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엄운규 원장, ‘날 좀 내버려둬’

  

국기원은 끌어당기기, 서태협은 밀어내기



지난 6월 엄운규 원장(80)은 오랜 기간 몸을 담아 온 국기원을 떠났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지난해 초 재단법인 국기원은 태권도특별법 통과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으로 전환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태권도협회(이하 서태협)는 국기원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며, 현 집행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런데 방법이 좀 치졸했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 등을 플래카드로 만들어 국기원 앞은 물론 엄운규 원장 사택과 가족이 다니는 교회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또 서태협은 강남구청에 국기원 불법증축을 문제 삼아 민원을 제기해 추징금을 물게 했다. 견디다 못한 엄운규 원장은 도의적인 책임을 진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결과적으로 서태협의 승리인 셈이다.

2004년 김운용 원장의 뒤를 이은 엄운규 원장은 그동안 조직 장악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찌보면 서태협과 국기원의 갈등의 불씨는 엄운규 원장 자신이 만든 것일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해도 엄운규 원장이 수세에 몰렸을 때 '철밥통' 국기원 직원들이 복지부동한 자세는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국기원 직원들은 엄 원장이 다시 돌아오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 특수법인에 따른 정관개정을 두고 문체부와 갈등이 커지자(임원결격 사유가 가장 큰 이유) 몇몇 이사들은 엄운규 원장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또 국기원 직원들은 서태협의 압박과 특수법인에 따른 새로운 환경변화에 불안해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엄운규 원장이 돌아와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켜주기를 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2월 9일 국기원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예고도 없이 청도관 사무실로 엄운규 원장을 찾아왔다. 이들은 “우리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원장님은 아무 걱정 말고 국기원으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들이 돌아가고 난 후 엄 원장은 “처음부터 저렇게 적극적으로 나오지”라는 짧은 말과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태협이 국기원을 공격할 때 숨죽이고 있던 그들 아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는 격이다. 이들의 이러한 행동은 태권도계의 무대포들을 자극했다.

'막가파' 서태협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최근 또 교회 앞까지 찾아가 엄운규 원장 가족들을 다시 괴롭혔다. 이전에 통한 방법이니 마다할 리 없는 것이다. 또 국기원을 떠난 이후 몇 달째 계속 판공비를 받는 것을 문제 삼았다. 엄운규 원장은 “통장을 보니 돈이 들어와서 바로 국기원을 찾아가 부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돈을 가져가라고 내놓았어. 하지만 아직 인수인계가 안 끝나서 판공비는 일단 나가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고스란히 모아놓고 있어. 최종적으로 사표가 수리되면 바로 반납할 거야”라고 설명했다.

원장 재임시절 월급 한푼 안 받고 판공비만을 받았던 엄운규 원장이다. 돈이 아쉬워 판공비를 따로 챙길 이유가 없다. 하지만 서태협은 끈질기게 엄운규 원장을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다고 의심대면 그냥 '들이대는' 것이다. 얼마 전 서태협 한 관계자는 엄운규 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미 떠난 엄운규 원장에 대한 견제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서태협은 엄운규 원장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아닌가.

지난해 말 청도관 사무실에서 만난 엄운규 원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근심이 없기 때문이란다. 엄운규 원장은 “앞으로 세계 각지에 있는 제자들을 찾아갈 계획이야. 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 주위 사람들은 나보고 백 살까지 살 거라고 말하지만, 팔순이 넘은 내가 앞으로 몇 년이나 살겠어.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가질 거야”라며 여생에 대한 계획을 넌지시 밝혔다.

“태권도는 무도이며 예를 중시한다”고 가르치시는 분들이 선배에 대한 예의는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또 겉으로는 태권도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국기원 관계자 중에는 자신의 이해관계가 먼저인 분들이 더 많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한 평생을 태권도와 함께 살아온 엄운규 원장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쨌든 그가 태권도의 큰 어른 중 한 명인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 다시 국기원으로 돌아가는 일 없을 거야.” 본인이 싫다고 하는데 한쪽에서는 컴백을, 한쪽에서는 떠나라고 난리들인 것이다. 팔순을 넘긴 태권도 원로를 이제는 편하게 보내주자.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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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법

    방법은 하나 있습니다.오시면 호텔등에 묵고, 밥벌이 하는라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방해만 안주면 됩니다.특히 고급 호텔에 묵은후 후배들보고 호텔비 내라고 하지 마세요.

    2009-01-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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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후배

    세계 각지에 있는 후배들을 방문 하시겠다구요? 아이구 제발 오지 마세요.예전이나 지금이나 국기원 나리들 오면 돈들고 시간 빼앗기고 정말 피곤합니다. 그저 조용히 고국에서 남은 여생을 보람되게 보내세요.

    2009-01-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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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후

    월급은 없고 판공비는 받았다? 그돈이 그돈 아닌가? 정말 웃기네! 사표 낸지가 오래됫는데 아직도 단증은 엄 원장 앞으로 발행을 하는데 사표는 무슨 사표란 말인가?

    2009-01-0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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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하무인

    막가파 서태협, 조직 만들고 눈먼돈 챙기기 급급한 모습.. 줄넘기협회는 왜 만드는지.. 줄넘기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회장,부회장, 임원,, 생활체육으로 돈 벌려는 수단... 태권도나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엄원장님 편히 쉬시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서태협의 추태는 언젠가는 무너 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9-01-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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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권도

    뭔놈의 태권도라고 이렇게들 난리인지. 태권도인들 각성해야 한다. 줄넘기협회보다 인원이 적은 태권도판. 무도했다는 사람들이 이러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이게 무슨 국기인가. 창피하고 쪽팔린다. 말로만 국기하지말고 실천해야 국기다. 갖다부치면 다 국기고 나발이냐.

    2009-01-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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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태협

    제발 태권도 한 것이 창피하지 않게 해주세요. 낙지 아저씨 앞으로는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려고요. 부탁합니다. 제발 창피하지 않게 해주세요

    2009-01-06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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