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老化)를 슬퍼하지 말고 받아들이자

  

[권소라 원장의 2008 한방칼럼 - 10] 노화


갓난 애기부터 100살 어르신까지 한의원을 찾는 사람은 다양합니다만 50세를 넘긴 분이 대부분입니다. 산부인과나 소아과를 제외한다면 병원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이미지출처 다음카페(naraepop)

왜 50세가 넘은 분들이 주로 한의원에 오실까요? 그분들은 한의원에 오셔서 ‘무엇 때문에 아프냐’고 묻습니다. 나이 때문이지요. 주로 50세 이상인 분들이 병원을 찾는 것도, 아픈 이유도 다 세월 탓입니다. 나이란 속일 수 없습니다. 차의 주행거리와 같은 것입니다.

국어사전에는 노화[老化]란 나이가 들어 생물의 성질이나 기능이 쇠퇴한 것으로 의학적으로는 사람의 노년기에 나타나는 노인성 변화를 말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노화의 과정을 10살 단위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50세에는 간기가 쇠하기 시작하여 간엽이 얇아지며 담즙이 줄어들기 때문에 눈이 어두워진다. 60세에는 심기가 쇠하기 시작하여 자주 슬퍼하고 혈기가 흐트러지므로 눕기를 좋아한다. 70세에는 비기가 허하기 때문에 피부가 마른다. 80세에는 폐기가 쇠하여 백(魄)이 떠나므로 말할 때 실수를 자주 한다. 90세에는 신기가 말라붙어 사장의 경맥이 텅 빈다. 100세에는 오장이 모두 비어 신기가 떠나가고 뼈만 남아 죽는다.”

“40살이 되면 음기가 반으로 줄어 기력이 쇠하게 된다. 50세가 되면 몸이 무겁고 눈과 귀가 어두워진다. 60세가 되면 음경에 힘이 없고 기가 크게 쇠하며 구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하허상실하여 눈물, 콧물이 모두 나온다.”고 하였습니다.

50세가 되면서 간 기능이 떨어지므로 노안이 오고 오십견이 나타나고 갱년기 증상이 나타납니다. 60세가 되면 엔진에 해당하는 심장이 약해지면서 기운이 확 줄어듭니다. 자주 슬퍼하고 우울해지기도 하죠. 자식들이 아무리 잘해줘도 괜히 서운하고 서글프다고 하십니다. 음경에 힘이 없어 성기능도 확연히 줄게 됩니다. 이목구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웃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죠.

이처럼 50세가 되면 본격적인 노화가 진행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6달쯤에 이가 나고 돌이 지나면 걷듯이 50세가 되면 누구나 노화현상이 드러납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에 차이가 있고, 50세가 되기도 전에 안경을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기본은 나이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체질이나 증상에 따라 치료하지만 나이가 기본입니다. 공진단이나 쌍화탕 같은 약은 간 기능을 돕기 때문에 50세 이후에는 두루 쓸 수 있습니다. 60대는 심기를 돕는 약을 쓰구요.

동의보감을 보면 “먹는 양이 줄고 정신이 어두우며 유정과 몽설이 있고 허리․등․가슴․옆구리의 근육과 뼈가 당기고 아프며 조열, 자한, 가래, 기침이 있는 것은 허로의 일반적인 증세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 감기가 여러 달 되어도 낫지 않는다고 하시는데 이는 감기가 아니라 허로에 해당하므로 감기와 다르게 치료해야 합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진액과 혈액이 부족해집니다. 기혈이 쇠하여 외부자극을 이겨낼 힘이 약해집니다. 흔히 알려진 십전대보탕은 허로를 치료하며 음양기혈을 모두 보하므로 노인에게 쓸 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을 치료할 때는 현재 노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해당하죠.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도 본전이거나 도리어 내려가기도 합니다. 노인의 질병역시 마찬가지죠. 치료를 하더라도 본전이거나 속도가 느리고 도리어 나빠지기도 합니다. 치료를 함에 따라 몸이 좋아지기는 하지만 병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데 우선을 두어야 합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기혈이 허약해지므로 기혈을 보충하고 항병력을 증강시키며 정기를 손상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노인은 감기에 걸리더라도 순한 약으로 조리해야 하며 비기가 약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미음이나 죽으로 조리하는 것이 좋죠.

노화란 기계를 오래 쓰면 고장 나듯이 우리 몸이 삐그덕 거리고 녹스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왜 아프냐고 물어보시면 나이 때문이라고 말하려고 하다가도 혹여 서운해하실까 주저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애가 된다고 하죠. 괜히 삐지고 투정부리고 서운해하십니다. 우리 부모님들의 투정이 나이 듦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좀 더 너그러워지지 않을까 합니다.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구요. 나이가 드는 것은 좀 서글플 수도 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모두 아름답듯이 그 과정을 잘 넘긴다면 아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권소라 원장 약력


- 현) 본디올 경희한의원 원장
- 현) 대한형상의학회 회원
- 현) 대한형상의학회 편집위원
- 현) 동의보감연구회 교수
- 현) 본디올 한방캠프 지도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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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숨을 제대로 쉬면 만사해결

    2008-07-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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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용배

    맞아요 받아들이는게 순리인듯..
    안 늙을려고 발악하면 더 빨리 늙는듯..

    2008-07-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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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어엉

    그래도 사람을 기계에 비유하다니ㅜㅜ

    2008-07-02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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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의 힘은 허벅지

    남자들은 닥치고 스쿼드!!! 한달만 꾸준히 하면 아침 밥상이 틀려집니다

    2008-06-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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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늙은이

    노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황산화 약품 섭취가 필요하죠. 특히 복분자, 딸기 블루베리 같은 과일들은 황산화가 많이 포함된 과일입니다 . 꾸준히 섭취해서 우리 모두 건강해집시다

    2008-06-30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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