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치권력에 휘둘리는 국기원

  

특수법인 전부터 정치권력에 예속된 국기원


지난해 12월18일 <무카스> 대표칼럼 ‘산산수수’의 열두 번째 이야기에서 ‘그래, 꼭 법정법인이어야 하는가’라는 글이 올라갔었다. 내용은 ‘태권도특별법에 의한 국기원의 특수법인화가 과연 타당한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는 내용이었다. 이 글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일부 비판도 있었다.

이 글은 온라인상에서 제법 댓글 논쟁을 일으켰다. 특히 ID ‘대택인’이 정말 정열적으로 국기원이 특수법인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되짚어봐도 산산수수에서 제기한 문제를 제대로 이해했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개인적으로는 대택인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정리해 무카스의 <발언대>로 게재했으면 한다).

이후 필자는 지난 3월, ‘[국기원의 2009년]상상하기 싫은 국기원의 미래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이 글에서‘국기원이 정치권력에 휘둘린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런데 이를 반박하기 위해 누군가 댓글로 이런 내용을 올린 게 있었다.

‘(미래의 총선에서)일제히 여당과 야당에서 경쟁적으로 태권도 지도자를 비례대표 당선권내의 의원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앵커는 달라진 태권도의 위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멘트를 했다. 최근 국기원이 법정법인화 후 정부의 지원으로 신뢰성과 권위가 높아져서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면서 정치권이 태권도에 구애를 해왔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리 댓글이라지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쓴웃음이 나왔다(이번 '기자의눈'을다 읽으면 이유를 알수 있다). 이 댓글을 단 사람은 보통 태권도인이 아닌 국기원의 특수법인화와 아주 관련이 깊은 인물인 듯싶다. 과거기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리뷰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바로 5월20일 국기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에 제출한 13명의 임시이사 후보명단 중 11명이 거부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엄운규 원장은 2008년 6월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엄 원장이 뒤로 물러난 상태에서 국기원 사무처장은 서울시태권도협회와 A씨를 상대로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태권도특별법이 발효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기원은 새로운 특수법인 정관을 합의처리하지 못했다.

국기원의 주무관청(공식법률용어임)인 문체부는 차관이 공개석상에서 A씨를 가리켜 ‘전과자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2009년 3월). 즉 문체부는 엄운규 원장과 국기원 사무처장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했다. 상황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문체부와 정치권력은 국기원 이사들을 상대로 한 명씩 사퇴를 종용했다. 정원 19명인 국기원 이사진 중 무려 13명이나 공석이 생겼다. 지난 4월 중순까지의 일이다.

이제 비정상인 국기원의 정상화는 눈에 보이는 듯했다. 문체부의 공세를 앞세운 국기원 사무처와 엄 원장의 신속한 수습작전에 서울시협회와 A씨는 무력하기만 했다. A씨는 국기원정상화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유명무실했다. 이제 문광부가 국기원이 보낸 명단을 인정하고 법원으로 보내 임시이사를 선임 받는 절차가 남았다. 이어 이 임시이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이사장을 선출하고, 특수법인으로 가기 위한 새 정관을 만들면 끝이 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갑자기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의 국기원 이사장 설이 터졌다. 이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문체부의 인사가 단행됐다(4월24일). 그동안 국기원을 담당했던 2차관이 1차관으로 옮겨가고, 체육국장, 실무담당자(과장)가 죄다 바뀌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5월초 문체부가 국기원이 작성한 임시이사 후보명단 중 무려 11명이나 반려하고, 대신 그 자리에 문체부가 원하는 인사로 채우려고 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이건 정말 큰 사건이다. 지금 시점에서 국기원의 정상화가 중요하지, 정치권력이나 주무관청이 국기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문체부도 특수법인화를 논하며 정부가 국기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특수법인 찬성론자들’은 이 점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즉 아직 특수법인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력에 대한 국기원의 예속’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임시이사 선임, 눈치보지 말고 '법대로' 처리해라



국기원의 특수법인화를 이끈 엄운규 원장과 국기원 사무처장은 현재 문체부에 대해 크게 서운해하고 있다. 자신들이 믿었던 문체부가 ‘인사 한 번’으로 인해 등을 돌리니 난감한 것이다. 이에 국기원은 납득할 수 없다며 문체부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예전에 서울시협회와 A씨에 대해 “정부 하고 그렇게 대립하려고 하면 안 되지”라고 으름장을 놨는데, 이제 자신들이 정부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우스운 모양새가 된 것이다.

국기원은 이런 문체부의 처사를 외부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부끄러운 것이다. 그래서 열흘이 넘게 지난 5월20일에야 무카스가 기사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체부와의 임시이사 명단 조율에 대해서는 그 자세한 내용을 함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핵심 담당자는 “이후 문체부와 이사명단을 다시 조율하고 있는데, 이걸 기사로 쓰면…”라며 말꼬리를 흐린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A씨와 홍준표 회장측은 화끈한 막판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엄운규 원장을 반대하는 쪽들은 이제 한판 공세를 펼칠 기세를 띠고 있다.

이게 무슨 꼴인가? 세계태권도의 본산이 주무관청(중앙부처를 뜻함)의 인사조치나, 여권 실세 의원의 의지 하나에 그 흐름이 180도 바뀌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가? 태권도의 가장 큰 어른이 정부로부터 무시당한 것은 인정하기 싫어도 사실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국기원의 특수법인화가 우리 태권도계에 정말 좋은 것인가? 나중에 역사가 작금의 국기원 특수법인화에 대해 ‘근시안적인 최악의 실수’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현재 국기원이 임시이사를 선정해 정상화를 이뤄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외길이다. 그런데 정말이지 중요한 사안은 현재 국기원이 임시이사를 선정함에 있어 굳이 문광부의 사전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냥 국기원 사무처(엄운규 원장)가 관할법원에 신청하면 그만이다. 현 정관상으로 이사를 선임할 때 주무관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면 임시이사 선정도 마찬가지다. 법조계에서 그렇게 민법을 해석하고 있다.

물론 주무관청과 사전에 원만하게 협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냥 ‘법대로’ 하면 된다. 그리고 특수법인이 되기도 전에 이렇게 무시당한다면 나중은 불을 보듯 뻔하다. 즉,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한번 태권도계가 국기원의 특수법인화에 대해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다. 그래야 더 이상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나, 고위공무원, 그리고 실세정치인이 국기원을 자기들 마음대로 넘보지 않을 것이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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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기자의눈 #정관 #엄운규 #정치권력 #문체부 #특수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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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겨짚지 말자!~

    기사도 웃기고 리플도 웃긴다. 앞서지 말자. 화장실간 것이 똥통에 빠졌다고 소문난다.

    2009-06-0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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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기태권도

    법정법인이 되기도 전부터 이렇게 정치권력의 간섭이 심하니 법정법인 되고 난 뒤는 어떨까? 높으신 나리들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에게 돌려 주세요. 전세계 사범님들이 보고 있습니다.

    2009-05-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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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지킴이

    제목이 바겼네 국기원을 가직고 노는 정치권력에서 정치권력에 휘둘리는 국기원으로 톤 조절은 한 이유는 압력??, 기자분 휘둘리지말고 소신껏 ㄱ기사를 쓰쇼. 앞선 제목이 훨씬 와 닿았소. 그나마 치우지치 찔끔하게 만드는 글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2009-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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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무

    국기원정상화위원장 이승완이사는 대법원으로부터 법죄사실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하니 이제 이사자격이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 벌금형이면 괜찮은 것이긴 한데, 그 법죄사실과 형벌내용을 모라서 소문만으로 판단이 안서네요. 무카스가 이 사건을 보도해주쇼. 이근창도 물러나야 할 공적인데 이보다 국기원 이사회가 전면 개선되는 게 순서이고 바람직한 것이지요. 새 이사회 구성 후 이근창도 물러나게 해야 합니다. 완전 개혁만이 태권도가 살 길입니다.

    2009-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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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비홍

    참된 국기원의 정상화는 주무관청에서 신선한 위인들로 구성된 임시이사진을 파견하여 정관을 개정하고, 이사장 및 원장을 선출한 뒤에 주무관청은 뒷편으로 물러나 국기 태권도의 위상에 힘을 실어주는 동행자로써의 그 역활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 그럼 어줍잖은 글 읽어주심을 감사드리며 이만 퇴청 합니다

    2009-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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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비홍

    개인의 생각을 펜으로 무카스(대표 이승환)의 대변인 노릇을 한다고해서 진실을 덮을수 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
    국기원 사무처장 (이근창) 개인의 만행으로 빚어진 비리는 온 천하가 공감하는 사안이며 미친개를 때려잡자고 나서는 자칭 국기원 정상화 위원님(현 이사진5명)들 또한 모든 태권도인 들에게 본인들은 스스로 태권도인으로서 한점 부끄럼없으신지 이또한 궁금하지 않을수 없네요?
    속담에 뭐묻은 개가 뭐묻은 개를 다무란다는 사실이 딱 맞는것 같습니다 ~~~~~~~~~ㅎㅎ

    2009-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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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국기원 꼴 좋다 오죽하면 태권도인들이 시위를 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잘 나갈때 잘해야지 꼴 좋습니다.
    무카스 기자님 걱정 되네요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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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9단

    모든사실을 민주당에 파일을 넘겨버려라...왜 대한민국 권력은 오,남용하는지 모르겠다.대통령은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지도 못하면서 세력간의 싸움을 공권력으로 한쪽을 조준한다는 것은 공안정국으로 가겠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조준받는 쪽은 이명박정권을 탄생시키는데 목숨걸고 했건만 이제는 토사구팽한다면 정말 실망이다.죄를 지은자는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한다.그러나 문화단체가 해묵은 과거사로 세력싸움을 공권력으로 누른다면 심각한 문제다.국기원은 비리의온상이다.비리의온상을 먼저 도려내 놓고 서울시를 쳐야 된다.공권력이 살아 있다면?현 이상한 상황을 수사국장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한다.서울시 동부지검에서 수십가지를 무혐의 받은 사건을 좀 신중히 했어야 객관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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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향뎐

    국기원이 정치권력에 휘둘린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했다. 으하하 소가 웃는다.신준철기자는 무엇을 얻으려고 목숨걸고 국기원사무처를 변호하는지 모르겠음.국기원을 휘둘려 버린 사람은 엄운규씨와사무처장이다.
    서울시 0씨를 죽이려고 의형제를 시켜서 조준사격하는 자 대통령 말만 듣고 백성들말은 안듣는다는 요상한 공무원을 시켜서 부적절하게 수사하는 꼴 이따이따 다 공개해야죠 쉬쉬할 필요없지 누가 죽던 죽어봐야해 더러운세상...지금 국기원 이사문제가 아니라 구렁이들같은 인간들의 문제라니까 특히 대한민국과 국기원...하명 좋아하시네 짜고치는고스톱 해 놓고선 다알어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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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끄나풀

    누구의 끄나풀이인지 아니면 누구의 대변인지는 모르겠지만 기사내용이 정말 이상하네요.
    아무리 여야를 따지는 세상이지만 태권도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며 누가 누구와 편을 먹네 마네하는 표현은 정말 잘 못된것 같네요.
    그리고 언론이 이간질을 시키면 어쩌자는 겁니까.?
    색안경을 끼지말고 보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안경을 쓰질 말던지...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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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도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는것은 너무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국기원의 독립성까지 포기할 순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바람처럼 방향이 항상바뀌는 인기 정치인들의 하수조직이 되었다가는 스스로 자멸하는 꼴이죠. 원칙을 따라, 즉 정관을 준수하되, 정부의 의견도 수요할 수있는, 서로의 상호협동 자세를 부탁합니다. 말처럼 쉬운일이 아님을 잘알지만, 그런 어려운일 하시라고 리더로 높은 자리에 모시고 우리들이 따르는 거 아니겠습니까?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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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인

    아래 (태권도) 사람 의견 한벌 길게 쓰셨네,,,학력 좋고 태권도 출신이면 국기원 잘 이끌어 갈수 있나?? 태권도는 태권도 사범에 의해서 발전되었지만 또 그들에 의해서 망가져 가고있다,,,지금 현상황을 봐라 누가 누구를 공격하는지,, 학력, 태권도인,출신 따지는 그런 이분법적인 논리로는 이제 더이상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태권도에 대한 열정과 사랑, 업무 능력으로 평가하자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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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화

    실세 국기원은 도대체 누구인가 ?
    언제부터 국기원 에 근무하는 한 개인이 국기원을 대표한다고 문광부를 상대로 법인화를 추진하였고, 도대체 임원들은 무엇을 했나? 직원들은 눈치만 보고 마치 국기원을 사조직하고
    실세 뭐처장은 직원이면서 본인 월급이 국기원 임원보다 많다니 이래서야 어찌 돌아가겠는가?
    오늘날 국기원 현실이 정말 어처구니 없고 우습다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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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국기원에 계시는 엄원장, 이근창 개인이득을 위해 지난날 태권도를 위해 고생하면서 만든 역사를 다 망가지니 언제 정부나 문광부에서 태권도 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될때 도와주었나? 태권도인들의 자존심이 무너진다 . 해외에서 근무하는 태권도지도자가 이제 문광부를 상대로 뭔일을 하나.. 이근창이는 태권도를 한사람인가. 태권도원로분이
    종주국에 국기원에 태권도도 모르는 이처장을 무도도 모르고 학력도 없고 중책을맡기니
    더이상 할말이 없다.
    엄원장 반성하세요
    정치인에 놀아나는 태권도인들도 반성하세요
    정치인에 놀아나는 태권도인,,,, 원로가 국기원을 제대로 관리못한점, 인사가 만사인데!!!
    둘다 반성하세요
    진정으로 국기원을 위한다는 말은 제발 하지마새요
    역사는 바꿀수가 없습니다.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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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

    올소이다. 시원하다.
    무카스가 역시 가려운 구석을 글거주는구만.
    화이팅입니다.

    2009-05-2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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