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영화는 극장에서 '격투기'는 현장에서

  

보태준거 없으면 머라고 하지말자



한국은 컨텐츠에 대한 댓가지불에 참 인색하다. 영화, 노래, 게임 등을 대부분 불법다운을 받아 즐긴다. 분명 범죄행위인데, 별다른 죄책감이 없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공연문화도 비슷하다. 혈연, 학연, 지연을 통해 초대권이나 무료관람권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되어버렸다. 돈 내고 사서 듣거나 보면 '바보' 취급을 당하는 이유다.

격투기로 눈을 돌려보자. 미국의 UFC의 경우 현장판매는 물론 TV중계까지도 PPV(유료방송)로 방송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지불하고 경기를 보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무료를 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상황이 심각하다. 국내 격투기대회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당시 주최사들은 관객몰이를 위해 무료 초대권을 뿌렸다(진짜 막 뿌려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 초대권은 오히려 독이 됐다. 국내 격투기 대회는 무료로 시청하고, 관람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6월 첫째 주 네오파이트와 MXM이 격투기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개최는 2년여 간 메이저대회가 없던 국내 격투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네오파이트는 오는 목요일에 네오파이트12를 열고, 일요일에는 MXM이 무신대회를 개최한다. 당연히 유료입장이지만 두 단체의 걱정은 크다. MXM의 김범석 대회본부장은 “격투기대회가 있기 일주일전에는 지인들의 전화를 피하게 된다. 대부분이 초대권이나 무료티켓을 원하는 전화이기 때문”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두 단체의 경기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네오파이트는 국내 최고의 헤비급 선수들의 토너먼트는 물론, 태국 무에타이 탑랭커와 TUF(UFC의 격투선수 양성프로그램) 출연선수 등이 링에 오른다. 무신에서는 6명의 태권도 수련자들이 격투기무대에 나선다. 또 권민석, 김세기 등 K-1에서 유명한 국내선수 외에도 종합격투기에서 인기를 끌었던 김재영, 권아솔 등이 입식타격에 도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두 대회의 입장료는 2만 원 대. 각종 할인을 받으면 1만원 대다. 영화 한편 보는 가격으로 진정한 리얼파이터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영화마니아들은 "영화의 참맛을 느끼려면 극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부분 공감한다. 영화가 그렇듯 격투기대회도 현장에서 보면 짜릿함이 배가 된다. 선수들이 이뤄내는 통쾌한 역전KO승의 경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또 선수들간의 타격소리, 흘러내리는 땀방울의 흔적 등은 현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최근 두 단체의 대회 개최로 격투기관계자들이 신바람이 났다. 선수는 물론 매니지먼트, 도장(짐, 체육관)관계자, 심판들까지도 활기를 띄고 있다. 이런 격투기신바람이 국내에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팬들의 격투기선수들의 행동 하나에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혹독한 네티즌들에게 묻고 싶다. 그 선수들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접 보았는가. TV를 통해 또는 인터넷에서 보고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말하고 싶다. 시쳇말로 ‘보태준 거 없으면 머라고 하지 말라고…’ 이번만큼은 국내 격투기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대회장을 찾아 토종 격투기대회에 힘을 실어주자. 또 직접보고 냉정한 평가를 내리자.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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