 국기원측과 축사 등에 관한 충분한 의견을 교환해서 만찬장에서의 인사를 준비했다고 한다.

여기서 생각해본다. KTA 핵심 인사들의 주군 모시기가 강해서였을까. 아니면 국기원의 주요 인사들이 평소 KTA나 WTF, 진흥재단에 느껴왔던 서운함을 이번 의전 문제를 계기로 한꺼번에 쏟아냈던 것일까. 어찌됐건 2013년 태권도의 올림픽 핵심 종목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주요 4개 단체의 화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에 이들 모두 이견은 없을 것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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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로자식

    국기원 더이상 대태협에 돈 주지 마라. 선배도 모르는 호로 자식들한테 무슨 돈이냐?

    2010-09-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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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카로운지적

    역시날카롭운지적입니다

    2010-09-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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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사범

    세계의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WTF도 국기원의 단증이 보급된후 세계대회를 만들지만 선수가 아닌 태권도인들도 국기원의 단증을 갖기를 원한다. 해외의 태권도인들에게 국기원은 태권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태권도 진흥재단 도 이제 까지의 국기원이 있었기에 진흥재단이 생긴것이다. 태권도의 모든 모체는 국기원을 중심으로 모여야한다. 태권도의 존경은 태권도인의 원로를 원로답게 존중하고, 서로 세워주는 것이 옳다.

    2010-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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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기

    대길아 잘지내냐? 연락 함해.. 얼굴함보자

    2010-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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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

    제 밥그릇 던져주고 숫가락 들고 옆에 서 있는 아버지(국기원)도 그렇지만, 일 잘 하는 집안 일꾼들 다 버려두고, 주둥이로 나팔이나 불어대며 동네주민들이나 헷갈리고 짜증나게 하는 남의 마을 난봉꾼 한량들을 큰 머슴으로 들여 놓고, 도끼자루썩는 줄 모르는 자식넘들....이 넘의 집안도 이제는 뼈대없는 무골상놈집안으로 전락하고 멸시 받을 날이 멀지 않아 보입니다..그려...

    2010-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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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한

    콩가루집안의 적나라한 자업자득 모습입니다.모체가 되는 국기원의 수장 ...부친이(국기원장)이 작은자식(KTA) 잔치에가서 큰자식(WTF) 둘째자식(ATU)은 대접받는데 찬밥신세로 모욕을 당한 꼴....어떠한 미사려구로도 설명할 수 없는 한국태권도계의 형편없는 행태가 벌어진 것입니다.물론 자식들 생각은 안중에도 없이 권문세가 옆집 대문고리잡고 굽실대며 숟가락 하나 얻으려 허접거린 당연한 귀결이겠지만....그래도 눈앞이 아니라...집안전통(태권도)의 미래를 보는 영민한 자식이 없다는 것이 더 뼈아픈 이집안의 고통입니다.

    2010-09-0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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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좁은 사람

    국기원은 태권도의 상징이다. 태권도의날 태권도의 상징인 국기원 수장이 홀대받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 대태협의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 한다.

    2010-09-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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