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의 유럽태권도 견문기 ③, "벌레와 친구가 되다"

  

한국과 유럽의 심사의 기준과 차이점


Swisttal 체육관에서 수련생들과 함께한 나.



한국의 심사기준은 크게 겨루기, 품새, 그리고 논문(4단 이상)을 제시합니다. 독일의 경우 일보대련, 이보대련, 삼보대련, 격파, 호신술, 겨루기, 품새 외에도 4단 이상이면 논문까지 제출합니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 속에서 몇 번 떨어지면서도 나이 많으신 50대 더러는 60대 할아버지까지 태권도의 단을 따기 위해 노력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나라는 태권도라고 하면 어릴 때 잠깐 배우는, 그냥 어린이들이 하기 좋은 운동 정도로, 또는 우리나라 국기여서 아니면 ‘커서 군대 가면 고생한다’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관원의 약90%는 어린이들입니다.

하지만 독일사회의 수련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50대 할아버지께서 다리도 올라가지 않고 방향도 잘 못 잡으시면 서도 노력하는 모습에 낮선 부분도 있었지만 정말 감동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태권도도 이런 나이의 관념에서 벗어나 어른들 그리고 가족단위로 서로 즐기면서 배우고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심사 기준도 강도를 높여 그냥 형식적이 아닌, 정말 1단의 실력이 되는지, 어느 정도 연습을 하였는지, 조금 더 까다롭게 심사를 치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한국에서 3단까지는 기간 채우면서 품새/겨루기만 연습하면 신체적 결함이 없는 이상 누구나 취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1단 취득을 하기 위해 짧으면 5년에서 길면 8년까지도 수련하는 학생을 보았습니다. 힘든 조건에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1단 따기 위해 위와 같이 노력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이 1단을 따기 위해 저를 통해 일보대련, 호신술 등을 배우겠다고 해서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시범을 하기 위해 잠시 했던 일보대련의 기억과 오래 운동을 한 경험으로 몇 가지 동작을 응용해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호신술을 가르쳐 달라는데 태권도 배우면서 호신술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겨루기를 주로 하는 선수 출신이다 보니 정말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4단인데 모른다고 할 수 없어서, 대학 합기도 시간 때 배운 호신술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호신술 중에서도 무기가 없을 때 하는 호신술, 그리고 칼을 들었을 때 하는 호신술, 짧은 막대기를 들었을 때 하는 호신술의 세 가지를 모두 심사하는데 참고 하였습니다.

또 특이한 점은 4단 심사부터 품새 중 하나를 골라서 이에 대한 시범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고려 품새 시범을 하면 약 6~7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해 품새를 하는 도중에 동작의 사용 요소를 확인하기 위해 엑스트라들을 직접 상대하게 하여 동작의 쓰임새 까지 검사했습니다. 쓰임새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확인 작업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 혹시 유럽지역에 태권도 사범으로 가시는 분들은 이 부분을 참고 하셔서 호신술이나 기타 심사에 필요한 요소 들을 한국에서 연습해 두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단증 역시 독일태권도협회 그리고 국기원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두 개의 단증 효력은 같으나 발급지가 다르다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또 독일태권도협회 단증은 우리나라처럼 카드 형식이 아니고 수첩 형식이며 태권도 경기 출전이나 승급심사 등을 꼼꼼히 체크해 두었습니다. 잠시 후 설명 하겠지만 포인트제도(국가대표 선발의 기준점이 되는 하나의 점수) 역시 이 수첩에 기재하고 개인의 태권도 정보를 이 수첩 하나로 모두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과 유럽의 심판 판정에 대해


다음은 시합 중 일어날 수 있는 부정행위나 편파판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이 태권도 경기의 특성상 오판 또는 오판을 가장한 승부조작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독일에서도 이런 부분을 본 적이 있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어디서 배웠겠습니까? 물론 실수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가 지나치게 되면 문제가 되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호구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자 호구를 한국제품, 미국제품 그리고 모 스포츠사의 3가지 모델로 테스트를 했었습니다. 한국의 모델이 가장 많은 오류를 기록하였고, 미국의 모델은 무거웠으며, 그리고 액세서리가 너무 많아서 움직임에 지장을 주었습니다. 최고 좋은 모델이 모사에서 만든 전자 호구였습니다. 하지만 전자호구를 상용화 하더라도 문제점은 여전히 있었습니다.

첫 번째로 전자호구의 득점 강도입니다. 각 체급마다 또 각 개인마다 발차기의 스피드 및 파워가 다릅니다. 그런데 전자호구 도입 시에는 강도 하나만으로 득점이 인정됩니다. 태권도의 명장면 그리고 감탄할만한 기술들은 파워가 아닌 스피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빠른 스피드로 인하여 상대가 반격조차 하지 못하고 득점을 빼앗기는 그런 모습이 진정한 태권도의 매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팔꿈치나 무릎 또는 앞차기도 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릎이나 팔꿈치 득점을 막기 위해서 어차피 심판은 필요합니다. 팔꿈치로 쳤는데 득점이 인정되었을 때 그것을 판가름 하는 심판이 팔꿈치로 치지 않았다고 하면 역시 판정 시비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이런 문제점을 풀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자호구 보다는 심판법을 개정하여 부정행위에 대해 더욱 더 강력하게 대응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서든데스의 경우 1점을 먼저 기록한 선수가 이기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동시에 가격 했을 경우 1:1 득점 상황이 발생됩니다. 이때는 공격자가 이길 수 있는 제도가 필요 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무조건 1점 득점 시 이기는 경기이므로 상단을 가격 할 이유가 없습니다. 돌려차기 중단보다 느리고 동작이 크기 때문인데 상단과 중단을 서로 주고받았을 때 2:1 득점 인정으로 상단을 가격한 사람이 이길 수 있는 규칙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벌레와 친구가 되다"


제가 처음 독일에 도착해서 언어를 배울 때 일입니다. 매일 같이 아침에 일어나 똑같은 생활을 약 한달 쯤 하고 있을 때 한국에서 느끼는 외로움과는 또 다른 외로움을 느꼈습니다.

한 달 동안 한 번도 한국 식사를 하지 못했고 또 한국인과의 대화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습니다. 전화를 하긴 했었지만 공중전화로 한국에 약 10분 통화하는데 20유로라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20유로면 원화로 24000원 정도의 거금입니다. 그런 금전적인 부담감에 전화도 자주 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는 매일 해왔던 것처럼 아침에 일어나 언어를 배우러 갔습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외국인들과 독일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독일어를 배우며 잠깐의 쉬는 시간에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빵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냥 멍하니 정말 외로움에 지쳐 있었는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황색의 벌레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약 100여 마리 어떻게 보면 징그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이 벌레들이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부터 저의 친한 친구벌레들이 생겼습니다. 매일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이면 이곳으로 와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 몰려 있는 벌레들과 저는 한국말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이 안 가시는 분들을 위해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제가 처음 벌레들을 보았을 때의 대화는 “야! 너희들 거기서 뭐하니?”였습니다. 그리고 제 머릿속의 상상으로 말하길 “우리지금 여기 모여서 일광욕 하고 있지!”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이와 같이 하루 이틀 지나고 나니 어떤 날은 비록 먹지는 않았지만 제가 가져온 빵을 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주기도 하며 진지한 대화 또는 생각을 하는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와 같은 시기에 유럽연수를 나갔던 친구들 모두 하나같이 비둘기 또는 잔디를 친구 삼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외로움을 겪고 보니 저보다 먼저 외국으로 나오셔서 고생하셨던 나이 드신 사범님들께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사범님들을 본받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으며 한국에 바라는 바도 생겼습니다. 비록 외국에 계시는 사범님들께서 자신들의 발전과 명예를 위해서 힘들게 살아 오셨겠지만 이 노력을 함으로써 태권도가 알려지고 또 대한민국이 알려지는 등 한국을 위해서 노력하신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범님들 혹은 한국을 위해서나 개개인의 발전을 위해서 고국을 떠나 힘들게 생활하시며 국위선양을 하는 분들에게 작은 혜택이라도 돌아갔으면 합니다. 약간의 보조금 혹은 지금의 국가 유공자 분들께 드리는 혜택의 일부분이라도 주어졌으면 합니다. 정부에서 그런 뒷받침이 주어진다면 한국을 위해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우의 유럽 태권도 견문기’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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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약속겨루기(약속대련)은...여러종류입니다!!
    일본에서도...약속조수 라고 불리우고 있고...
    공격의 형태를 약속해서..겨루는 방법이 있고..
    공방은..자유롭게 하되!! 속력을 느리게...강도를 약하게 겨룬다 해서
    약속(弱俗)겨루기.대련도 있습니다.

    2006-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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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아~

    약속대련을 태권도에선 일보대련이라고 하는군요...검도에선 그런걸 약속대련이라고 합니다....약속안하고 하는건 맘대로 서로 치고막는건 자유대련...

    2006-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태권도인

    맞추어 겨루기에입니다.
    서로 약속된 가정하에 공격과 방어를 서로 주고 받는 기술이죠!
    일반 체육관에선 한번 겨루기,세번겨루기,,라고도 합니다.

    2006-05-24 00:00:00 수정 삭제 신고

    0
  • 일보대련?

    일보대련이 모에요???

    2006-05-23 00:00:00 수정 삭제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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