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美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 ‘한(恨)’을 풀다

  

[신준철 기자의 태권도 IN U.S.A]한인 사범들 앞에 선 이준구 사범


과거 미국서 ‘태권도’ 간판을 걸고 도장을 개관하면, 중국이나 일본 음식점인 줄 알고 문을 열고 들어와 주문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라데는 알아도 태권도는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는 상황이 역전됐다. 미국인 대부분이 태권도가 어떤 무술인지 인식하게 되었고,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도 제법 된다. 이는 맨주먹으로 미국에 건너와 태권도 역사를 개척한 1세대 한인 사범들의 공로다. 특히 '미국 태권도의 대부'로 불리는 이준구 사범(76, 미국명 준리)이 없었다면, 미국서 태권도가 알려지는 것이 10년 이상 늦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준구 사범의 미국 내 활동은 특별했다.

1956년 미국으로 건너간 이준구 사범은 미국 전 현직 상,하원의원, 이소룡(브루스 리), 무하마드 알리(복싱) 등 미국 사회전반에 걸친 유명 인사들에게 태권도를 전파했다. 이를 통해 이준구 사범은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아인슈타인, 에디슨과 더불어 미국을 빛낸 이민자 2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정치계에서도 이 사범의 존재는 특별했다. 한국 국무총리가 찾아가도 콧방귀를 뀌던 미국 정치인들이 이준구 사범 한마디에 약속을 잡아주는 믿지 못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이 사범에 신세를 졌던 정치인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유독 국내 태권도계만큼은 이준구 사범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아니 '천대했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이준구 사범은 ‘준리’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태권도를 가르치고 있다. 또 ‘체덕지 이론’, ‘유토피아 추구’ 등 독특한 철학 설파로도 유명하다. 음악에 맞춘 태권도 동작을 고안해 낸 것도 바로 그다. 정통을 부르짖는 국내 태권도계에서 이준구 사범은 눈엣가시였다. 음악을 틀어 놓고 태권도 품새를 하는 이 사범을 ‘무당’이라고 비하했고, 그의 이론을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해 버렸다. 이준구 사범은 몇 번이고 국내 태권도계의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과거 국기원에서 차 한잔 못 마시고 문전박대 당한 적도 있었다. 이준구 사범은 지금껏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강연을 가졌다. 하지만 한인사범들만 모인 자리에서 강연을 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태권도인로서 천추의 한(恨)이 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 한을 드디어 풀었다.

이준구 사범이 21일 ATU 포럼 강연에서 송판을 격파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이준구 사범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린 미국태권도연합(ATU)의 리더스 포럼에 강사로 초빙됐다. 이 날 이 사범은 “내가 그동안 태권도 사범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어요. 수많은 강의를 했지만 이렇게 한인 사범들만 모시고 하는 강의는 처음”이라고 운을 뗀 뒤 강의를 시작했다. 어느 때 보다 열정적이었다. 지난 2004년 심장 판막증 수술 후 자제해 오던 팔굽혀펴기 시범부터 송판격파, 하모니카 연주, 준리의 철학 등을 전했다. 이날 포럼에 모인 1백여 명의 사범들은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곧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유토피아를 추구해야 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논리에서는 맥이 빠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말이다.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이준구 사범에게 소감을 물었다. 이 사범은 “늘 하던 대로 했다. 앞으로도 계속 한인 태권도 사범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지만 눈이 웃고 있었다. 이준구 사범을 초빙한 정순기 ATU 회장은 “사실 이준구 사범님 초빙을 두고 고민을 했다. 우리(ATU) 중에도 이준구 사범님에게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강의를 듣고 상당히 좋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것을 떠나 이준구 사범님이 미국에 태권도를 정착시킨 일등공신임에 분명하다. 태권도인으로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할 분”이라고 말했다.

국내 태권도계에서 추구하는 방향에서는 이준구 사범은 정통이 아닐 수 있다. 정형화된 태권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다. 미국과 한국 정계에서 인정하는 태권도인을 두고 말이다. 국내 태권도계에서 언제쯤 고리타분한 잣대를 벗어 던지고 포용력 있는 자세를 보여줄 지 궁금하다.

[뉴저지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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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카스뒷담화 #이준구 #ATU #강연 #정순기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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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철 리

    프로권법 전파를 위해 힘쓰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철 리의 프로권법은 세계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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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신준철 기자는 오타의 제왕이군요. 이소령이 아니라 이소룡일텐데요?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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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imsabu

    노무현 대통령이 아니라 노태우 대통령이지요...기자님 확인 한번 해보시길...
    한가지 더... 이소룡이 아닌가요?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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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훙륭한 무술인

    준리사범님 훌륭한 무술인이죠. 한결같이 꾸준히 태권도를 사상하시고, 노력하시는.. 방법적인 문제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제 이준구 사범님도 원로로써의 역할이 무엇이고, 또 후배들은 후배로써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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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훙륭한 무술인

    준리사범님 훌륭한 무술인이죠. 한결같이 꾸준히 태권도를 사상하시고, 노력하시는.. 방법적인 문제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이제 이준구 사범님도 원로로써의 역할이 무엇이고, 또 후배들은 후배로써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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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좁은 사람들이 하는 것은

    개척자나 선구자들을 비하하는 것이다. 이준구사범님은 태권도계의 가장 빛나는 보배(스승) 중 한분이시다. 무예가로서도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해야한다. 말로만 들로만 떠드는 태권도인들이 어디 한둘이던가?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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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택인(2)

    그러니 당연히 적이 많고 특히 한인사범들에게 존경을 받지 못하고, 공과에 대한 평가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내 태권도가 관을 통일하고 형식과 수련체계를 통일하는 과정을 통하여 협동력으로 태권도를 키워나갈 때도 그는 자신의 태권도를 고수했다. 그에 의해서 미국 태권도가 발전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 그가 한국 태권도의 발전의 부가 효과를 많이 받았다. 아니 그 부산가치를 잘 이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한국태권도에 대해 각론적인 불만이 많으면서도 총론에 수긍한 다른 사범들이 볼때 그는 너무 지나치게 이해타산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런 당연한 결과를 두고 한스럽게 생각했다면 그 자체가 실로 모순이다. ATU에서 오히려 그에게 문을 열고 기회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가 있다.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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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택인(1)

    이 준구 사범 개인의 노력에 대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권도가 그의 개인의 힘에 의존하여 이만큼 발전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한 사람의 리더십이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으로부터 탁월하다고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이 사범은 하나를 얻었으나 전부를 얻지는 못했다. 그것이 그의 한계이다. 그러한 사회적 평가를 고리타분한 잣대라고 해서는 안 된다. 이 사범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 하나는 철저한 자기 PR에 있었다고 본다. 따라서 그는 독선적으로 흐르는 측면이 강했다고 본다. 그것은 곧 경쟁자적 입장에 있는 많은 미국내 한인 태권도지도자들과 이해가 상반되기도 하는 것이다.

    2008-11-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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