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뒷담화] 어느 60대 사범의 사랑 이야기

  

재혼은 사별한 아내의 마지막 선물


무술 및 휘트니스인들의 사랑방인 <무카스>가 가을 사이트 개편과 함께 '뒷담화'라는 기사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최근 무술이나 보딩빌딩계를 보면 서로를 잡아먹을 듯한 날선 싸움이나, 거창한 담론, 지나치게 무거운 얘기들만 넘쳐납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면 너무나도 인간적인, 정말이지 사람 냄새 나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사람얘기, 입가에 살짝 웃음이 배어나게 만드는 에피소드, 어설픈 실수 등 재미난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 '무카시언(무카스사람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을 쓰기 전에 제법 망설였다. 행여 글의 주인공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는 취재원을 떠나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태권도 대선배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그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끌어내는 것이 결례가 아닐까 걱정이 됐다. 하지만 최근 삭막하기만한 태권도판을 녹일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판단해 힘들게 펜을 들었다. 어느 60대 태권도인의 동화같은 사랑이야기를 소개한다.

태권도인 A씨는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뜻을 굽히지 않기로 유명하다. 또 웬만한 사람은 그의 날카로운 눈빛 앞에 주눅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를 타협을 모르는 '고집불통'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의 성격탓인지 그는 한때나마 몸담은 태권도 제도권에서 밀려났다. 국기원 시범단 창설 멤버 13인 중 한명으로 국내외 태권도 보급에 빛나는 활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는 실의에 빠진다. 어떤 사람에게는 살의(殺意)마저 느꼈다. 그때 그를 보듬어 준 것이 바로 아내다.

‘베트남 참전 용사’, ‘태권도계의 외골수’도 아내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됐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이었다.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그는 자신만의 태권도를 시작한다. 형식적인 지도자 교육이 아닌 진짜 지도자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센터도 건립했다. 그러던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접한다. 그의 아내가 암에 걸린 것이다. 회복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하늘이 노래졌다. 그렇게 시작한 병수발이 10년을 넘어섰다. 그리고 2006년 12월 2일 그의 아내는 끝내 세상을 등졌다.

그는 두 번째 실의에 빠졌다. 한잔 두잔 먹던 술은 마시지 않으면 잠을 청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깔끔했던 그의 집안은 담배꽁초로 가득 찼다. 그렇게 1년 넘게 지내온 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2008년 들어 달라졌다. 재혼을 한 것이다. 그렇게 사랑하던 아내가 떠난지 불과 1년만에 말이다. 분명 생뚱맞은 행동이다. 하지만 자초지정을 알면 이해가 된다. 재혼은 죽은 아내가 그에게 보낸 마지막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재혼한 사람은 사별한 부인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녀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오래전 남편과 사별한 후 미국에서 홀로 살고 있는 친구를 A씨와 자주 연결시켰다. 이런 뜻을 자녀들도 이해했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아들이 적극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친구의 인연을 진전시켰다. 누구보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던 '미국 아내의 친구'는 올해 3월 20년간의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한국행을 결정했다.

A씨는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와 술을 부쩍 줄였다. 조만간 완전히 끊을 계획이다. 두 번째 사랑을 위해서 말이다. 그는 최근 회춘했다. 그의 제자들이 놀랄 정도다. 태권도 사범으로서 제2의 도약기에 들어섰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그는 얼마 전 사석에서 “사별한 아내는 정말 현명한 여자였어, 그녀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거야”라며 그리움을 나타냈다. 물론 대화의 대부분은 현재의 아내에 대한 팔불출 같은 자랑이었다. 63살의 나이에 말이다.

A씨는 이규현 세계태권도사범연수원장이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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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뒷담화 #신준철 #이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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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에 있는 후배

    전에 같은 시범단에 있던 후배 입니다 이규현 선배께선 정말 강직한 성품 이었지요 이 선배님 홀로 외롭게 지내시나 했는데 정말 너무 잘됐습니다 태권도의 여러후배 들을 봐서라도 건강한 모습으로 도약 하시길 바랍니다
    보스촌 에서 후배가

    2008-10-29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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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소

    읽으면서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글이었습니다. 매섭기만 한 이규현 사범인줄 알았는데, 새로운 면을 알게 되네요 ^^

    2008-10-27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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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판이 어째

    이런 글을 읽고 게시판 어쩌고 저쩌고 하시는 밑에 분은 뇌에 없거나 감성이 없는 사람이 분명함, 무카스는 앞으로 저런 쓰레기 같은 글에 신경쓰지 말고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은 부탁합니다.

    2008-10-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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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머리가없냐

    밑에 바보에게 너는 머리가 없냐? 어떻게 이런 글을 읽고 게시판 어쩌구하냐. 정말 욕나오는 것참는다.너이름 좀 공개해봐. 나참.

    2008-10-25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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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걸글이라고...

    독자들을생각한글을올렸으면하네요 게시판도 아니고쯧쯧

    2008-10-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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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만에

    무카스에 와서 간만에 가슴이 훈훈해 지는 글을 보고 갑니다.

    2008-10-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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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산드라

    네 조은글 입니다 불타는가슴진정하고정말속세를떠나 산중수련으로 마음을 달래시면서 수양하시는 사범님이야 말로진정이시대의태권도인입니다 고집불통 ㅎㅎ 이해합니다 님의뜾이관철돼었으면 아마도 지금태권도가 이리 개판은 안됏을거라고도짐짓생각해봅니다 저두사모님을 뵌적이 있죠사별하신 재혼하셨다니 정말 사모님의 선물이신가봐요 남은여생 도도함 변치마시고행복하십시요이규현 사범님 꾸벅

    2008-10-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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