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현칼럼]택견의 미래, '양생(養生)택견'

  

[택견꾼 도기현의 택견이야기 - 열여섯]


도기현 회장

얼마 전 필자가 홍콩에 갔었을 때의 일이다. 아침에 산책을 나가보니 공원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틀어놓고 중국의 전통무예인 태극권(太極拳)수련을 하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아침마다 태극권을 한다는 것을 TV나 여러 보도를 통해 익히 들어왔던 터라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막상 그것을 실제로 보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아침 공원을 가보면 대부분의 노인들이 나무에다 자신의 등을 ‘쿵쿵’ 부딪치거나 뒤로 걸으며 손바닥을 치는 정도 등의 간단한 운동을 하는 것이 고작이다. 간혹 구청에서 파견해 준 에어로빅 강사가 활기차게 아침운동을 이끌어 주기도 하는데 노인들이 따라 하기엔 좀 벅차 보이기도 하고 또 솔직히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다른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도 한다.

필자가 홍콩의 아침 공원에서 본 노인네들은 태극권을 꾸준히 수련해 온 탓인지 어느 정도 이력이 붙어서 무술의 고수는 아니라 할지라도 제법 멋이 나서 우아하고 아름답게 보였는데 에어로빅을 따라하며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던 우리나라의 어르신들과는 크게 비교가 되었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태극권 인구가 늘어 많은 사람들이 태극권으로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태극권은 ‘만만디(萬萬的, 원래는 느릿느릿함, 한가로움이라는 뜻이나 느리면 느릴수록 좋다는 중국인들의 여유로움을 나타내기도 함)철학’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국인들의 습성에 적당한 운동이라고 본다. 중국인들에게는 중국인들의 운동이 좋듯이 우리에게는 우리에게 알맞은 우리식의 운동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품을 밟으며 '히'하는 육자결 호흡과 함께 심포경에 자극을 주고 있는 양생택견의 한 동작을 택견배틀장에서 시연보이고 있는 모습.

필자는 우리무예인 택견으로 우리의 건강을 관리하는 운동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어떤 이가 택견동작을 쭉 나열해 놓고 택견체조라고 만든 것을 본적이 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면 운동은 되겠지만 체계적인 이론과 과학적인 논리가 없으면 효과와 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에 가서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격투기 종목인 택견으로 잘못 움직이면 몸에 무리가 되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택견은 이미 그 움직임 자체만으로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양생적인 효과가 있기는 하지만 구성방식에서는 어쨌든 건강보다는 상대와 겨루어서 이길 수 있는 동작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택견의 움직임을 무조건 건강체조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택견을 바탕으로 기존의 서양체조는 물론이고 태극권이나 인도의 요가에 뒤지지 않는 우리식 체조를 만들기 위해 그동안 끊임없이 연구를 해왔다. 특히 10년이 넘게 (사)한국양생회 정숙회장님으로부터 양생학(養生學)에 대한 사사를 받고 있다. 음양오행(陰陽五行)과 경락(經絡)과 경혈(經穴), 그리고 호흡(呼吸)과 동양철학(東洋哲學)에 이르기까지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 현재도 진행 중인 상태이지만 그동안의 공부를 토대로 양생과 택견을 접목시킨 ‘양생택견’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양생택견은 모두 9개의 체조로 구성되어져 있는데 수년 전부터 연세대학교 사회교육원의 노인체육지도자 과정 중의 하나로 지도해 오고 있다. 현재는 상당한 호응을 얻어 복지관 등의 노인관련 교육기관에서 과목으로 채택되어 보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품을 옆으로 밟으며 '호'하는 육자결 호흡과 함께 위,비경에 자극을 주고 있는 양생택견의 한 동작. 양생택견의 동작들은 호흡과 경락의 자극은 물론이고 전체적으로 근육과 관절을 골고루 풀어주는 현대 체육적인 효과도 함께 가지고 있다.

양생택견의 구성원리는 택견의 가장 큰 특성인 자연동화적인 편안한 움직임과 품밟기의 오금질(무릎의 屈伸), 3박자의 탄력(彈力)을 바탕으로 경락에 대한 자극과 육자결(六字訣)호흡의 원리를 활용하여 몸의 기(氣)가 흐르는 순서대로 구성되어져 있다. 특히 양생택견 모두를 진도아리랑, 해주아리랑, 구아리랑 등의 우리음악에 맞춰 실시하게 만들었더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멋이 살아나는 효과를 보았다.

양생택견의 완성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작업이 아니므로 계속적인 연구와 뜻을 같이하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얼마 전에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택견 품밟기 운동이 여성 노인의 대퇴사두근 근력 및 동적 균형능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박사학위 논문(임상원)이 나와 택견 품밟기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주었으니 필자의 작업이 한결 수월해 졌다. 이와 같이 앞으로도 택견의 움직임이 생리학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좋은 가에 대한 과학적인 논문이 더욱 많이 나와 준다면 양생택견의 완성은 높은 수준으로 더욱 빨라질 것이다.

미래세대는 상대와 겨루어 이길 수 있는 강인한 무예적 기법만을 추구하기 보다는 호신도 되면서 자연스럽게 몸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운동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결련택견으로 겨루면서 몸을 기르고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양생택견으로 몸을 잘 다스리는 건강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택견은 중국의 태극권 못지않은 좋은 무예이자 건강수련법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본다. 적어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금방 그렇게 될 것이다. 왜냐면 우리에게는 우리의 것이 가장 잘 맞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양생택견을 택견의 미래라고 본다.

머지않은 시간에 한강 고수부지나 용산 가족공원에서도 양생택견으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며 택견의 미래인 양생택견 연구와 보급에박차를 가하고자 한다. 부디 많은 분들의 도움과 격려 그리고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택견꾼 도기현의 택견이야기는 1, 3주 목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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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분이 좋은 지적 해주셨습니다.

    2009-06-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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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글에서 "(사)한국양생회 정숙회장님으로부터 양생학(養生學)에 대한 사사를 받고 있다."
    사사는 스승으로 섬긴다는 뜻으로 윗글에서 "사사를 받고 있다."는 말은 자신이 스승으로서 섬기을 받고있다라는 뜻이 되므로 잘못 표현된 것입니다. 따라서 사사는 능동형으로 만 사용하므로 "사사 하고있다."라고 고쳐써야 합니다.

    2009-06-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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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구라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입니다.

    2009-06-1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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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문수

    택견 선배이신 도기현 회장님의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2009-06-1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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