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K-1 맥스, 한국선수들에게 '시간을 주자'

  

일본 선수들에 비해 턱없이 짧은 준비기간


21일 '체력왕' 임치빈은 평소보다 많은 양의 땀을 흘리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파이터들이 월드 맥스에서 패할 때마다 ‘역시 국내용이다’라는 비난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듣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월드맥스가 국내 선발전 이후 숨넘어가듯 치러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빡빡한 스케줄에 쫓기는 국내 파이터들에게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란 힘들다.

지난 21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에서 열린 K-1 월드 맥스 2009에는 임치빈과 이수환이 출전했다. 두 선수는 모두 지난 3월 20일 열린 K-1 맥스 코리아 8강 토너먼트(월드 맥스 한국선발전)에 출전해 월드 맥스 진출권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임치빈은 두 번의 다운을, 이수환은 실신 KO를 당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두 선수는 월드 맥스에 출전했다.

출국 직전 임치빈은 “맥스 코리아에서 당한 두 번의 다운을 당했다. 2주 정도 회복기간을 가지고 훈련을 재기했다. 실질적인 운동기간은 2주 정도였다. 100%의 실력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라고 걱정했다. 이후 경기에 출전한 임치빈은 확연히 맥스 코리아 때와 다른 몸놀림을 보였다. 1라운드가 끝난 직후 임치빈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체력왕’ 임치빈이라고 불리는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2라운드 시작 직후 급격한 체력저하를 보이며 백스핀 블로우를 맞으며, 다운을 빼앗겼고, 결국에는 판정패했다. 이수환도 임치빈과 비슷한 경기력을 보였다.

만약 월드 맥스에 권민석이나 김세기가 출전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최악의 경기가 벌어졌을 것이다. 두 선수는 지난 2월 14일 ‘맥스 코리아 대표선발전’에서 각각 조별 우승을 차지하고 맥스 코리아에 진출했다. 이어 3월 30일 열린 맥스 코리아에서 각각 1, 2라운드에서 임치빈에게 패했다. 하지만 맥스 코리아에서 두 선수 중 한명이 우승을 차지했다면 두 달여 만에 총 7경기를 치렀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뻔 했다.

그렇다면 월드 맥스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한국 파이터들과 비슷한 상황이었을까. 대답은 ‘NO’다. 올해 월드 맥스 선발전은 일본이 2월23일에 가장 먼저 치렀고, 네덜란드가 3월1일, 이어 한국에서 개최됐다. 흥행을 목적으로 각 나라별 차이를 두고 경기를 개최한 것이다. 일본은 개최국이라는 이점을 십분 발휘했다. 2006년 일본은 2월4일 선발전을 치렀고, 이어 한국이 2월25일 선발전을 열었다. 월드 맥스는 4월5일(준비기간 한국=39일, 일본=60일)에 개최됐다. 또 2007년에는 일본이 2월5일, 한국 2월18일, 월드 맥스가 4월4일(한국=45일, 일본=58일) 2008년에는 일본이 2월2일, 한국 2월24일, 월드 맥스는 4월9일(한국=43일, 일본=65일)에 열렸다. 따져보면 한국선수들이 매년 20일 가량 일본 선수들보다 짧은 준비기간을 가져야만 했던 약간의 불리함을 느낄 수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나고 임치빈과 이수환에게는 ‘국내용이다.’, ‘내구성이 약하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힘든 스케줄을 잡아놓고, 국내 선수들에게 ‘강행군’을 강요하고, 완주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국내 선수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우리 국내 선수들에게 월드 맥스에서 100% 컨디션으로 싸울 수 있을 ‘시간’ 좀 주자.

[김성량 기자 / sung@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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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파판정이 더 문제이다

    준비기간이 짧은것도 있지만 한국선수에 대한 편파판정이 더 문제라고 봅니다

    아무리 홈 어드 벤티지가 어느정도 있다고 해도 한국선수에 대한

    심하다 싶을정도의 편파판정과 짠점수는 어찌해야될지,,,

    한번씩 중계때마다 TV를 부숴버리고 싶은건 저만 그런건 아니더군여.....

    2009-04-2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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