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왕따’ 국기원 연구소의 어설픈 노력

  

보여주기 급급했던 국기원 연구소 연구사업 발표회


5일 열린 태권도 용어정립 및 기술개발 연구사업 발표회 모습


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를 자임하고 있다. 물론 상징적인 면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의구심이 든다. 그동안 국기원이 주도적으로 해온 일은 국내외 행사, 지도자교육, 단증 발급 등이다. 물론 이러한 사업들도 국기원이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국기원은 세계태권도본부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을 망각 해 왔다. 바로 태권도 연구다.

태권도인들은 국기원이 1972년 설립 이후 역사와 기술 등 태권도 전반에 대한 연구에 소홀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태권도인들의 눈초리에 국기원은 2006년 2월 국기원 연구소(소장 이규석, 이하 연구소)를 출범시킨다. 하지만 지난 두 번의 세미나에서 ‘수박 겉 핥기’식의 진부한 내용을 전부였고, 이것도 자체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닌 용역업체에 맡긴 것이었다.이후 2007년 12월 국기원직제 개편에 따라 연수원 안에 연구소가 포함됐다. 이규석 연구소장의 지위도 처장대우에서 부원장대우로 올라갔다. 얼마 전에는 전임연구원(최치선)도 채용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세 번째 세미나인 ‘2008 태권도 용어정립 및 기술개발 연구사업 발표회’가 열렸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기술개발 연구발표는 전문가들이 모여 7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도출한 내용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무술 기술의 태권도 적용’이라는 연구발표는 “앞굽이는 이정도가 좋음, 뒷굽이는 이 정도”라는 식의 과학적인 근거 없는 애매한 내용이었다. ‘겨루기에서 추출된 기술’의 연구발표는 비교적 내용이 충실했지만, 새로운 것은 없었다. ‘태권도 용어정립’에 대한 연구발표는 아쉬움이 컸다.

태권도 전문가와 언어학 전문가들이 모인 결과물은 제법 알차 보였다. 하지만 발표 내용이 사전 교류가 안 돼 사회자와 토론자가 논쟁을 벌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이지기도 했다. 또 참석자들이 발표회와는 상관없는 질문을 해 논점을 흐렸다. 한 참석자는 “발표회도 중요하지만 여기 계신 원로분들을 모시고 옛날 태권도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며 이번 발표회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언행을 보였다. 발표회는 어수선했다. 해외 출장 중 기상 악화로 발표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규석 소장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사실 국기원 내에서 연구소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규석 소장은 국기원 내에서 자신은 ‘왕따’라고 표현한다. 국기원 내에서 돌아가는 일들을 기자에게 물어 볼 정도니 상황을 알만하다. 이규석 소장은 “내가 술도 먹지 않고, 고지식하게 책만 읽고 태권도만 하니까 나랑 어울리는 게 어려운가 봐”라고 사석에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고충이 느껴졌다. 앞으로 국기원의 핵심은 연구소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태권도인들에게 상징성만을 내세워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구소 설립 당시 국기원이 내세웠던 태권도 역사, 도장경영관리, 품새(신품새, 태권체조), 태권도 사상, 태권도 지도법, 태권도 기본동작, 지도자연수과정, 현대사회와 태권도, 수련교육과정, 겨루기, 공익사업, 태권도 제반 사업 등은 언제 이루어질지 궁금하다. 연구소가 어설픈 노력이 아닌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세우기 위해서는 국기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 연구소도 넓은 법위에서 포용하는 자세의 연구가 필요하다. 평생 태권도를 연구한 조증덕 관장(지헌류태권도), 이규현 원장(세계태권도사범연수원), 이규형 교수(계명대학교) 등의 태권도고수와 타 무술 전문가들을 과감하게 수용해 함께 연구해야 한다. 국기원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연구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결과밖에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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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는 말씀입니다. 서로 뜻이 맞는 사람끼리만 모여서 연구를 하고 토의를 하면 발전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반대하는 사람 찬성하는 사람 중간 역할을 하는 사람 고루고루 모여서 많은 토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권 바뀔때마다 교육하는 내용이 달라진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2008-12-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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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기원연구소여~

    태권도원로들중에 지금도 공부하는 사람이 많소. 어설픈사람내세우지마고 제발 좀 찾아다니쇼소. 왜그리 등잔밑이 어두우오. 국기원이 무슨 인맥공장인줄 아오?

    2008-12-1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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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카로운 지적,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국기원이 정신차려야 할텐데...

    2008-12-08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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