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태극권'과 '소림권'은 불가분의 관계

  

[진영섭의 태극권 이야기 - 8]달마역근경과 소림사 그리고 태극권 마지막편


진가태극권의 창시자라고 말해지는 진왕정이 정리하였다는 7개의 투로 명목은 다음과 같다.

△권세총가(拳勢總歌) : 장권가결(長拳歌訣), 태극장권보(太極長拳譜), 장권일백단팔세(長拳一百單八勢) 등으로도 부른다. △두투십삼세(頭套十三勢) : 장권십삼세(長拳十三勢), 십삼세(十三勢) 등으로도 부른다. △이투포추(二套砲捶) △삼투(三套) △사투(四套) : 대사투추(大四套錘) △소사투(小四套) : 홍권(紅拳) △오투(五套)

진영섭 밝은빛연구소 소장

여기에서 ‘장권(長拳)ㆍ포추(砲捶)ㆍ홍권(紅拳)’ 등의 명칭에 주의해 보자. 모두 소림권에 있는 명칭들이다. 물론 명칭이 같다고 진가구의 권술이 모두 소림권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림사는 진가구와 지척지간에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진가구의 권술이 소림권의 영향 하에 있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진가구의 14대인 진장흥(陳長興)에게 배운 양로선(楊露禪)이 북경에 진출하여 활동하던 당시에도 처음에는 태극권이란 명칭이 없었고 진가구에서 부르던 습관대로 ‘두투(頭套)ㆍ두투십삼세ㆍ장권(長拳)ㆍ장권십삼세ㆍ십삼세(十三勢)’ 등으로 불리웠고 또 부드럽고 화경(化勁)이 좋다고 하여 면권(綿拳) 화권(化拳) 등의 이름으로도 불리웠다.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전히 장권ㆍ두투ㆍ십삼세 등의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이고, 9대의 진왕정 시대에 비해 14대인 진장흥의 시대에는 두투(두투는 여러 투로 중에서 맨 처음 투로라는 뜻)와 이투(二套)를 위주로 수련하고 나머지는 수련하지 않거나 혹은 수련하는 사람이 매우 적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다시 정리하면, 진왕정이 7개의 투로를 정리한 것이 진장흥에 이르면 2개의 투로로 상대적으로, 또 외형상 간단하게 정리되어 근대 태극권의 틀을 갖추었다는 점이다.

현재의 정설대로 태극권을 진왕정이 창시하였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이 분분하여 ‘그렇다 혹은 아니다’를 여기에서 단정 짓기는 곤란하다. 다만, 진장흥이 양로선에게 전한 무술이 현존하는 모든 태극권의 원형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 진가태극권은 어디에서 왔을까. 장삼봉이니 허선평 이도자 운운하는 신화전설은 근거에 문제가 있으므로 거론하지 말기로 하자.


소림 대홍권 중의 동작(左)과 진가태극권 노가1로 중의 별신추(右)


고증의 근거가 있는 것으로는 명(明) 나라 말기의 장수 척계광이 편찬한 기효신서(紀效新書) 중의 권경32세가 있다. 척계광은 당대에 유행하는 장권(長拳)을 위시한 16종의 권술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32개의 동작을 추려내어 군졸을 훈련시키는 방편으로 썼다고 한다. 현재의 진가태극권은 이 중에서 29개의 동작을 채용하였다고 할 정도로 큰 영향을 받았다. 권경32세 역시 장권 계열의 영향을 받았고 진가구에 전하는 권보에도 장권의 영향이 있음이 인정된다. 즉 소림권과 연관이 있다고 해도 좋은 증거이다. 또 진가구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학자들이 남긴 기록에 소위 삼삼권보(三三拳譜)가 심의권 육합권의 권보라는 설 역시 진가구의 권술과 소림권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있음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진가태극권을 수련하는 많은 분들이 진가태극권의 요결이나 요구사항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장권 류의 다른 권술로 변질됨을 우리는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엄수굉권(掩手肱拳) 같은 초식에서 외형적인 자세와 근력에 의존해서 주먹을 내지른다면 외가권이며 장권이고 단전부터 시작되는 진동을 이용하여 친다면 태극권이다. 또 등각(蹬脚) 같은 경우 착지한 다리 쪽의 고관절을 벌리며 차주어야 내면의 진동을 등각으로 떨쳐내는 태극권의 등각이고 들어서 차는 쪽 발로만 찬다면 이는 역시 장권의 발차기일 수밖에 없다. 이런 예는 매 동작마다 있는 관계로 여기까지만 예를 들자.

이상의 논의에서 우리는 진가태극권은 소림권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이것은 그 근원에 관한 문제일 뿐 그 본질에 관한 것은 아니다. 소림권과 태극권은 분명히 다르다. 진가태극권이 기존의 장권 류의 외공권에서 내공권으로 변환되는 아이디어는 나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힘을 그대로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이를 실현시키는 수단으로 나선회전운동 방식을 취하는 전사경을 채택하고 이를 전신으로 확대한 것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나선회전운동은 팔괘장 형의권 장권 등 다른 무술에도 없는 바는 아니지만, 이 비틀림 운동을 매개로 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침습(侵襲)해오는 경력(勁力)을 거울처럼 반사해서 되돌려주고 또 전신을 방송(放鬆)하여 부드럽게 작용함으로써 이를 실현시키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중국의 전통사상인 도가철학과 태극음양의 이론이 저변에 깔려 있음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태극권의 발생과 발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은 밝은빛 홈페이지(www.hanheart.com)를 참조하시기 바란다.

진영섭 밝은빛연구소 소장 약력

학력
- 고려대학교 중국어문학과 졸업
- 대만대학교 중문연구소 석사과정 졸업
- 대만문화대학교 중문연구소 박사과정 수료

경력
- 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편찬위원
- 전 사단법인 한국현대중국연구소 연구원
- 전 원광대학교 동서보완의학대학원 건강증진학과 겸임교수
- 현 밝은빛연구소 소장
- 현 대한우슈태극권연맹 실무 및 학술 상임이사
- 현 도서출판 밝은빛 대표

태극권 수련경력
- 웅위태극도인, 진소왕 노사 배사 입문 제자
- 양가, 진가 등 태극권 수련경력 20년

(달마역근경과 소림사 그리고 태극권 마지막편이 편집 사정으로 연기된 점 양해 바랍니다.)

[편집 =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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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agadosa

    섬서홍권문의 글을 보니 강권인 포추를 배우기 전에 유권에 속하는 홍권을 배워라고 하더군요.柔拳에 대한 이해가 깊을수록 강권을 잘 쓸 수 있게 됩니다. 태극권의 시작은 포추를 더 잘하기위한 유권에 대한 연구가 깊어지면서 등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노가1로의 경우 독자적으로 쓰기보다는 포추의 기초가 되는 느낌이 남아있습니다.진유본,진청평을 거치면서 1로가 독자적인 무술이 된 것은 아닐까요

    2009-01-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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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agadosa

    소림권의 정의는 소림사 및 등봉현에서 전해지는 무술입니다.진가구가 있는 온현은 등봉현과 붙어있는 곳임으로 진복의 후손들은 소림권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임을 알수있습니다.소림포추는 여러종류가 있는데 비교적 古式이라는 소포추,사평추등이 현대적포추보다는 진가의 포추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2009-01-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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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zagadosa

    진가구사람들의 언어는 하남사투리에 산서성의 억양이 아직 남아있다고 하더군요.진복이 남겼다는 장권은 후대사람들이 태조장권과의 연관성을 생각하였지만, 문화혁명시 홍동으로 피신한 진가소가계사람들에 의해 진복의 장권과 홍동통배권이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음을 발견하게되었다더군요

    2009-01-2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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