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무카스가 만난 사람] 관진평의 유일한 제자 곽굉왕 노사


"쿵~ 쉭~"
진각과 발경으로 인해 나오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지난 21일. 국내 한 태극권 도장과의 친선교류를 위해 한국을 찾은 진식태극권 곽굉왕(郭宏旺) 노사를 만났다. 28세의 젊은 나이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에서 “과연 이 사람이 정말 태극권의 고수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태극권의 고수라고 하면 연세 지긋한 노인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진식태극권 시연을 보고나서 기자가 태극권에 대해 얼마나 짧은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곽굉왕 노사는 7살 때부터 조부에게 기공과 무술을 배웠고 12살에 북경(北京)으로 올라와서 할아버지 친구의 소개로 관진평(管振平) 대사에게 태극권을 배우기 시작하여 13살에 정식으로 배사입문(拜師入門)을 하여 태극권 수련을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관진평(78) 대사는 권성(拳聖) 진발과(陳發科) 종사의 입문제자로 어려서부터 무술을 수련하였다. 어려서는 솔각(摔角 : 중국의 만주 씨름)등의 무술을 배웠다. 태극권은 양반후(楊班侯)의 제자인 왕옥정(王玉廷) 노사에게 몇 년간 양식태극권 108식을 먼저 배웠다. 이후 왕옥정(王玉廷) 대사의 절친한 친구인 진발과(陳發科) 대사 문하에 정식으로 입문해 진식태극권을 배운다. 관진평(78) 대사는 당시 진발과 대사의 작은 아들인 진조규(陳照奎) 노사와 함께 수련을 했다.

곽굉왕 노사는 진식태극권 계보상으로 한국에서 유명한 진정뢰, 진소왕 노사와는 사형제 관계가 된다. 직접적으로 만난 적은 없다고 한다.

수줍게 이야기를 나누던 곽 노사는 태극권에 대한 개인 생각을 묻자 날카로운 눈빛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현대에 와서 시범을 위해 보여주는 태극권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통 태극권을 자기 멋대로 뜯어 고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전통 태극권의 내면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 태극권을 계승할 수 있는 사람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태극권 지도자들 중에도 전통 태극권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태극권이 양생에 매우 효과가 좋은 무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무술로써의 가치로 볼 때 살상능력이 높은 위험한 무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곽 노사는 “태극권을 배울 때 힘을 쓰지 말라”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곽 노사는 “천근의 힘을 얻지 않고 어찌 네 냥의 힘을 낼 수 있겠느냐”는 중국 격언을 들려주며 태극권 수련에 힘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곽굉왕 노사는 태극권에서는 ‘섬전등나(閃展騰揶)’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섬전등나는 상대와 얽히는 찰라의 순간에 상대를 잠시 제어하여 상대를 확실하게 맞추어 데미지를 전달한다는 뜻이다. 또 방위(方位)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태극권을 올바르게 수행 할 수 있다.

중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자신을 태극권 고수라고 내세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곽 노사는 “자화자찬하는 사람 중에는 무술의 깊이가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다”며 “내 경우 어린 시절에 보았던 사부(관진평 대사)의 발경과 진각의 폭발력을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다. 앞으로 사부에게 배운 것을 최선을 다해 계승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곽굉왕 노사는 현재 북경에서 태극권을 지도하고 있다. 중국에서 젊은 곽 노사에게 대결을 신청해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통역이 살짝 귀뜸해 주었다. 만약 대결에서 지게 되면 태극권 지도자로서 위치가 위험해 진다. 하지만 곽 노사는 현재 왕성하게 태극권을 지도하고 있다.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고 말하는 곽굉왕 노사. 국내에서도 그가 태극권을 지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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