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영어 ‘까막눈’ 지도자들 어렵다! 어려워!

피아노와 영어 피글리쉬, 태권도와 영어 태글리쉬, 발레와 영어 잉글리쉬발레 등장

국내 사설 예체능 학원들이 때 아닌 영어 광풍에 휩싸였다.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영어 공교육 정책 발표 이후 한국은 온통 ENGLISH로 물들었다.

먼저 태권도를 영어로 가르치는 ‘태글리쉬’가 도처에서 생겨났다. 이어 피아노를 영어로 가르치는 ‘피글리쉬’도 줄을 지어 나타났다. 여기에 발레를 영어로 가르치는 ‘발레잉글리쉬’까지 등장했다.

이대로 라면 국내 사설 예체능 학원 대부분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가 아니다.

얼마전 포장마차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박 모 관장과 술잔을 기울였다."이런 추세라면 무술도장에 까지 파급이 클 것 같다. 오히려 학부모들이 지도자들에게 영어진행 수업을 요구하게 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이런 흐름세 라면)2년 정도 어학연수 계획도 세우고 있다"며 연신 줄담배를 떼지 않는다. 최근 불어 닥친 무술도장 영어광풍에 따른 지도자들의 속내를 쓴소주 마시며 잠시 동안 공감했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가? 박 관장은 "몇몇 무술도장들은 벌써부터 영어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며 쉴새 없이 열변을 토해냈다.

이와는 달리 수년 째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쳐온 김 모 관장과의 술잔은 조금 다른 분위기다. “전국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영어로 태권도를 진행하는 수업에 대한 문의를 해온다”며 “실제로 일부 지도자들은 도장으로 찾아와 몇 달 간 배우고 간다”고 웃으며 건배를 외친다. 앞으로 프렌차이즈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그에게서 영어 열풍에 따른 부푼 사업의 희망과 설렘을 엿볼수 있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체육계 전문가들과의 호프집 맥주한잔에서는 깜짝 발언들이 쏟아졌다. "현재 예체능계 사설학원에 불고 있는 영어진행 수업은 계속될 것"이라며 "나아가 기존 예체능학원에 영어 덧칠은 일반화 될 수도 있다"고들 얘기했다. 심각한 ‘영어 울렁증’에 빠진 학부모들의 인식변화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속 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에서다.

앞서 ‘태글리쉬’에 자녀를 등록시킨 한 학부모와의 만남에서는 얼씨구나가 떠나질 않았다. “맹목적 주입식 영어교육 보다는 (자녀들이)몸으로 느끼며 살아있는 영어도 배우고 전문 체능교육도 배울 수 있어 최고”라며 “(자녀들이)영어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같은 돈이라면 영어 교육까지 책임질 수 있는 학원으로 보내겠다는 한국 아줌마들의 계산에서다.

방송 3 사와 일간지에서는 연일 영어진행 수업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학부모들의 관심 또한 폭발적이다. ‘무도’라며 홀로 지켜내기에는 시대적 흐름이 너무 거세다. 까막눈 무술지도자들은 영어 학원에라도 등록해야 할까? 아니면 유학 준비라도 서둘러야 할까?

[정대길 기자 / press02@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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