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체대' ASU와 해리 황 신화

  

한국인이 미국에 세운 최대 규모의 대학


샌버나디노 중심지에 위치한 아메리칸스포츠유니버시티 정문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했는가?’ 한국인으로 미국에 첫 4년제 스포츠대학인 아메리칸 스포츠 유니버시티(ASU)를 설립한 해리 황 이사장(58,황영규)은 힘들 때마다 이 글귀를 되새기며 버텨왔다. “기껏해야 시내 인근에 건물 하나 지어놓은 학원 수준”일 거라던 주변의 비아냥 속에서도 해리 황은 묵묵히 ASU의 내실 다지기에 최선을 다했다.

취재진이 미국 샌버나디노 중심지에 위치한 ASU를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중순. 학교 정문 앞에 들어서며, 제법 큰 규모와 깔끔한 내부 시설에 놀라워하고 있을 때쯤, 멀리서 취재진을 반갑게 맞는 이가 있었다. 허름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그는 다름 아닌 해리 황 이사장이었다. 손수 학교 구석의 미진한 곳에 페인트 작업을 하고 있다던 그는 직접 학교 바닥에 왁스 작업을 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사실, 황 이사장은 굳이 ASU를 설립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사람이다. 198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 유학에 오른 그는 이후 캘리포니아 주정부로부터 사업권을 따내는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주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따냈으며, 1995년도에는 미국내에서 소수인종으로는 처음으로 카지노 운영권까지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1998년에는 성공한 재미교표 사업가 33명을 대상으로 한 책 ‘달러를 캐는 사람들(행림출판)’의 한 인물로 선정됐을 만큼 재력가로 성장했다.

황 이사장이 ASU를 설립한 진짜 이유는 돈이 아쉬워서도 아니었다. 단지 젊은 시절 ‘교사로서의 본능’을 무시할 수 없어서이다. 황 이사장은 한국에서 30세까지 시골학교의 선생님으로 근무했었다. 그는 “시작이 선생님이었던 까닭에 학교 설립이라는 꿈은 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밤낮 어떻게 하면 학교를 세울 수 있을까 하고 고민했습니다”고 밝혔다.“이상한 점은 미국이 스포츠 강대국인데도 국내의 한국체대와 같은 스포츠 종합대학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몸은 물론이고, 동양에서 중시하는 인성교육까지도 교육할 수 있는 대학을 만든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입니다.”ASU는 이 꿈이 현실화되고 있는 소중한 학교인 것이다.

황 이사장은 2003년부터 ASU 설립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미국 전역에 있는 대학의 체육 교과과정을 섭렵하기 시작했고, 알맞은 대학 부지를 찾기 위해 20여개 도시를 직접 찾아 헤맸다. 결국 미국 로스엔젤레스 인근의 샌버나디노 시내 중심가를 최종 선택했고, 젊음을 바쳐 모은 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조금씩 부지를 넓혀 가기 시작했으며 마침내 시내 중심가에 2만 5천평에 달하는 부지를 확보했다. 이어 주정부의 공인까지 받아냈다. ASU는 2006년 11월 정식으로 개교했다. 골프, 태권도, 농구, 야구 등 주요 스포츠 종목을 포괄하는 4년제 학부 과정(11개 학과)과 대학원 과정을 갖춘 미국에서 한국인 세운 학교 중 최대규모의 4년제대학을 설립한 것이다.

미국 최초의 스포츠 특성화 4년제 대학


ASU 내 본인 사무실에서 업무중인 해리 황 이사장의 모습


올해로 개교 2주년을 맞은 ASU는 미국 내 특성화 대학으로 차근차근 자리잡아 가고 있다. 지난 11일(미국시간)에는 김운용 전 IOC수석 부위원장을 명예총장으로 영입하면서 국내외 스포츠계의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ASU에서 명예총장 취임식을 끝내고 학교 이곳저곳을 살펴본 김 전 부위원장은 “세계 어느 대학들도 설립 초기에는 볼품이 없기 마련이다. 하지만 ASU는 많은 것을 갖추고 있다. 정말 인상적이다. 미국에 세운 스포츠 전문대학이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보다 앞서 ASU는 2008년말 한국체육대학교와 상호교류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황 이사장은 학교로 출퇴근할 때 ASU 전용의 시큐러티 차량을 이용한다. 언듯보면 이사장이 타기에는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차다. 집에 렉서스 BMW 등 명차가 있지만 이제 막 기지개를 피고 있는 ASU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거품을 빼야 한다는 생각에서 몸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저는 폼 잡는 거 정말 싫어합니다. 학교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뿐입니다. ASU는 비영리 법인입니다. 학교가 돈을 벌어도 제가 가져갈 수가 없죠. 학교 시설이나 발전자금 혹은 학생과 교직원에게 그 해택이 돌아갑니다. 이미 먹고 살만큼의 돈은 벌었습니다. 이제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제가 죽은 뒤에도 ASU가 좋은 학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간혹 몇 만 달러를 들고 와서는 학위를 달라고 하는 한국 사람들이 있지만 저는 흔들리지 않습니다. 몇년만 지켜보십시요. 한국사람들이 ASU를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

어쨌든 직접 캠퍼스를 둘러보고, 해리 황을 만나 본 사람들은 확실히 안다. ASU가 한국이 세운 미국의 '엉터리 대학'이 아니라 '기적의 대학'에 가깝다는 것을.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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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SU

    2006년 캘리포니아 주정부 학사 및 석사 인가/2010년 박사 인가/2012년 연방정부 Accredition/이후부터 미국학생들의 학자금융자 혜택 가능/미국에서 학교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네요. 2012년부터는 아시아 학생 쿼터 제한이 발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www.asukorea.com

    2010-12-1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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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 소식

    참신한 소식입니다.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앞으로 발전성 있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2009-02-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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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지있는 삶

    이정도라면 발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모집요강 등은 어디서 볼수 있는지,,
    좋은 시도이십니다. 한국인으로 긍지가 느껴집니다.

    2009-02-2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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