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방과후 태권도 저지, 모두가 일등공신

  

KTA 홍준표 회장과 전 태권도인들이 합심해 이뤄낸 일시적인 성과


1. “태권도인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조정하겠다. 절대 손해를 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한태권도협회 홍준표 회장)
2. “태권도는 이번 방과후 학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 측)
3. “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2000여명의 회원들 또한 김 의원님의 태권도에 관한 애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양한 채널로 건의를 올린 것이다. 받아들여 주셔서 감사합니다.”(서울특별시태권도협회)
4. “전무이사협의회 박경환 회장은 자신의 연고지를 벗어나 전국을 돌며 시도협회 방과후 태권도 교육에 대한 폐단을 설명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16개 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
5.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잠시 1년간의 시간을 벌어 놓은 것 뿐이다.” (방과후 학교 저지 대책위원회)


지난 7일 방과후 저지 대책위원회와 16개 시도협회 전무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위 내용은 방과후 학교가 초기 768억원의 추진 예산이 108억으로 삭감 됐으며, 태권도에는 이 예산이 전혀 배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뒤 쏟아진 발언들이다. 이쯤되면, 1번에서 5번까지의 발언을 한 인사 혹은 단체들 중 방과후 태권도 저지를 위해 혁혁한 공을 세운 주인공이 누구인지 궁금할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로 인해 적어도 향후 1년간은 태권도가 방과후 학교의 압박에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태권도계 내부에서는 방과후 태권도를 막아냈다는 인사들의 ‘공치사(功致辭)’가 시작됐다. '전국 태권도장 관장들의 위기(?)를 구해낸 일등공신은 바로 우리'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태권도계 민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누가, 또 어떤 단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방과후 태권도를 대항해 움직였는지 훤히 다 보이는데도 연일 ‘격파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다.

1번부터 5번까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1번은 홍준표 KTA회장(현 한나라당 원내대표)이다. 솔직히 큰소리 칠만한 하다. 아니 겉으로 보기에 홍 회장이 방과후 태권도를‘단칼에 해치웠다’는 태권도계의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렇다고 ‘홍 회장님 만세’를 외치기에는 확실한 물증이 없다. 홍 회장은 시종 방과후 태권도와 관련해 “방과후 학교를 추진은 하지만, 태권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한 당의 원내대표이며, ‘실세’ 정치인 이라고는 하지만 국민 다수를 위한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동을 청개구리처럼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홍 회장은 지난 종별선수권대회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인데, 태권도인들이 너무 ‘자기 것’ 만 찾으려 하다가는 많은 언론이 태권도를 안 좋게 볼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2번은 김용태 의원 측이다. 솔직히 자기가 만들어 놓고 자기가 인심 쓰는 척 슬쩍 태권도를 제외시켰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선 태권도 지도자들의 기세에 눌려 한발 뒤로 물러섰다는 것이다. 실제 김 의원은 1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보름동안 수십차례 태권도계와 만나며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시쳇말’로 개고생을 했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에는 양보했지만, 국영수 위주의 대형학원과의 싸움에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강단을 보여주기도 했다.

우습게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 쓴소리를 듣고, 촌 티 나게 자화자찬을 해 효과를 반감시켰던 경우도 있다. 바로 3번이다. 서울시협회는 이번 방과후 태권도 저지를 위해 선봉에 나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5개 구지부 회장을 총동원해 전방이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또 본인들이 직접 대응책을 마련 하기 위해 임시 총회까지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정리되고 난 뒤에 제대로 칭찬한번 듣지 못했다. 너무 앞서갔다. 결론이 나기도 전에 자신들이 방과후 태권도를 모두 해결한 것 처럼 의기양양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로부터 “언론이 오보하고 있네요” “다른 쪽에서 생생내고 있습니다”라는 비난을 샀을 정도였다. 그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또 겸손하지 못했다.

4번은 16개 시도협회 전무이사협의회다. 이들은 깔끔하게 인정할 건 인정했다. 이번 방과후 태권도를 저지하는 데 있어 방과후 학교 저지 대책 위원회의 공을 높이 샀다. 전무이사 협의회의 박경환 회장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에서 합심해서 목소리를 높여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구 한창헌 전무도 “인정한다. 박수를 보낸다”면서도 “우리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최악의 경우 한나라당 낙선운동까지 벌이려 했다”고 전했다. 각 시도 전무이사들도 협회 별로 ‘방과후 강사 고등학교 파견’, ‘태권도장에 방과후 예산 지원’ 등의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였다.

5번은 방과후 학교 저지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다. 아직까지도 이들의 활동 취지에 대해서 색안경을 끼고 쳐다보는 이들이 많다. 대책위는 ‘다들 청년학사태권도연합회 아니냐’, ‘돈 받고 시위하는 거 아니냐’, ‘이 틈에 한 자리 차지하려고 했던 거 아니냐’는 등의 뒷말을 들어왔다. 이런 소문들을 확인 할 방법은 없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책위가 지난 1일 방과후 태권도를 저지하기 위해 250명의 일선 지도자들을 모은 행동이 촉발이 되어, 일선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이다. 또 이들의 집단행동은 KTA와 16개 시도지부협회들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용감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종합해 보면 방과후 태권도의 급한 불을 끈 일등공신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1번부터 5번까지의 모든 움직임들이 유기적으로 융합이 되어 방과후 학교 ‘태권도 제외’라는 성과를 낸 것이다.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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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종웅

    경기도에서 사라져야 할 존재.
    심판 오더의 황제..씹알.

    2009-04-1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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